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비용률 2023년 기준 49.2% 달해
1999년 38.7%서 24년 새 10.5%P ↑
정부, 유통구조 온라인 전환 등 추진
한국의 애그플레이션(농산물로 인한 물가상승)이 심화하는 가운데 농산물 가격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유통비용’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월동무와 양파, 고구마의 경우 소비자가격의 70% 이상이 유통비용인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보고서에 따르면 농산물 유통비용률은 2023년 기준 49.2%로 10년 전인 2013년(45.0%)보다 4.2%포인트 높아졌다. 소비자가 배추 한 포기를 1만원에 샀다면 유통업체들이 4920원을 가져가는 셈이다. 1999년 38.7%였던 유통비용률은 24년 만에 10%포인트 넘게 높아졌다.

일부 품목의 유통비용률은 70%를 웃돌았다. 월동무의 경우 78.1%로 가장 높았고, 양파(72.4%), 고구마(70.4%)가 뒤를 이었다. 배추·무(엽근채소류)는 64.3%, 과일류와 과채류, 축산물은 50% 안팎, 쌀 등 식량작물은 35.9%로 상대적으로 유통비용률이 낮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신선도 때문에 유통기한이 짧을수록 유통 비용률이 더 높아지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농가 판매가격의 누적 상승률이 소비자가격 상승률에 비해 낮고 그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영세한 생산 농가에 비해 도매업체나 소매업체의 시장지배력이 큰 상황”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정부는 이처럼 불합리한 농산물 유통 구조 개혁을 준비 중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두 체감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유통 구조 개혁에 속도를 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산물 유통구조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 규모를 늘려 유통 단계를 축소하고 비용을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온라인 도매시장 중심으로 유통구조를 전환 △연간 거래 규모 20억원 이상인 판매자 참여 기준 폐지 △도매시장 정가·수의 매매 체계 신설 △농산품 생산·가격 정보 제공 확대 등을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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