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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자·요지 없는 ‘유령 회의록’… 보여주기식 의사 결정 [심층기획-국가경찰委 새판 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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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06 06:00:00 수정 : 2025-11-06 09:49:45
김승환·안승진·이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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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장막에 가려진 회의

경찰청장 임명 제청 관련 회의 등
‘안건 의결’만 적고 구체 내용 누락
직위·성명·발언 기재 규정 있지만
구속력 없어 임의 작성 사례 빈번

경찰 측 “7명중 6명이 비상임위원
발언자 공개 땐 외부서 오해 우려”
전문가 “일체 기록을 않는 건 문제
전문 공개 등 투명성 제고 나서야”

지난해 7월17일 국가경찰위원회(국경위)가 임시회의를 소집했다. 당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조지호 제24대 경찰청장 후보자 임명 제청에 대한 동의를 요청한 데 따라 열린 회의였다. 경찰법에 따르면 경찰청장은 국경위 동의를 받아 행안부 장관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위원장을 포함한 국경위 위원 6명(1명 불참)과 함께 당시 이 장관, 조 청장 후보자 등 행안부·경찰청 관계자가 참석한 이날 회의는 낮 12시부터 오후 2시15분까지 2시간 넘게 진행됐다. 그러나 회의 종료 후 국경위가 공개한 회의록에는 ‘경찰청장 임명제청 동의 요청안’ 안건명과 그 결과인 ‘원안 의결’만 적어놨을 뿐이었다.

지난해 7월 17일 제 24대 경찰청장(조지호) 임명제청 동의안 심의·의결을 위해 열린 임시회의 회의록 전문. 통상의 국경위 회의록과 달리 심의·의결 결과 등 외에 논의 내용을 기록해 놓지 않고 있다. 국가 경찰위원회 제공

국경위가 이처럼 일부 안건에 대해 사실상 ‘깡통 회의록’을 작성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세칙이지만 회의록에 ‘발언자의 발언요지’를 적도록 해놓고도 별다른 근거 없이 준수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발언요지를 밝혀 놓은 경우에도 그 발언을 누가 했는지조차 회의록에 기재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개개 위원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국경위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권한’은 있지만 ‘기록’은 없다

 

5일 2021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작성된 국경위 회의록 121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경찰청장 임명 제청 동의 안건·국경위 위원장 선출·자치경찰위원회 위원 추천 안건을 상정한 회의의 경우 논의 내용을 기재하지 않은 채 회의록을 작성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2022년 7월5일에는 제23대 경찰청장을 지낸 윤희근 후보자에 대한 경찰청장 임명제청 동의안 심의를 위한 국경위 임시회의가 열렸는데, 조 전 청장 때와 마찬가지로 회의록에는 의결 결과인 ‘원안 의결’만 적혔을 뿐 논의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이 회의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20분까지 2시간 넘게 진행됐지만 국경위가 경찰청장 후보자에게 어떤 걸 묻고 어떤 답을 들었는지 단 한 글자도 남기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8월20일에도 국경위 임시회의가 소집됐는데 제12대 국경위 위원장 선출안이 당시 안건으로 상정됐다. 여기서 현직인 윤용섭 위원장이 선출됐다. 대통령령인 국경위 규정은 위원장을 비상임위원 중에서 ‘호선’하도록 하고 있다. 역시나 관련 회의록엔 윤 위원장이 선출됐다는 결과만 기록됐을 뿐 별다른 논의 내용이나 호선 과정은 기입되지 않았다. 이는 그간 대통령이 사실상 위원장을 내정해 온 터라 국경위 호선 절차라는 게 ‘형식’에 불과한 사정과 무관치 않다는 게 경찰 안팎의 평가다.

국경위는 각 시·도자치경찰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위원 1명에 대한 추천 권한을 갖고 있다. 지난해 3월11월 국경위 임시회의에 강원특별자치도 자치경찰위원회 위원과 충남도 자치경찰위원회 위원 추천안 총 2개 안건이 상정됐다. 안건 내용으로 ‘후보자 인터뷰’가 적시됐지만 정작 회의록엔 실제 인터뷰에서 어떤 부분을 확인했는지 등 내용은 기록하지 않았다. 안건으로 상정된 이들 위원 추천안은 역시나 원안 의결됐다.

 

경찰 관계자는 “위원이 후보자 등에 대해 재산 관계, 신상, 경력 등에 대해 검증하게 되는데 이들 모두가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더라도 논의 내용 일체를 기록하지 않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속기록 형태로 회의 내용을 남겨 놓되 추후 공개 여부를 별도로 판단하는 방안도 있다는 것이다. 국경위에 주어진 인사 권한을 실효성 있게 운영하기 위해서라도 제한적이나마 논의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종술 동의대 교수(경찰행정학)는 “국가인권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등은 전부 속기록을 작성한다”며 “국경위가 그러지 않는 건 문제가 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런 지적에 대해 “합의제 행정기관인 인권위·권익위와 달리 국경위는 자문기구로 법적 지위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누구’를 알 수 없는 회의록

 

국경위 설치·운영 근거가 되는 현행 경찰법에는 회의록 작성을 규정한 조항이 없다. 대통령령인 국경위 규정에 경찰청 과장급이 맡는 간사의 업무로 ‘회의록 작성과 보관’을 정하고 있을 뿐이다.

 

현재 국경위가 생산하는 회의록 양식은 국경위가 자체적으로 정한 예규인 운영세칙을 따른 것이다. 여기엔 회의록에 기재해야 할 사항으로 △회의 출석공무원 등의 직위와 성명 △발언자의 발언요지 등을 명시해 놨다. 다만 구속력이 떨어지는 예규 수준이다 보니 사안에 따라 회의 내용을 남기지 않는 것처럼 국경위가 임의로 회의록이 작성되는 사례가 확인되는 것이다.

 

인사 안건이 아닌 경우에도 회의록에 ‘발언요지’는 기재되지만 그 발언을 어떤 위원이 했는지, 경찰 측에선 누가 답했는지는 기록하지 않고 있다. 최 교수는 “발언 내용이 있다면 당연히 발언자도 같이 기재해야 한다”며 “그래야 회의 참석자들이 자기 발언에 보다 책임감을 갖고 신중하게 의견을 내놓지 않겠냐”고 했다.

사진=뉴시스

경찰 측은 현행 경찰법상 국경위 위원 7명 중 6명이 ‘비상임위원’인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비상임위원들이 모두 생업이 있다. 공무원 신분이 아니다”며 “발언자가 공개되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속기록 생산·일반 국민 방청 등 국경위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도를 도입하려면 위원회 법적 지위 강화·상임위원 확대 등 국경위 실질화 과제가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한국경찰학회장을 지낸 이상훈 대전대 교수(경찰학)는 “현재 무력한 국경위에는 사실상 일반 국민이 확인할 가치가 있는 ‘그 무엇’이 없다고 봐야 한다. 현재의 국경위 위상으로는 속기록·방청 등이 일체 무용할 수밖에 없다”며 “국경위가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의 위상을 부여하는 등 일정한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게 하면서 회의록 실명 전문 공개, 국민 방청권까지 실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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