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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격의 추락, K컬처의 위기 [이지영의K컬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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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3-27 22:57:03 수정 : 2025-03-27 22:5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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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은 한국의 민주주의 성숙도를 평가하며, 지난해까지 유지되던 ‘완전한 민주주의’에서 10계단 하락한 ‘결함 있는 민주주의’로 분류했다. 이는 비상계엄 선포와 이후의 정치적 교착 상태를 주요 원인으로 지적하며, 한국의 민주주의 전망 역시 부정적으로 평가한 결과다. 또한, 한국이 지금까지 받은 점수 중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극단적 갈등과 혼란, 경제 문제 및 대외신인도 하락에 대한 우려를 담은 보도들도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정치 문제의 영향은 정치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상상하지 못할 만큼 다양한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뿌리 깊은 영향을 끼친다. 그중 하나가 문화, 즉 K컬처의 성패이다. 한두 개의 콘텐츠가 마음에 드는 것을 넘어서 어떤 한 나라의 문화 전반에 대한 호감 혹은 매력이 생성된다는 것은 그 나라와 관련된 모든 측면이 총체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야 비로소 콘텐츠에 대한 호감이 다른 산업으로의 연결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진정한 소프트 파워가 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는 중요한 지점에서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그려지던 자유롭고 정의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은 온데간데없고, 단 몇 달 사이에 헌법적 질서를 가볍게 무시하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앞세우는 반민주적인 세력들이 극단적인 갈등을 야기하는 혼란스럽고 암울한 대한민국이 전 세계인들에게 실시간으로 전시되고 있다. 신뢰를 쌓는 데는 아주 긴 시간이 걸리지만 그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은 순식간이라는 것을 지금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국가의 이미지, 국격이 여러 측면에서 곤두박질치고 있는데도 K컬처는 살아남을 수 있다고 순진하게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떻게 만들어진 K컬처인데, 너무나도 한탄스럽고 절망스럽다. 그럼에도 이 나라를 다시 살리기 위해 나선 수많은 응원봉, 그동안 사람들이 빠순이라고 비웃었던 그들, 즉 K컬처의 적극적인 수용자들에게서 엉망이 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마냥 나락으로 떨어지지는 않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본다. 하지만 이 작은 희망이 힘을 가지려면 나라가 조속히 정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헌재에 촉구한다. 하루라도 빨리 상식과 헌법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려주기를. 그래야 우리의 삶과 더불어 우리의 자랑인 K컬처도 살아남을 수 있다.

 

이지영 한국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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