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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국물 다 마셨나요?”…‘4분의 위로’가 밤새 콩팥에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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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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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분식집 무심코 즐기는 라면 한 그릇, 10년 뒤 내 몸의 필터를 지키는 선택
질병관리청 “성인 4명 중 1명 고혈압”…국물 절반만 남겨도 나트륨 섭취 줄일 수 있어
WHO 하루 권고치 2000mg, 한 끼에 대부분 채울 가능성…고염분 식습관 관리 필요

20일 밤 9시, 서울 성북구의 한 분식집. 야근을 마친 직장인 이모(34) 씨가 라면 뚜껑을 열자 하얀 김이 안경을 뿌옇게 가린다. “후루룩” 면치기 소리와 함께 국물까지 시원하게 들이키는 4분은 고된 하루를 보상받는 시간이다.

 

밤늦은 시각 무심코 들이키는 라면 국물 한 모금은 체내 나트륨 농도를 높여 콩팥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 pixabay
밤늦은 시각 무심코 들이키는 라면 국물 한 모금은 체내 나트륨 농도를 높여 콩팥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 pixabay

잘 익은 김치 한 점을 올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비워낸 뒤에야 포만감과 안도감이 밀려온다. 하지만 이 달콤한 위로 뒤에는 우리 몸의 ‘필터’인 콩팥이 감내해야 할 부담이 쌓일 가능성도 있다.

 

◆혈압 키우는 식탁…보이지 않는 부담

 

국내 성인의 혈관 건강에는 이미 경고등이 켜져 있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 성인 약 27%가 고혈압을 앓고 있다. 60대 이상으로 가면 두 명 중 한 명이 고혈압 분류군에 속한다.

 

국가데이터처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고혈압성 질환 관련 사망은 최근 10년간 증감을 반복해 왔다. 짠맛에 길들여진 식습관은 혈압을 높여 혈관에 부담을 주고, 이는 장기적으로 콩팥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신장내과 전문의는 “라면 국물을 끝까지 마시는 습관은 매번 상당량의 염분을 체내에 투여하는 것과 같다”며 “젊을 때는 신체 항상성으로 버틸 수 있지만, 이러한 습관이 10~20년 누적되면 콩팥 기능 저하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내 몸의 필터가 막힌다: 라면 국물의 경고. 제미나이 생성 그래픽
내 몸의 필터가 막힌다: 라면 국물의 경고. 제미나이 생성 그래픽

◆WHO 권고량 2000mg…‘4분의 보상’의 수치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일반적인 컵라면 한 용기의 나트륨 함량은 평균 1700~1800mg 수준이다. 여기에 편의점용 볶음김치(약 300~500mg)를 곁들이면 총 섭취량은 2000mg에 근접하거나 이를 넘을 가능성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성인 하루 나트륨 섭취 제한량은 2000mg이다. 라면 한 그릇을 국물까지 비울 경우 한 끼 만에 대부분을 채우거나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칼국수(약 1200mg 안팎)나 짬뽕의 경우 제품·조리 방식에 따라 4000mg 안팎에 이를 수 있다. 특히 라면은 조리가 간편하고 국물까지 모두 마시는 빈도가 높아 나트륨 과다 섭취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

 

◆국물 절반 남기기…가장 현실적인 절제

 

전문가들은 식단을 한 번에 바꾸기 어렵다면 ‘국물 남기기’부터 실천하라고 조언한다. 국물을 절반만 남겨도 제품에 따라 수백 mg 수준의 나트륨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성인 하루 나트륨 섭취 제한량은 2000mg으로, 라면 한 그릇을 국물까지 비우면 한 끼 만에 대부분을 채울 가능성이 있다. pexels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성인 하루 나트륨 섭취 제한량은 2000mg으로, 라면 한 그릇을 국물까지 비우면 한 끼 만에 대부분을 채울 가능성이 있다. pexels

대학병원 영양팀 관계자는 “면만 따로 삶아 옮겨 담거나, 국물에 밥을 말지 않는 것만으로도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물을 마실 때 숟가락 대신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된다.

 

결국 짠맛에 익숙해진 미각을 되돌리는 일은 거창한 식단 혁명보다 작은 절제에서 시작된다. 오늘 밤 라면 용기를 든 손을 잠시 멈춰보자. 빈 라면 용기 바닥에 찰랑이는 붉은 국물 앞, 숟가락을 조용히 내려놓는 2분의 망설임이 10년 뒤 내 콩팥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처방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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