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삼노 “이제 이 회장이 직접 입장 밝혀라” 자택 앞 기자회견
삼성전자 노사 간 입금교섭이 재차 결렬되자, 노조가 이재용 회장의 자택 앞을 찾아가 문제 해결에 앞장서라고 촉구했다. 정작 이 회장은 ‘2024 파리 올림픽’ 참관과 비즈니스 미팅 등을 위한 유럽 출장으로 집을 비운 상태다.
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 회장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는 이 회장이 총파업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서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8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 전삼노는 지난달 29일부터 사흘간 사측과 임금 인상과 성과급 제도 개선 등을 놓고 집중교섭에 나섰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4년 전 이재용 회장이 ‘무노조 경영 철폐’와 노동 3권 인정을 이야기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이 회장이 본인의 약속을 지켜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현국 부위원장은 “지난 3월 서초(사업지원TF)에서 사측이 약속한 휴가제도 개선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며 “그로 인해 이번 파업이 파생된 것이기에 파업의 책임은 전적으로 사측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돈을 더 달라는 게 아니라 삼성전자에 헌신했던 우리를 인정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삼노는 △성과급 제도 개선 △노동조합 창립 휴가 1일 보장 △전 조합원 기본 인상률 3.5%(성과급 인상률 2.1% 포함 시 5.6%) △파업에 따른 조합원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을 요구해 왔다.
사측은 △노조 총회 4시간 유급 노조활동 인정 △전 직원 50만 여가포인트 지급 △향후 성과급 산정 기준 개선 시 노조 의견 수렴 △연차 의무사용일수 15일에서 10일로 축소 등을 제시하며 노조 측 안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전삼노가 막판에 임직원 자사 제품 구매 사이트 ‘삼성 패밀리넷’ 200만포인트를 추가로 요구하면서 협상이 다시 어그러졌다는 후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포인트를 통해 파업 참여 노조원의 임금 손실 대부분을 보전받으려는 의도가 있어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전삼노가 대표교섭 노조 지위 상실을 앞두고 투쟁 수위를 끌어 올리기 위해 이 회장의 자택을 방문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삼노는 오는 5일 이후에는 대표교섭 노조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
대표교섭노조가 기간 내 교섭을 타결하지 못하면 다른 노조가 개별 교섭을 진행하거나 다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아야 한다.
현재 삼성전자에는 전삼노 외에도 사무직노조, 구미네트워크노조, 삼성전자노조 동행, DX노조 등 4개 노조가 더 있다.
최근 삼성전자노조 동행이 전삼노의 파업을 비판하는 등 노노 갈등으로 전삼노의 파업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삼노는 이에 대해 “우리가 가장 큰 노조이기 때문에 교섭권을 잃는 게 아니다”며 “새로 교섭권을 얻어야 하는 기간에 잠시 파업권을 잃는 것뿐이고 다시 교섭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삼노는 국회, 법조계, 시민단체 등과 연대해 파업 규모를 키우고 투쟁 수위도 높여간다는 방침이다. 오는 5일에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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