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해외 생활 마치고 귀국
“보편 가치 위해 일한 경험 소중
‘국민 자유 수호’, 사법 독립 핵심
국제 분쟁 해결 업무 집중 기대”
국제형사재판소(ICC)는 2019년 7월 콩고민주공화국의 반군 지도자 보스코 은타간다에 대한 18건의 전쟁범죄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리며 이렇게 밝혔다.
같은 무장단체에 소속된 여성에 대한 성범죄도 전쟁범죄로 구성할 수 있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기존 전쟁범죄에서의 성범죄 피해자는 적대적인 무장단체 소속 구성원으로 한정하는 경향이 있었다. 해당 판결은 피해자 지위를 소속에 관계없이, 인간의 존엄성을 기준이 되도록 바꾼 판결로 평가된다. 사건을 심리한 정창호 전 ICC 재판관(58·사법연수원 22기)은 이 판결을 ICC 임기 중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ICC 역사상 최연소 재판관이자 역대 두 번째 한국인 출신으로 선출된 정 전 재판관은 지난달 약 10년5개월의 재판관 임기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2011년 유엔 캄보디아 특별재판소(ECCC) 재판관으로 국제 경력을 시작한 것을 고려하면 약 15년의 해외생활을 마쳤다. 그는 13일 세계일보와 만나 “‘국제적인 정의 실현’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위해 일할 수 있었던 것은 법조인으로서 가장 소중한 경험이었다”며 “고국에 돌아와 이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법조계 발전에 기여할 기대가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 전 재판관은 국제 기준과 비교할 때 한국의 형사사법제도는 ‘피해자의 재판 참여 보장’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범죄 피해자가 재판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피해 복구에 중점을 둔 ‘회복적 정의’를 국제 기준에 맞춰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 전 재판관은 ‘사법 독립’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동료 재판관인 폴란드 출신 피오트르 호프만스키 전 ICC 소장의 고국이 사법부 독립 침해 논란을 겪는 모습을 목도했다. 2018년 폴란드는 사법부 인사권을 입법·행정부가 사실상 통제하는 법안을 개정해 비판받았다. 그는 “사법 독립의 핵심은 ‘국가권력으로부터 국민의 자유 수호’다. 법관들이 정치적 인기나 다수의 여론, 혹은 정부나 국회의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서 공정하게 재판해야만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확실하게 지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정 전 재판관은 사법부가 투명성을 높여 국민을 설득하는 방법으로 ICC의 ‘독립 전문가 검토’(Independent Expert Review, IER) 제도를 소개했다. IER은 외부 전문가를 선임해 재판관들의 업무 방식을 개선하고 행정적인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찾는 제도다. 다만 특정 사건이나 재판관 개인에 대한 간섭은 배제하는 것이 특징이다.
정 전 재판관은 법무법인 송우에서 변호사로서 새출발한다.
그는 이해관계가 복잡한 국제무대에서 공정성과 중립성을 키워낸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나 기업 간의 복잡한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중재’(Arbitration) 업무에 집중하고 싶다고 밝혔다. 정 전 재판관은 “국제 분쟁에서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피해자의 입장에 깊이 공감해 왔다”며 “이 같은 ‘공정성’과 ‘경청능력’으로 복잡한 상사 분쟁에서 법적 주장 뒤에 가려진 실질적인 문제와 정서적인 요소까지 찾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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