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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있어도 못 쓴 유공자 이동지원 예산… “탁상행정의 전형” 지적 [2024 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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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0-22 16:52:46 수정 : 2024-10-22 20: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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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위, 보훈부 국정감사

보훈실무관과 병원 외출 동행 시
외부차량 이용 의무화했지만
지청별 전담 운수업체 지정 안 돼
횟수·거리제한에 실효성 떨어져

실무관 ‘이동서비스’ 교육도 안돼
“자차 이용 직원 주의조치만 남발”
보훈부 “고령자 활동지원 늘릴 것”

거동이 불편하거나 고령의 국가유공자가 병원에 가거나 외출할 때 이동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처음 반영된 예산이 단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의원이 보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이동보훈복지사업 지침 중 국가유공자 이동지원에 배정된 예산 2억8096만원의 집행률이 0%인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가보훈부, 독립기념관 등의 국정감사에서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가운데)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지원서비스는 고령 유공자의 집에 실무관들이 방문해 가사, 우애, 편의 등을 돕는 ‘재가복지서비스’ 대상자를 상대로 한 보훈부의 복지 사업이다. 그동안 ‘재가보훈실무관’(구 보훈섬김이)들은 담당 유공자들이 병원에 가거나 외부 일정이 있을 때 자신의 차량으로 이동을 돕는 경우가 잦았다. 고령의 유공자들은 상시로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고 약 처방을 받아야 하는 데 거동이 불편해 혼자 이동이 불가능하고 가족과 같이 살지 않아 실무관들의 도움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실무관들이 자신의 차량으로 유공자와 병원 동행을 하다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았고 2018년에는 50건이 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경우 실무관들이 모든 책임을 져야 했기에 보험 가입 요구가 있었지만 보훈부는 실무관의 자차 이용을 전면 금지했다. 이런 조치로 실무관들과 유공자들 간 마찰이 생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보훈부는 병원 방문·외출 시 실무관들이 동행할 때 차량이 필요한 경우 외부 차량을 이용하고 이에 따른 요금을 지원하는 ‘2024년 이동보훈복지사업 지침’을 발표했고 올해 3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반영했다. 다만 이동지원서비스는 지청별로 지역 운수업체와 계약을 통해 차량 이용요금을 지원하게 되어 있는데 발표 이후 실제 지청별 운수업체와 계약한 사례는 없었다. 이동지원 예산은 연말까지 다 쓰지 못하면 불용 예산으로 국고에 반납해야 한다.

 

보훈부 노동조합에 따르면 실무관들은 이동지원서비스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았고 실무관 대부분 해당 서비스의 존재를 모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비스에 대해서 안다고 하더라도 운수회사와 계약을 맺고 유공자들이 외출할 때마다 차량을 받아야 하는데 계약을 맺으려는 업체를 찾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시·군·구 이동 시 10㎞ 범위에서만 허용되고 1회 한도 금액이 2만원이다. 한 사람당 연간 3회만 이용할 수 있는 탓에 매달 병원을 주기적으로 방문해야 하는 고령의 유공자들 입장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가보훈부에 '영웅을 기억하는 나라' 글귀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이런 이유로 재가보훈실무관들은 유공자 및 서비스 대상자들과 병원에 동행할 때는 여전히 자기 차량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보훈부는 사고 위험 등을 이유로 자차 이용을 금지했기 때문에 실무관 중 적발되어 주의 처분을 받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그럼에도 유공자들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어 자신의 차량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보훈부는 이날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유공자 고령화에 대비해 활동지원서비스 확대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집행 의지가 없거나 현장의 실태를 정책에 반영하지 않으면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 의원은 “현장의 목소리를 잘 듣고 정책을 준비해야 했는데, 성급한 탁상행정의 결과”라며 “이동지원사업은 고령의 유공자에게 꼭 필요한 사업으로 노사 실무자와의 소통을 통해 정책을 시행하고 예산이 불용되지 않게 조속히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훈부는 연초 이동지원서비스를 도입해 지방보훈관서를 상대로 제도 시행 교육을 했지만, 시행 초기 현장 적용에 미흡한 점을 확인했다”며 “집행 독려와 대상자 홍보 등을 통해 제도가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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