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의 한 지역주택조합이 3년 넘게 착공을 하지 않고 있는 금호건설 대표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시공사 요구대로 공사비를 230억원 늘리는 재계약까지 했지만 공사를 무기한 미루며 “조합원 고사 전략을 펴고 있다”는 게 조합 주장이다. 금호건설 측은 부동산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경기 안성당왕 지역주택조합은 지난달 27일 경기남부청에 금호건설 조모 대표이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배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해당 건설사 이모 상무에 대해서도 사기 혐의로 함께 고소했다. 조합은 고소장에서 “시공사가 공사를 진행할 의사가 없음에도 이를 숨기고 공사비 증액을 유도한 뒤 착공을 거부해 손해를 입혔다”며 “이는 명백한 사기이자 조합의 정당한 업무를 방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지역주택조합 형태로 경기 안성시 당왕동에 530여세대 규모의 아파트 신축을 추진하는 조합은 2016년 설립돼 2020년 7월 공동주택 사업계획 승인을 받았다. 이후 2022년 2월 금호건설과 총 공사비 891억원, 공사기간 28개월 조건으로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했고, 한국주택금융공사(공사)의 신용보증 승인을 바탕으로 부산은행으로부터 33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기표 예정(대출 실행)도 통보받았다.
그럼에도 사업은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수년째 멈춰있다. 공사 보증이 확정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선 시공사의 연대보증이 필요한데 금호건설이 2022년 말부터 대출에 필요한 연대보증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사이 공사에서 승인한 대출기한이 종료돼 조합이 당초 계획한 자금조달이 무산됐다.
조합은 시공사를 새로 구하게 되면 시와도 협의를 다시 진행해야 하는 등의 어려움이 있어 지난해 7월 다시 금호건설과 ‘변경도급계약’을 체결했다. 새 계약에서 공사비는 약 230억원 늘린 1121억원으로, 공사 기간은 8개월 늘어난 36개월로 조정했다.
당시 금호건설 이 상무는 조합 임시총회에 참석해 “조합원 추가 분담금 계약만 체결되면 공사를 시작하겠다”고 공언했고 조합은 이에 따라 관련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착공 신고필증을 받았다. 공사부지 인도 준비도 완료됐다.
착공은 지난해 8월 들어가기로 했지만, 금호건설은 또다시 공사를 개시하지 않고 있다.
조합은 “금호의 두 차례에 걸친 착공 거부로 사업이 좌초 위기에 처했고 내 집 마련의 꿈을 가졌던 265명의 조합원이 지연기간 동안 상승한 공사·금융비용으로 적게는 58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상당의 추가 분담금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며 조 대표와 이 상무를 상대로 고소에 나서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금호건설은 최근 공사를 계속 지연할 경우 수십억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는 내부 검토 및 외부 법무법인 자문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조합은 “금호건설 경영진은 회사 내부, 외부의 객관적 의견을 무시한 채 본 공사를 무기한 연장시키며 조합과 조합원들을 고사시키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합은 이번 고소와 별개로 올해 4월 서울중앙지법에 금호건설을 상대로 약 89억6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다. 5월에도 조합원 37명이 1인당 2000만원씩, 총 7억4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수원지법에 제기하기도 했다.
착공 지연과 관련해 금호건설 관계자는 “미분양을 우려해 착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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