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이 이른바 ‘검수완박법(개정 검찰청법)’을 근거로 검찰이 김 전 장관을 불법 기소했다며 법원이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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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장관 측은 지난 20일 김 전 장관에 대한 수사를 총지휘하고 담당한 이찬규(사법연수원 34기) 부장검사가 공소를 제기했다며 “수사검사가 공소검사를 겸하며 수사 범위의 수사를 자행한 불법으로, 공소기각 판결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는 2022년 이른바 민주당이 주도한 ‘검수완박’으로 개정된 검찰청법에 근거한 주장이다. 검찰청법 4조2항은 검사는 자신이 수사개시한 범죄에 대하여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 부장검사는 김 전 장관을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에서 수사 지휘를 맡았다.
김 전 장관 측은 광주지법 형사12부(재판장 박재성)가 지난 14일 공직선거법 위반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정준호 의원과 선거 캠프관계자 2명 등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검사가 이 조항을 어겼다는 이유로 공소를 기각한 사례를 제시했다. 법원은 “검사가 고발 사건에 대해 조사와 압수수색·구속영장 청구 등을 진행해 수사를 개시한 사실이 인정된다. 자신이 수사 개시한 범죄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검찰청법 4조2항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이 사건 공소를 기각했다.
검찰 특수본은 그러나 이번 사례와 광주지검의 사례가 다르다고 보고 있다.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에 따르면 ‘수사개시’는 △피혐의자와 수사기관 출석조사 △피의자 신문조서의 작성 △긴급체포 △체포∙구속영장의 청구 또는 신청 △압수∙수색 또는 검증영장의 청구 또는 신청에 해당하는데, 이 부장검사는 이에 해당하는 ‘수사개시’를 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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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장관 측 유승수 변호사는 이에 대해 “수사기관 출석,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 등의 명의는 대부분 유병국 검사 또는 양찬교 검사의 명의로 이뤄졌다”면서도 “(수사개시 관련 서류에 있는) 명의가 중요한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부장검사가 실질적으로 수사를 총지휘하고 담당한 검사이기 때문에 공소제기(기소)를 하는 것은 검찰청법 4조2항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유 변호사는 “고발 접수에도 이 부장검사 본인의 도장이 찍혀 있는 등 수사기록 곳곳에 주임검사가 이 부장검사로 표시돼 있고 김 전 장관에게 출석하라고 통화한 것도 이 부장검사”라며 “(유병국∙양찬교 검사도) 이 부장검사의 밑에 있는 검사들인데, 그러면 당연히 수사개시를 본인들이 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서도 법에 명확한 기준이 없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차장급 검사는 “부장검사가 1명밖에 없는 지청에서는 재배당하는 게 어려워서 부장검사 명의로 기소하는 경우가 통상적인데, 중요 사건처럼 부장검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사건에서 부장검사를 수사 검사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있다”며 “법이 명확하지 않아 수사준칙을 따르고 있고, 만약 공소가 기각되더라도 재기소하면 되기 때문에 피고인 측에서도 많이 다투는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 측 변호인이 문제를 삼은 만큼, 27일 열리는 김 전 장관의 내란 혐의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청법 4조2항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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