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구심 커지며 증시 널뛰기 이어져
오픈AI 올트먼도 “거품 꼈다” 인정
“투자비 회수 아직 이르다” 반박론
“반도체칩 등 수요 명확한 실체 기반
주가 따라 산업 자체 규정 경계해야”
“투자자들이 기하급수적 성장을 당연시하며 수익성 우려를 간과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한 영화 ‘빅쇼트’의 실제 모델인 마이클 버리가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남긴 경고다. 버리는 현재의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1990년대 후반 닷컴버블과 흡사하다며, AI 기술이 경제를 재편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막대한 자본이 지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AI 기업들은 실질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며 거품 우려를 일축한 것을 두고, 2005년 앨런 그린스펀 당시 의장이 “주택 가격에 버블 조짐은 없다”고 단언했던 상황과 닮았다고 지적했다. 당시의 낙관론은 3년 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촉발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실제 빅테크(거대기술기업)들이 쏟아붓는 막대한 자금이 그에 상응하는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하면서 글로벌 증시는 최근 조정 국면을 지나고 있다. 전문가들도 일부 기술주의 단기 과열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AI 산업의 구조적 성장은 거품이 아닌 실재하는 것이라고 보는 분석이 우세하다.
◆랠리 멈추고 변동성 확대
국내 유가증권시장은 올해 하반기 들어 AI 랠리를 이어가다 최근 거품 공포로 이어지는 큰 변동성 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2669.81로 출발한 코스피는 7월 이후 본격 상승세를 탔다. 특히 9월 중순 3400선을 돌파한 뒤 10월까지 1∼4 거래일 간격으로 마디지수를 갈아치우며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는 행보를 이어갔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술주가 실적 개선 기대와 투자 사이클 전망에 힘입어 시가총액 상단을 끌어올린 것이다.
11월 들어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종가 기준 4200선(11월3일)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연일 2∼3% 하락장을 겪으며 3800∼3900선을 오갔다. 12월 들어선 AI 투자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여겨지는 클라우드 기업 오라클과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실적에 따라 테크주 회의론과 강세론이 부상하며 널뛰기 장세를 보였다. 이런 조정 흐름에는 AI에 대한 고평가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 핵심은 빅테크들이 AI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투입 대비 수익(ROI)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수익성 지체’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구글, 아마존, 메타 등은 지난 9월 이후 약 130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며 자금 조달에 나섰다. AI 열풍으로 시가총액 1위에 오른 엔비디아 몸값은 약 4조6000억달러로, 미국·중국·독일을 제외한 모든 국가의 경제 규모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수익 모델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프라 선점을 위한 투자 경쟁만 과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지속하고 있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조차 “지금은 꽤 거품이 낀 상태”라고 인정했고, 월가에서도 “향후 12∼24개월 주식시장이 10∼20% 하락할 가능성이 있을 것”(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이라며 과열을 경고했다.
◆거품 꺼지면 거센 파급력
AI 관련주가 전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비대해지면서 주가 하락이 소비 위축 등 실물 경제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제금융센터 분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 경제 성장의 상당 부분은 주가 상승에 따라 가계 소비가 늘어나는 이른바 ‘부의 효과’에 기인했다. 주가 상승으로 자산이 늘어난 고소득층이 지갑을 열며 소비를 주도했다는 것이다. 반대로 증시 의존도가 높아진 만큼 AI 거품이 꺼질 경우 ‘가계 자산 감소→소비 위축→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내 AI 관련주 비중은 2022년말 25.9%에서 최근 45.2%까지 확대됐다. 이런 상황에서 AI 관련주가 10% 하락할 경우 미국 전체 소비는 0.15%포인트, 국내총생산(GDP)은 0.10%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해당 추정치는 주가 상승기에 도출된 한계소비성향(MPC)을 적용한 것으로, 공포 심리가 확산하는 하락장에서는 가계가 지갑을 닫는 속도가 훨씬 빨라져 소비와 GDP 감소 폭이 예상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엔비디아가 AI 전부 아냐”
이런 비관론이 AI 산업의 발전 단계를 간과했다는 반박도 나온다. 현재는 투자비 회수를 논할 단계가 아니라 “산업혁명 초기 철도를 깔고 고속도로를 닦는 인프라 구축기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유회준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과거 대형 컴퓨터 시절을 거쳐 PC와 스마트폰으로 발전했듯, AI도 기기 자체에서 구동되는 온디바이스 단계로 확산하는 초입”이라며 “아직 본격적인 시장이 열리지도 않았는데 거품을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도 “테슬라가 자율주행을 위해 칩을 주문하고 구글이 자체 칩을 내놓는 등 반도체 수요는 막연한 기대감이 아닌 명확한 실체에 기반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산업을 특정 기업의 주가와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AI는 특정 기업에 국한된 이슈가 아니라 헬스케어, 물류, 농업 등 전 산업의 생산성을 혁신하는 도구로 봐야 한다”며 “일부 기술주가 고평가 영역에 진입한 것은 맞지만, 이는 개별 기업의 밸류에이션 문제일 뿐 산업 자체를 거품으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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