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3일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내놓은 정부의 10·15 대책에 발을 맞춘 결정이다. 최근 1430원대를 오르내리는 불안정한 환율도 금리 동결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어 기존 연 2.50%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금통위는 “물가가 안정된 흐름을 지속하는 가운데 성장은 전망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지만 소비와 수출을 중심으로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부동산 대책의 수도권 주택시장 및 가계부채 영향, 환율 변동성 등 금융안정 상황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어 현재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지난해 10월과 11월, 올해 2월과 5월 연속해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완화 기조를 이어갔다. 내수 부진이 길어지고 수출이 둔화하면서 침체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이후 지난 7월부터 속도 조절에 나섰다. 7월과 8월에 이어 이달까지 3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가장 큰 이유는 과열된 부동산 시장으로 꼽힌다. 정부는 6·27 대책에 이어 9·7 대책, 10·15 대책을 잇달아 발표하며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발표된 10·15 대책의 효과를 보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한데, 한은이 현시점에서 금리를 인하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오히려 부추기는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부담이 따른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동성을 더 늘려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사실상 이달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암시하기도 했다.
불안정한 환율도 금리 동결 결정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최근 미국과 관세 협상이 지연되면서 환율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낮) 거래 종가는 1431.0원으로, 4월29일(1437.3원) 이후 5개월 반 만에 처음 주간 종가 기준으로 1430원대에 다시 올라섰다. 기획재정부와 한은은 지난 13일 원·달러 환율이 1430원을 넘나들자 “외환당국은 최근 대내외 요인으로 원화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시장의 쏠림 가능성 등에 경계감을 가지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1년 6개월 만에 구두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올해 마지막 금통위 회의는 다음 달 27일로 예정돼있다. 증권가에선 부동산 시장과 환율 안정화 추세가 보이지 않을 경우 다음 달에도 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이 전망이 나온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부동산 대책 효과 확인까지는 최소 1∼2개월의 시간이 필요해 11월 금통위는 다소 촉박하다”며 “외환시장이 안정을 찾아도 부동산 경기 대응이 여전히 필요하기 때문에 연내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크게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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