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대통령 망명에 빈 관저 습격
명품 즐비하고 차고엔 고가차량 가득
국민 70% 빈곤층 불구 호화생활 누려
‘인간도살장’ 정치범 수용시설도 세상에
정부, 반군에 권력 이양… 국제사회 촉각
美 “시리아, IS 피난처 되는 일 막겠다”
로이터 “이軍, 다마스쿠스 인근 침투”
이, 혼란 틈타 골란고원 영유권 주장도
시리아 반군의 총공세로 54년 만에 축출된 알아사드 독재 정권의 민낯이 차례로 공개되고 있다. 반군을 피해 러시아로 망명한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관저에서는 슈퍼카와 명품들이 쏟아져 나왔고, 정치범 수용소에선 교수형과 고문 등이 자행된 참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BBC, 프랑스 공영 프랑스24 방송 등은 9일(현지시간) 알아사드 정권 붕괴 후 시민들이 다마스쿠스에 있는 알아사드 대통령의 관저로 몰려가 고가의 물품들을 약탈하고, 집기를 파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공개된 영상을 보면 대통령궁 차고에는 람보르기니, 페라리, 애스턴 마틴 등 고가의 자동차 수십대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
시리아의 코미디언 출신 인플루언서 파디 마즈가 알아사드의 호화 저택에서 촬영한 영상도 소개됐다. 영상에는 냉장고에 고기가 가득 차 있고, 냉장고 앞에는 에르메스 종이가방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저택에 몰려든 사람들이 가구를 실어 나르고 미술 작품 등을 옮기는 모습도 담겼다. 커다란 루이뷔통 의류 가방도 촬영됐는데 가디언은 가방이 3만6500파운드(6600만원 상당)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미국 국무부의 2022년 자료를 인용, 아사드 가문의 순자산이 최대 16억파운드(약 2조9000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2022년 기준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시리아 인구의 약 70%인 1450만명이 빈곤층이고, 약 25%는 절대빈곤층이다. 국민이 가난에 시달리는 동안 알아사드 정권은 호화생활을 해온 셈이다.
알아사드 정권 폭압의 상징과도 같은 곳으로 ‘인간 도살장’이라고 불리는 다마스쿠스 인근 세드나야 감옥을 촬영한 영상도 공개됐다.
감옥에는 사람의 뼈를 부수는 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철제 압축기가 있고 바닥에는 붉은색 긴 밧줄 등이 버려져 있었다. 감옥의 각 동은 각기 다른 고문에 특화돼 있고 외부로 통하는 창문은 없다고 반군은 전했다. 감옥에서는 수감자가 다른 수감자의 사망 사실을 적어둔 메모도 발견됐다.
이날 알아사드 정권의 무하마드 알잘리 총리는 반군 측 정부에 권력을 이양하는 데 동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알잘리 총리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알아라비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반군 주축 세력인 하야트타흐리트알샴(HTS)의 행정부 격 조직인 시리아구원정부(SSG)에 권력을 넘겨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시리아 내전 이후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알아사드 정권 붕괴와 관련, 미국은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에 피난처를 재건하는 것을 막을 결의가 돼 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반부패 옹호자 시상식에서 “IS는 이 시기를 자신들 역량을 재확립하고, 피난처를 만드는 데 사용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 일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내 군사시설에 대규모 공습을 가하고, 골란고원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등 시리아의 권력 공백 상태를 자국에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군이 반군이 장악한 다마스쿠스에서 25㎞ 떨어진 지점까지 침투했다고 10일 보도했다. 시리아 내전을 분석하는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반군이 승리한 8일 이후 이스라엘군이 시리아를 300여회 공습했다고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골란고원은 영원히 이스라엘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골란고원은 시리아, 이스라엘, 요르단, 레바논과 동서남북으로 맞닿은 산악 지역으로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때 골란고원을 장악했으나 국제사회는 이를 이스라엘에 점령된 시리아의 영토로 간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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