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슈퍼마켓(준대규모점포·SSM) 개점 지역 규제 일몰 기한을 앞두고 정치권이 이를 5년 더 연장하는 법안을 내놨다. 지역 소상공인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지만, 유통업계에선 영업활동을 제한하는 반시장적인 입법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행법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전통시장과 전통상점가로부터 반경 1㎞ 구역을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해 SSM 개설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다. 해당 조항은 '5년 동안 효력을 갖는다'는 조건을 달고 2015년 신설됐다.
이 때문에 국회는 5년마다 법 개정을 통해 유효기간을 연장하고 있다. 올해는 11월 23일에 효력이 상실된다. 이 경우 SSM 개점 지역 규제는 해제된다. 그 전 국회에서 개정을 통한 기한 연장 또는 일몰로 인한 폐기 여부가 정해져야 한다.
올해는 10월 초 추석 연휴, 그 이후 한 달 동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정감사 일정을 고려하면 조만간 소관 상임위에서 해당 법안을 논의하고 여야가 빠르게 결론을 내려서 25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 상정 여부가 정해질 것이 유력하다.
5년 전인 2020년에도 해당 조항을 연장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9월 24일 본회의에 상정돼 가결됐다. 법안의 국회 통과 후 공포까지 국무회의 심의 및 대통령 재가 등 절차를 거치는 시간이 필요하기에, 일몰 시한(11월 23일)을 고려하면 국감 이후가 아닌 추석 연휴 전에 본회의 상정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유통업계는 '반시장 입법'이라고 반대하며 여당의 개정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도한 규제로 인한 영업활동 지장이 최근 대형마트 몰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데, 정치권이 유통업에 대한 규제를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e커머스 및 지역 내 식자재마트만 반사이익을 누린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현재 e커머스 업체들은 새벽배송이 핵심 영업전략이고, 식자재마트도 크기는 SSM과 같은 준대규모지만 유통산업발전법상 제한을 받지 않아 휴일 영업이 가능하다.
SSM은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만 영업할 수 있어 새벽배송은 시도할 수도 없고, 월 2회씩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한다. 사업의 형태는 동일하지만, SSM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업계는 오히려 지역에 마트가 들어서야 골목상권도 산다는 입장이다. 최근 산업연구원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꾼 대구·청주 지역 신용카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요식업 등 마트 주변 상권의 매출이 마트가 없는 지역보다 3.1% 증가했다. 휴일에 마트를 방문한 고객들이 인근에서 돈을 쓴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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