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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잠수사 황병주 “기억하고 목소리 내야 정부·국회가 정신 차리고 일할 것” [심층기획-세월호 10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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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15 06:00:00 수정 : 2024-04-15 09: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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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병에 신장투석… 고통 여전
몸도 마음도 다쳤지만 후회 안해
그때 돌아가도 다시 물속 뛰어들 것”

“당사자가 아닌 이상 참사의 기억을 (점차) 잃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민들이 기억을 해야 이 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참사를 기억하고, 재발 방지의 목소리를 내야 정부나 국회가 더 정신 차리고 일하는 것 아니겠나.”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9일 세계일보 사옥에서 만난 황병주씨는 세월호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황씨는 2014년 4월16일 발생한 참사 당시,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희생자를 수색하기 위해 바다에 가장 먼저 뛰어들었던 잠수사다.

 

세월호 참사 당시 잠수사로 활동한 황병주씨. 남정탁 기자

이날 본 황씨의 팔은 성한 곳이 없이 울룩불룩했다. 원래 신장이 좋지 못했던 황씨였지만, 참사가 있기 전까지만 해도 여든 살 이후 투석을 받으면 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동료들과 293명의 시신을 수습한 후 황씨의 신장 노화는 25년가량 앞당겨졌다. 그는 “참사 당시 세월호 안팎의 희생자를 수습하기 위해 하루 최대 네 차례 잠수해 수중 수색을 벌였다”며 “완치가 어려운 골괴사 진단까지 받아 잠수사 일을 그만뒀다”고 밝혔다.

국가적 재난 사태에 마다치 않고 잠수에 나섰지만, 세월호 수중 수색에 대한 산재 처분은 받을 수 없었다. 황씨는 “기업이 아닌 정부에서 한 일이기 때문에 산재 처리를 받을 수 없다고 하더라”며 “당시 해경이 치료비 지원을 해주겠다고 했는데, 지난해 3월부터는 이마저도 끊겼다”고 토로했다. 후유증에 대한 책임은 개인의 몫이 됐다.

트라우마도 남아 있다. 황씨는 “목포에 접안돼 있는 세월호 선체에 올라간 적이 있다”며 “석 달간 선체 내부 곳곳을 수색했기에 구조를 훤히 알지만, 다시 보니 마치 거대한 괴물 같았다”고 묘사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잠수사로 활동한 황병주씨. 남정탁 기자

그는 “바다에 가라앉은 배 안은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며 “배 안에서 희생자 시신을 만질 때의 기분, 시신을 끌어올릴 때의 모습들은 지금도 문득 떠오른다”고 말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황씨가 바다로 뛰어든 것은 작지만 누군가에게는 전부일지 모를 희망 때문이었다고 한다. 황씨는 “당시 지칠 대로 지쳐서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 즈음 배 위로 ‘당신들은 우리 아이들의 마지막 희망입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봤다”면서 “그때 그걸 보고 마음을 다잡았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몇년 전 아들이 밤늦게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며 “당시 힘든 시기로 기억하는데, 아들이 아빠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내용이었다”며 미소 지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잠수사로 활동한 황병주씨가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신장 투석을 받고 있다. 뉴시스

황씨는 괴로운 기억이라고 해서 세월호 참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황씨는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모두 마찬가지”라면서 “국민들이 항상 기억해야 그런 참사를 조금이라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관심이 없으면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고 힘줘 말했다.

 

황씨는 참사를 겪은 뒤로 “삶이 180도 달라졌다”고 한다. 평생 업으로 삼던 잠수사의 일을 그만두고 지금은 지인이 운영하는 토목회사에서 관리직으로 일하고 있다. 한때 수입이 크게 줄어 생활고를 겪기도 했지만, 그는 10년 전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는 않는다”며 “만약 그때로 다시 돌아가야만 한다면, 몸은 아마 물속으로 뛰어들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예림 기자 yea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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