코스피가 21일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불확실성을 딛고 날아올랐다. 전쟁 이전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 기록을 두 달 만에 갈아치웠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호실적 기대감에 대형 반도체주들이 강세를 보이며 코스피 전체에 훈풍이 불었다.
반도체 수출 호조세에 힘입어 이달 초·중순 수출액이 같은 기간 4월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수출액이 50% 가까이 늘면서다.
정부가 고환율 대응책으로 내놓은 국내시장복귀계좌(RIA)에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는 엔비디아 같은 미국 우량주를 팔고 그 대금으로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대형주로 갈아탔다. 다만 전체 시장 규모 대비 실제 환전액이 적어 당초 기대했던 환율 안정 효과는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도체 초호황의 힘, 전쟁 공포 삼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69.38포인트(2.72%) 오른 6388.47에 거래를 마쳤다. 전쟁 발발 이전인 2월26일 기록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6307.27)를 약 2개월 만에 경신했다. 2월27일 찍은 장중 사상 최고치(6347.41)도 뛰어넘었다. 시가총액 역시 5236조2000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조3296억원, 7371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반면 개인은 1조9195억원을 팔아치우며 대거 차익 실현에 나섰다.
시시각각 변하는 종전 협상 전망에 시장 혼란이 가중됐음에도 코스피는 제 갈 길을 갔다. 상승 원동력은 역시 반도체였다. 23일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SK하이닉스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시장에선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 40조원을 달성할 거란 ‘어닝 서프라이즈’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주가에 반영돼 전장 대비 4.97% 상승한 122만4000원에 마감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삼성전자도 2.10% 오른 21만9000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22만전자’ 탈환을 목전에 뒀다. LG에너지솔루션(+11.42%), 삼성SDI(+19.89%) 등 이차전지주도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 확대 기대감 속에 급등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코스닥도 이날 전 거래일 대비 4.18포인트(0.36%) 오른 1179.03으로 장을 마감했다.
중동전쟁 발발 이후 국내 증시는 전황에 따라 크게 요동쳤다. 지난달부터 코스피·코스닥에 총 17건의 사이드카(매수 9건·매도 8건)가 발동되는 등 극심한 변동성 장세가 이어졌다. 이달 들어 종전과 기업 실적 기대감이 맞물리며 증시는 다시 상승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지난 1일부터 전날까지 코스피에서 장중 한 번이라도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종목은 총 39개로 집계됐다. 이는 중동전쟁의 직격탄을 입었던 전월 25개의 1.56배에 달하는 수치다. 국내 시장을 떠났던 외국인도 전기·전자, 화학 업종을 중심으로 다시 사들이며 5조4000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주가지수 상승률은 26.4%로, G20 국가 중 압도적 1위다.
증권가는 앞다퉈 코스피 전망치를 상향하고 있다. 시장의 초점이 전쟁에서 기업들의 실적으로 향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코스피가 단기간 빠르게 올랐지만,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도 추가 상승 동력으로 제시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미국·이란 간 협상 관망 심리 확대에도 1분기 실적 시즌 기대감 등에 힘입어 업종 간 순환매 장세를 보일 전망”이라며 “막판 진통 끝 협상 타결, 시장의 무게 중심이 실적시즌으로 이동하는 경로를 잡고 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연이어 코스피 목표치를 줄상향하고 나섰다. 골드만삭스는 코스피 12개월 목표치를 기존 7000에서 8000으로 높였다. JP모건도 목표치를 최고 8500까지 올렸다. 지난 2월 초 7500에서 2개월여 만에 1000포인트 높여 잡은 것이다. 기본 시나리오 목표치도 6000에서 7000으로 상향 조정했다.
◆‘504억달러’ 이달 수출액도 신기록…반도체 182% 폭증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504억달러로 작년 대비 49.4%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치로, 직전 최대치인 2022년 4월 1∼20일 당시 기록했던 364억달러를 크게 상회한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작년(15.5일)과 같아 일평균 수출액(32억5000만달러) 역시 49.4% 늘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수출액이 183억달러로 182.5% 늘었다. 4월 1∼20일 기준 역대 최고치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6.3%로 1년 전보다 17.1%포인트 상승했다. 석유제품(48.4%), 컴퓨터 주변기기(399.0%) 등도 수출이 크게 늘었다. 다만 승용차(-14.1%), 자동차 부품(-8.8%) 등은 감소했다.
