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트럭에 대구경 야포를 탑재한 차륜형자주포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자동차 기술이 발달하면서 민간 대형 트럭의 도로 및 험지 주행능력이 개선됐고, 반동이 크고 무게가 무거운 야포 포탑을 얹어도 실사격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되면서다.
궤도형자주포보다 기동성과 가성비, 생산성이 높아 세계 각국에서 차륜형자주포를 출시하거나 도입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모양새다.
차륜형자주포를 적극적으로 운용해 수출도 하던 프랑스, 이스라엘 등과 달리 155㎜ 차륜형자주포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한국도 세계 시장에 뛰어들었다.
K-9 자주포 제작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K-9 기술을 활용한 차륜형자주포를 선보인 것이다.
영국 자주포 사업 수주경쟁에서 독일산 RCH-155 차륜형자주포에 밀려났던 교훈을 반영, 서방 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차륜형자주포를 출시했다는 평가다.
기본적으로는 한국군에서 대량 운용하고, 폴란드와 노르웨이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 판매된 K-9의 기동성과 사거리 등을 높인 형태다. 검증된 기술을 토대로 가격·기술적 리스크를 최대한 낮추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최신 기술 적용한 차륜형 K-9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미국 워싱턴 미 육군협회가 주관하는 지상 방위산업 전시회에서 차륜형 K-9A2를 소개했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 주관 무기체계 개조개발 사업 형태로 지난해 말에 착수, 내년 6월쯤 완료될 예정이다.
미 육군 자주포 현대화사업에 맞춘 차륜형 K-9A2는 기존의 K-9A2 자주포에 쓰이는 자동장전 포탑을 8륜 트럭에 탑재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K-9A2 포탑을 모듈화해서 다양한 종류의 대형 트럭 섀시에 포탑을 장착할 수 있다. 사용국의 도로·차량·기후 조건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
현재는 체코 타트라 차체를 고려하고 있으며, 기아자동차 차체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모양새다.
화력에서는 K-9A2와 차륜형이 대등한 수준이다. 기동성과 운영 효율성 측면에서는 차륜형이 궤도형보다 향상된 모델로 평가된다.
새로 개발되는 차륜형자주포의 토대가 되는 K-9A2는 2022년 체계 개발 착수 이후 최종 성능검증이 이뤄지고 있는 최신 궤도형자주포다.
자동화된 탄약 적재·장전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분당 최대 발사속도도 기존 6발에서 8발 이상으로 높아져 짧은 시간 내 강력한 화력을 특정 지점에 퍼부을 수 있다.
사거리 연장탄을 사용하면 최대 54㎞ 떨어진 지상표적 공격도 가능하다. 운용인력은 5명에서 3명으로 감소했다.
차륜형 K-9은 기존 궤도형보다 경량화가 이뤄졌다. 중량은 40t 이하다. 도로 이동 및 유지보수 효율이 크게 향상됐다.
항속거리도 700㎞가 넘고, 속도도 시속 100㎞가 넘는다. 도로망이 발달한 시가지나 경량화된 작전차량 운용이 유리한 지역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승무원은 3명이며, 원격사격이 가능하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 군대는 전략 수송기 등에 병력과 장비를 싣고 수천㎞를 날아가 분쟁지역에 전개하는 경우가 많다.
궤도형자주포보다 가볍고 기동성이 우수하면서도 화력은 동등한 차륜형자주포는 세계 시장에서 충분한 수요가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차륜형 K-9은 미국과 사우디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 미 육군은 향상된 사거리·정밀도·기동성과 재장전 및 지속발사 능력을 갖춘 신형 자주포 도입을 추진 중이다.
미군이 쓰고 있는 M-109A7 자주포는 1960년대 초에 나온 M-109를 개량한 것이다. 미군은 크루세이더를 비롯한 대체 장비 도입을 추진했으나 모두 불발됐고, 우크라이나 전쟁 교훈 등을 반영해 새로운 현대화 사업이 추진되는 모양새다.
미 육군은 신속하게 조달할 수 있는 검증된 자주포 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전선 너머 내륙의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정밀사격, 고속 기동성, 자동화·무인화, 현지 정비와 공급망 연계가 핵심적 요소로 알려져 있다.
