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 與 사령탑… 개혁 속도전
당정, 재판중지법 등 현안 엇박자
집권여당 대표 역할론 잡음 계속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은 9일 경기 용인 소재 소방서를 격려 방문하고, 유기견 보호소를 찾아 봉사활동을 했다. 통상 정당 대표는 취임 100일을 전후해 정국 현안에 대한 메시지를 내는 게 관행이었지만, 정 대표는 기자회견을 생략한 채 현장 행보로 갈음하는 등 몸을 낮췄다.
최근 불거진 당정 엇박자 논란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민주당이 현직 대통령의 형사 재판을 중단하는 내용의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추진하려다 대통령실의 반대에 부딪히는 등 당 대표로서 대통령실을 뒷받침하기보다 ‘자기정치’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정 대표를 향하고 있다.
이재명정부 출범 후 첫 여당 사령탑인 정 대표는 검찰·사법·언론 3대 개혁 드라이브를 천명하며 166석 ‘거여’ 민주당을 강하게 이끌었다. 지난 8월2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정 대표는 취임 후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폭풍처럼 몰아쳐서 (3대 개혁을) 전광석화처럼 끝내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검찰개혁안과 관련해 “추석 귀경길에 검찰청 해체 뉴스를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속도전을 예고했다. 그의 말처럼 검찰청 폐지 및 수사·기소 분리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은 추석연휴 전에 통과됐다. 언론 개혁 측면에서는 방송사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방송3법을 통과시켰다. 대법관 증원, 법관 평가제 도입, 재판소원제, 법왜곡죄 등을 사법개혁 입법 과제로 선정하고 입법을 추진 중이다.
정 대표의 강경 드라이브 노선은 야당과의 관계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그는 취임 일성부터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면서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악수를 거절하는 등 대야 강경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내란특검 조사를 놓고 국민의힘의 위헌정당 해산심판 가능성도 언급하기도 한다. ‘협치’를 언급하는 대통령실과 다른 기류를 보여주고 있다.
진보진영 내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호의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온도차가 감지되는 등 여권 내 ‘엇박자’ 기류도 엿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 취임 후 첫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정부의 대북 구상을 담은 ‘엔드(END) 이니셔티브’를 제시했는데, 이때 정 대표는 조희대 대법원장 때리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연스레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 메시지가 가려지는 효과를 낳았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당시 대통령실 내부 분위기는 ‘정 대표가 뭐하는 거냐’였다”고 전했다.
특검법을 둘러싼 여야 합의 과정에서는 이를 둘러싼 김병기 원내대표와의 갈등 상황이 노출되기도 했다. 여기에 민주당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 직후 ‘재판중지법’ 처리에 시동을 걸었다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직접 나서 제동을 걸기도 했다.
당내에서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정 대표의 당 공천 관리가 ‘자기 정치’와 ‘집권 여당 대표’ 사이를 가늠할 척도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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