국가별로는 중국(70.9%), 미국(51.7%), 베트남(79.2%), 유럽연합(10.5%), 대만(77.1%) 등 주요국으로의 수출이 고르게 늘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399억달러로 17.7%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58.3%), 원유(13.1%), 반도체 제조장비(63.3%) 등이 늘었고, 기계류(-0.6%) 등은 줄었다.
에너지(원유·가스·석탄) 수입액은 6.8% 증가했다. 특히 원유 수입액은 1∼20일 기준으로 올해 1월 43억달러를 기록한 이후 2월(44억달러), 3월(46억달러)에 이어 4월 48억달러로, 석 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중동사태로 인한 국제 유가 상승과 환율 변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가별로 본 수입은 중국(29.3%), 미국(31.5%), 유럽연합(25.5%), 대만(47.6%) 등에서 증가했고, 일본(-1.6%)에서는 감소했다. 수출이 수입을 웃돌면서 무역수지는 104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RIA 서학개미, 美 빅테크 팔고 韓 반도체 샀다
세계일보가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증권에 의뢰해 집계한 RIA 가입 현황에 따르면, RIA가 출시된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7일까지 4주간 이들 3개 주요 증권사 계좌에 입고된 금액은 총 4803억원이다. 같은 기간 금융투자협회가 파악한 전체 RIA 누적 잔고 9242억원의 52%에 달하는 수치다. 시장 전체의 누적 가입 계좌 수는 14만7647개를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4만3513개가 이들 3개 대형 증권사에 개설된 것으로 파악됐다. 5월 말까지 해외주식을 매도해 원화로 복귀하면 양도소득세를 100% 공제받을 수 있어 초기 가입이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사를 찾은 가입자의 1인당 자산 규모는 시장 평균을 웃돌았다. 증권사 3사 가입자의 계좌당 평균 잔고는 1103만원으로 전체 평균(626만원)의 두 배에 가까웠다. 절세 혜택을 노린 고액 자산가가 주로 대형 증권사 창구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들 가입자의 매매 종목을 보면 세제 혜택을 활용해 주도주를 교체하는 동향이 파악된다. 3사 가입자가 가장 많이 매도한 해외주식은 미국 인공지능(AI) 대장주인 엔비디아로 매도액이 1122억원에 달했다. 이어 테슬라(296억원), SOXL(217억원), 알파벳(179억원), 팔란티어 테크(100억원) 등 주로 미국 우량 기술주가 매도 상위에 올랐다.
해외주식 매도 대금은 국내 반도체 업종에 집중적으로 유입됐다. 삼성전자(264억원)와 SK하이닉스(168억원) 매수 규모가 가장 컸고, TIGER 반도체 TOP10(18억원), TIGER 200(17억원), 현대차(16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미국 증시에서 거둔 차익을 국내 동종 업계 대장주에 재투자하는 흐름이 이어진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 통계에서도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매수세 둔화가 확인된다.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올해 1월 50억달러, 2월 39억5000만달러, 3월 16억900만달러로 지속 감소했으며 4월 들어서는 15억달러 순매도로 돌아섰다. 높은 원·달러 환율에 따른 환전 부담이 가중된 데다 국내 증시 활황이 겹친 영향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런 자금 이동이 단기적 환율 하락으로 이어지기에는 아직 규모가 작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전체 가입자의 계좌당 평균 잔고는 납입 한도인 5000만원의 12% 수준이다. 실제 원화로 환전된 외화 주식 규모 역시 주요 증권사별로 약 90만~190만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루 평균 139억달러가 거래되는 국내 현물환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환율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0.1%대 미만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의 자금 유입 규모로는 외환시장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기 어렵다”며 “투자자들이 해외 우량주에 대한 장기적 기대를 포기하고 단기적인 세제 혜택만으로 대규모 자금을 국내로 돌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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