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항공기 납치 ‘요도호 사건’
실화 기반 블랙 코미디로 풀어내
설경구·홍경·류승범 등 주연 맡아
“내 작품 중 최고라는 확신 들어”
1970년 3월,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을 이륙해 후쿠오카로 향하던 일본항공(JAL) 소속 민항기 요도호가 공중 납치됐다. 공산주의자 동맹 적군파 조직원 9명의 소행. 승무원 7명과 승객 122명을 인질로 삼은 이들은 북한 평양으로 망명하기 위해 항로를 변경했다. 냉전기 대표적 국제테러사건으로 기록된 ‘요도호 사건’이다.
이 실화가 55년 만에 영화로 탄생했다. 넷플릭스가 지난 17일 공개한 영화 ‘굿뉴스’는 요도호가 김포공항에 비상착륙한 뒤 협상을 마치고 평양으로 날아가는 실제 사건을 블랙 코미디 형식으로 풀어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등장인물과 상황은 대폭 각색했다. 심각한 납치극을 코미디로 비틀어 긴장과 웃음을 함께 만들어내는 이 영화는 21일 현재 넷플릭스 ‘대한민국 TOP 영화’ 1위를 달리고 있다.

2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굿뉴스’의 변성현 감독은 블랙 코미디라는 장르적 실험에 대해 “인명 피해가 없던 사건이었기에 가능했던 시도”라며 “피식 웃다가도 마지막에는 뒤통수에 싸늘한 무언가를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요도호 사건을 전면에 내세워 당시 정보기관과 군, 관료 조직의 행태를 풍자적으로 묘사한다. 중앙정보부장 박상현(류승범 분)은 납치 항공기의 김포 유도작전을 지시하고, 정체불명의 해결사 아무개(설경구 분)는 실무를 맡는다. 여기에 엘리트 공군 중위 서고명(홍경 분)이 투입돼 지상에서 여객기를 다시 납치하는 특수임무를 수행한다.
영화는 적군파가 민항기를 납치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야마다 다카유키, 가사마쓰 쇼 등 일본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극의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변 감독은 “일본인이 나온 한국 영화가 아니라 일본에서 찍은 것 같은 정서를 표현하고 싶었다”며 “일본 배우들에게 시나리오를 그대로 말하기보다 일본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직접 물으면서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세트와 의상 또한 1970년대를 충실히 재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 변 감독은 “‘굿뉴스’의 미술은 고증과 창의력의 조화”라며 “당시 자료를 참고해 고증을 철저히 하되, 블랙 코미디 장르인 만큼 어느 정도는 현실에서 붕 떠 있는 듯한 적정선을 의도했다”고 말했다.
설경구, 홍범, 류승범 세 주연배우는 고루 호연을 펼치지만 조연들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대통령 비서실장 역 박영규, 공군참모총장 역 현봉식, 반공영화 감독 윤경호 등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변 감독과 ‘길복순’에서 호흡을 맞췄던 전도연은 영부인 역으로 깜짝 출연해 화면을 압도한다. 변 감독은 “특정 (실존) 인물을 가리키는 대신 관료주의 자체를 풍자하기 위해 여러 인물을 섞어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장르적 실험도 돋보인다. ‘아무개’는 사건의 한복판에서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관객에게 말을 걸고 사건 진행 상황을 요약한다. 북한 관제사와 남한 공군 중위가 겨루는 긴장감 넘치는 교신 장면은 서부극의 결투 장면처럼 연출된다. 일본 만화 ‘내일의 죠’도 영화 곳곳에 인용되며 시대성을 자극한다. 변 감독은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들을 모아 큰 구성을 만들어 놓고 시작했는데, 결과적으로 만족스럽다”며 “촬영이 끝나는 순간 ‘내 영화 중 제일 좋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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