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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와 서사 절묘히 녹인 스피치의 정석
인류에 AI 유니버스 미래 좌표 제시하는 듯

“제 재킷이 마음에 드시나요? (소개자) 게리 샤피로와 좀 다르게 입어봤어요. 좋지 않더라도 익숙해지세요.” 2025년 젠슨 황의 가죽 재킷은 반짝였다. 젠슨 황은 자신의 시그니처 룩을 살짝 변형해 CES 무대의 첫인상을 새롭게 연출했다. (제품 사진과 대조해 톰 포드에서 만든 8990달러 상당의 악어 무늬 에나멜 재킷인 것 같다는 추측이 나왔다.) 첫 배경화면은 엔비디아 본사를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재현한 디지털 트윈으로 청중을 몰입시켰다.

지난 10일 막을 내린 2025 CES의 뉴스를 압도한 것은 단연 젠슨 황이었다. 예년 CES의 몇 배가 넘는 1만여 관중이 그를 보러 현장에 모여들었다. 젠슨 황이 1시간 30분간 쏟아낸 엄청난 에너지는 감탄을 자아낸다. 박수, 웃음, 함성, 감탄이 쉼 없이 교차했다. 젠슨 황의 스피치 능력은 정평이 나 있지만 이번 CES에서 보여준 키노트도 최고경영자(CEO) 스피치의 교본이라 할 만하다.

젠슨 황과 엔비디아는 빠르게, 거침없이, 압도적으로 시장을 치고 나가는 전략을 고수한다. 올해 CES에서도 젠슨 황은 새로운 제품과 플랫폼 서비스를 쏟아냈다. 2024년 3월 차세대 AI 칩 ‘블랙웰’을 선보인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간이다. 이런 스타일은 젠슨 황의 말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그는 항상 앞서서 지금의 시간을 정의하고 규정한다. 서사를 장악해 엔비디아가 시장 선도자임을 믿게 만든다.

키노트가 끝날 때마다 젠슨 황이 만든 정의, 개념, 사운드 바이트로 구성된 ‘젠슨 황 사전’이 만들어진다.

그는 이번에 로봇 및 자율주행차를 위한 AI 플랫폼 ‘코스모스’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코스모스가 로봇 공학을 위한 ‘챗 GPT 모멘트’라고 정의했다. ‘챗 GPT 모멘트’는 ‘아이폰 모멘트’가 업그레이드된 버전이다. 그는 챗 GPT의 등장을 계기로 2023년부터 생성형 AI의 발전을 ‘아이폰 모멘트’라고 규정했다. 챗 GPT가 그랬던 것처럼 코스모스가 AI 산업의 판도를 바꿔놓을 거라는 얘기다. 그는 거대언어모델(LLM)과 대칭되는 새로운 개념어 ‘세계파운데이션모델(World Foundaion Model)’을 제시해 코스모스를 설명했다. 텍스트 기반의 LLM과 달리 실제 시공간에 기반한 대형세계모델(LWM)을 엔비디아만의 표현으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

젠슨 황은 또한 ‘피지컬 AI’라는 키워드도 선점했다. 피지컬 AI는 인지 AI, 생성형 AI를 거쳐 지금 한창 개발 중인 에이전트 AI의 다음 단계다. 물리적, 실질적 세계에 기반한 피지컬 AI 단계에서는 자율주행차나 로봇이 현실 세계에서 더 적확하고 안전하게 움직이게 된다.

젠슨 황은 엔비디아의 세계를 넓고 크게 펼쳐 보였다. 키노트에서는 GPU뿐 아니라 AI 개발 플랫폼, AI 에이전트, 소형 AI 슈퍼컴퓨터, 자율주행차, 로봇까지 넘나든다. 엔비디아는 AI 신약 개발 플랫폼에도 뛰어들었다. 영역의 경계 없이 시장의 모든 연관 경쟁자를 압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시간적으로는 엔비디아가 창업한 1993년부터 시작해 AI 개발의 역사에서 엔비디아가 어떤 위치를 갖고 있는지 엮어보인다.

젠슨 황은 반짝이 재킷에 이어 또 다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을 처리할 수 있다고 자랑한 원형 그레이스 블랙웰 플랫폼을 방패처럼 들어 보였는데, 마블 유니버스에서 방패를 든 캡틴 아메리카를 연상시켰다. 엔비디아의 비즈니스와 서사, 캡틴 젠슨 황의 캐릭터가 빈틈없이 녹아든 스피치는 기업과 CEO가 고도로 일체화된 경지를 보여준다.

플랫폼9와4분의3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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