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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참변’ 집에 혼자 있는 아이들…“심야 돌봄 지원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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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12 15:00:00 수정 : 2025-07-12 14:07:44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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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에서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발생한 화재로 어린 자녀들이 목숨을 잃는 참극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잇단 참사가 심야와 새벽 시간대에 발생했던 만큼 돌봄 시간이 늘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우선 수요 조사를 벌이면서 돌봄 체계 확대를 검토 중이다.

 

12일 취재를 종합하면 행정안전부는 전날 김광용 재난안전관리본부장 주재로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교육부 등과 함께 ‘어린이 안전대책 관계기관 긴급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지난 2일 화재가 발생한 부산 기장군 기장읍 한 아파트 내부 모습.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이날 회의는 최근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10살·7살 자매가 숨진 지 9일 만에 부산의 또 다른 아파트에서 불이나 8살·6살 자매가 숨진 데 따른 것이다. 두 사고 모두 밤과 새벽에 부모가 출근 등으로 집을 비운 사이 발생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부모들이 일터에 나간 사이 화재로 아이들이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며 “곧 방학철인 만큼 유사한 피해를 막기 위해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관계 부처들은 돌봄 사각지대 최소화를 포함해 어린이 안전대책 전반을 서둘러 점검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회의에서는 복지부와 여가부를 중심으로 심야 시간 돌봄 확대, 저소득층 이용자 부담 완화, 24시간 지역아동센터 운영을 비롯한 돌봄 서비스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어린이 화재 피해는 대부분 집에서 발생한다. 소방청의 ‘최근 5년간(2020∼2024년) 발화 장소에 대한 피해 연령별 인명피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13세 미만 어린이 화재 피해자 214명 중 171명(71.25%)이 가정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지거나 부상을 당했다. 화재로 숨진 어린이 30명은 모두 가정에서 일어난 화재 탓에 목숨을 잃었다. 복지부의 2023년 아동종합실태조사를 보면, ‘거의 매일 혼자 집에 있다’고 응답한 9~11세 아동은 6.6%에 달했다. 10년 전인 2013년 6.1%보다 늘었다.

 

이런 ‘나홀로 아동’ 문제는 해외에선 심각한 사안으로 여겨진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의 경우 12~16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은 법적으로 보호자가 아이를 방치하면 처벌까지 받는다.

 

특히 새벽, 야간, 주말 등 비정형 시간대에 일하는 일명 ‘달빛 노동자’ 가정의 경우 돌봄 공백 사각지대에 놓인 상황이다. 정부의 돌봄 지원 정책 대부분이 평일 낮에 일하는 직장인들에게 맞춰졌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방과 후 돌봄을 위한 늘봄학교를 지난해부터 전면 확대했으나, 최대 오후 8시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통상 오후 5∼6시면 집이나 학원으로 아이들은 돌아간다. 이마저도 지원자가 많아 이용을 못 하는 학생들이 있다. 

 

여성가족부도 생후 3개월부터 12세 이하의 아동이 있는 가정에 찾아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돌봄서비스를 운영하지만, 대기 시간이 길다는 점 등이 한계로 지적된다. 보건복지부는 지역아동센터, 다함께돌봄센터 등 마을돌봄시설을 지원하고 있으나, 역시 오후 8시까지만 문을 연다. 

 

달빛 노동자들을 위해 시간제 보육, 주말 보육, 야간보육 등 다양한 시간대에 제공되는 보육서비스의 접근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부모들의 다양한 근로 형태에 맞춰 유연하게 돌봄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사회복지연대도 최근 성명을 내고 “부모가 새벽 청소와 저녁 장사를 위해 집을 비워야만 했던 시간에 발생한 화재들은 비극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히 보여준다”며 “비정형 시간대 노동자들이 실질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긴급돌봄의 문턱을 낮추고, 돌봄 노동자에 대한 합당한 처우 개선을 통해 안정적인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장 정부는 돌봄 지원 시간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복지부는 지역아동센터와 다함께돌봄센터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심야 돌봄 수요를 파악 중이다. 지난해 기준 지역아동센터는 4206개소로, 11만838명의 아동이 이용 중이다. 다함께돌봄센터(1226개소)는 3만1654명의 아동이 다니고 있다. 두 사업의 올해 국비 예산만 3000억원을 넘긴다. 또 지역 사회에서 이웃들 간 돌봄을 나눌 수 있는 방안 등도 지자체들과 논의 중이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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