차륜형 K-9A2는 이같은 요구조건에 부합한다는 평가다. 현재 차륜형 K-9A2는 시제품 단계이며, 내년 초에 시험평가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후 미국 및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실전 운용 평가와 수출형 모델 확장 등의 후속조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차륜형자주포가 각광받는 이유
과거에는 차륜형자주포가 제3세계 분쟁 지역 개입이나 평화유지활동 비중이 높은 국가에서 주로 쓰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면전 위협에 직면한 국가에서도 차륜형자주포를 구매하거나 도입을 고려하는 사례가 눈에 띈다. 궤도형 자주포를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핵심 포병 전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은 정찰·자폭드론과 전투기에서 투하하는 활공폭탄 공격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잠깐이라도 위치가 노출되면 뜻하지 않은 기습공격을 받을 위험이 크다.
이 같은 위협을 회피하려면 포격 직후 30초 이내에 위치를 변경해서 생존성을 확보하는 사격 후 고속 이탈 전술이 필수다.
또한 높은 수준의 사격 정확도도 갖춰야 한다. 표적에 포탄이 명중할때까지 계속 사격을 할 경우엔 적군에게 위치가 발각될 위험이 있다.
기동성이 우수하고 무게가 가벼우며 사격정확도가 높은 차륜형자주포는 이 같은 전술에 적합하다.
무한궤도 대신 바퀴를 사용해 속도와 항속거리가 궤도형보다 훨씬 높다. 사격 후 고속 이탈 전술은 높은 수준의 속도와 항속거리가 뒷받침되어야 구현할 수 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은 프랑스산 시저, 슬로바키아산 주자나2 등의 차륜형자주포로 사격 후 고속 이탈 전술을 사용, 러시아군에 상당한 타격을 가하고 있다.
러시아 자폭드론과 포격, 공습 위협이 큰 환경에서 차륜형자주포는 발사-이탈-재배치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빠르게 진행되어 생존율이 궤도형보다 약 4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저 자주포는 1분 내 6발을 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사격 후 30초 이내에 즉시 이탈이 가능해 러시아군 대포병 레이더에 포착될 위험을 낮췄다.
스웨덴이 만든 아처 자주포는 장전과 사격, 이동 과정이 자동화되어 있어서 신속한 사격 후 이탈이 가능하다.
차륜형자주포는 트럭 기반 플랫폼을 사용해서 궤도형자주포보다 제조공정이 단순하고 생산단가가 낮다. 기존 군용 트럭이나 장갑차 차체를 활용할 수 있어 부품 수급과 정비 체계가 간단하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맞서 빠른 속도로 군비를 증강해야 하는 서방국가들로서는 차륜형자주포를 긍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재군비를 서두르는 독일은 복서(Boxer) 차륜형장갑차를 기반으로 RCH-155를 개발했다.
최대 사거리가 54㎞에 달하는 RCH-155는 이동 간 사격이 가능한 자주포로 유명하다. 독일 외에도 영국이 채택했으며, 우크라이나에도 일정 수량이 지원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도 미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시그마(SIGMA) 차륜형자주포를 만들었다. 이스라엘군에 내년부터 실전배치될 로엠(ROEM) 차륜형자주포를 개량한 시그마는 신속한 전개와 대량 사격이 가능해 360도 회전으로 분당 8발 이상을 쏠 수 있다.
포탑 내부는 무인화되어 있으며, 모든 조작은 전자식 사격 제어 콘솔을 통해 실행된다. 운용인원은 외부에 노출될 위험이 없다.
표적 탐지에서 사격 후 보고까지의 절차를 진행하는데 1분 이내의 시간이 소요된다. 신속한 사격 후 고속 이탈이 가능하다.
사거리는 40㎞지만, 향후 70㎞까지 연장할 예정이다.
인공지능(AI) 기반 사격 솔루션이 내장되어 있어서 위성항법장치(GPS)·관성항법장치(INS)·드론과 연동이 가능하다.
사막과 시가지가 많은 이스라엘의 지형적 특성을 감안해, 높은 열과 먼지에 의한 기계적 결함을 방지하는 기술도 적용되어 있다.
현재 시그마는 미국 시장에서 차륜형 K-9A2와 경쟁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동과 유럽 지역에서도 판매 제안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미국 시장 외에도 서방의 군사규격을 사용하는 나라를 중심으로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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