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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살며] 반말과 존댓말의 경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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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7-24 23:05:02 수정 : 2024-07-24 23: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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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느 날 몸이 좋지 않아서 동네 한 병원에 진찰을 받으러 갔다.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접수를 마치고 대기석에 앉아서 차례를 기다렸다. 간호사가 내 앞사람을 ‘OOO님’이라고 불렀고 진찰실로 친절하게 안내했다. 그런데 내 차례가 되었을 때는 그냥 ‘루이자’라고 불렀다. 순간 당황했지만, 간호사를 따라갔다. 나와 앞사람과 차이는 그는 한국인이고 나는 외국인이라는 것밖에 없었다. 주위 외국인 친구들에게 물어보았더니 나뿐만 아니라 그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그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외국인이라 반말하는 건가? 외국인에게 반말을 쓰기로 하는 결정은 과연 어떤 순간, 어떤 상황에서 이루어지는가? 심리학자가 아닌 나는 이런 결정이 무의식적인 과정인지 의식적인 과정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추측하건대 외국인은 한국어의 존댓말과 반말을 잘 구별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 반말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그 저변에 깔린 게 아닌가 싶다. 아무튼 한국어처럼 존댓말과 반말이 있는 언어권에서 온 외국인들에게 낯선 사람이 느닷없이 사용하는 반말은 귀에 거슬릴 수밖에 없다.

택시나 매점 등 서비스업 종사자들도 반말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외국인 고객도 비용을 내고 서비스를 받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든다. 이는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고객 만족도를 저하할 수 있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외국인 고객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인식하면, 이는 고객 만족도와 재방문 의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외국인 고객에게 반말을 사용하면 그들이 무례하게 느낄 수 있으며, 이는 문화적 오해로 이어질 수 있고, 특히 한국문화를 잘 아는 외국인에게는 더욱 큰 불쾌감을 줄 수 있다.

사하부트지노바 루이자 조이로브나 남서울대학교 조교수

반말의 남용은 한국어 학습에도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내 학생 중에는 여전히 존댓말과 반말 사용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반말을 자주 듣기 때문에 그것이 정상적인 대화 방식이라고 생각하고, 때로는 교수들에게도 반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교수는 그들이 반말하는 이유를 잘 알고 있어서 이런 상황을 너그럽게 받아넘긴다. 일부 학생은 반말을 빨리 가르쳐 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본인도 상대방에게 존댓말이 아니라 반말로 말하고 싶다고 한다. 이때는 그들의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교육자로서 이와 같은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그들을 어떻게 달래야 하는지 모를 때가 종종 있다.

외국인에게 반말을 사용하는 것은 단순히 언어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무례함, 혼란스러움, 관계 형성의 어려움, 한국의 이미지 훼손, 문화적 민감성 결여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은 보통 존댓말을 먼저 배우고, 이 언어를 통해서 의사소통 연습을 한다. 반말을 갑작스럽게 접하게 되면 존댓말과 반말의 사용 구분이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외국인과의 의사소통에서는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를 통해 상호 존중과 이해를 이룰 수 있고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사하부트지노바 루이자 조이로브나 남서울대학교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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