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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정신건강 혁신안이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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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2-07 23:04:37 수정 : 2023-12-07 23: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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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관리시스템 첫발 의미
붕괴 위기 정신응급체계 복원 시급

지난 5일 정부는 ‘정신건강 정책 대전환 예방부터 회복까지’라는 비전을 선포하고 4개 전략과 핵심과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영빈관에서 열린 정신건강비전선포대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급속한 산업 발전, 1인 가구의 증가, 가족을 비롯한 공동체의 붕괴, 과도한 경쟁 등으로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해졌지만 국가 차원의 본격적인 투자가 거의 없었다”며 “정신건강 문제를 중요한 국가 어젠다로 삼고 적극 해결책을 강구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정책 변화를 적극적으로 조언해 온 김용 전 세계은행총재는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한국의 초고속 성장에 감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질문한다. “그런데 왜 그렇게 자살률이 높은가요?” 실제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 작성 이후 2년을 제외하고 지금도 1위다. 우울과 불안 같은 흔한 정신건강 문제는 이른바 ‘선진국병’이다. 우리 사회는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산업화와 핵가족화가 진행됐다. 과거 대가족사회에서는 정신건강 문제는 개인과 가족의 책임이었다. 그러나 혈연, 지연, 학연의 힘이 약화하면서 우울과 불안은 국민 모두의 문제로 변화했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에 걸맞게 정신건강 문제를 국가적 어젠다로 선포한 것은 의미 있는 변화로 볼 수 있다.

백종우 경희대 의과대학 교수

정부의 정신건강 혁신 방향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그 실효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의 IAPT(근거 기반 전문 심리 상담 서비스)를 비롯한 상담을 제공하는 것은 조기 상담과 접근성 확대에 의미 있는 정책이다. 영국이나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럽 국가들과 미국은 대개 의료보험 시스템에서 인증받은 기관의 전문가가 엄격한 프로토콜에 따라 제공한다. 이들 국가는 석사 이상의 학위와 인증된 수련을 받은 심리 전문가에게만 자격을 부여하고 의료 시스템과 협력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제대로 진행되려면 그에 걸맞은 책임 있는 질 관리와 수련 인증 시스템, 슈퍼비전 시스템이 핵심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

국민에게 정신건강 문제가 발생했을 때 ‘알고도’가 있고 ‘몰라서’가 장벽이 된다. 정신건강 검진 기간을 단축하면 몰라서 인지하지 못한 국민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알고도 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차별이 없어져야 한다. 우울과 불안 검진은 효과가 있겠지만, 조현병이나 조울증을 검진으로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보완이 필요하다.

중증 정신질환의 응급과 지속 관리를 위한 정신의료 서비스도 개선이 시급하다. 국내 정신 응급 체계가 다른 필수의료처럼 붕괴 직전의 위기상황임은 이미 잘 알려져 있으며 가족은 물론 경찰과 소방의 부담이 매우 크다. 일본도 2000년대 중반 비슷한 위기를 경험했다. 이후 응급과 급성기 의료 서비스를 혁신하여 급성기 입원표 개편, 정신과 중환자실 정책수가, 합병증 입원료 등을 통해 종합병원과 정신전문병원 급성기 병상을 확보하고 퇴원 전 치료진이 가정을 방문해 가족을 만나 지역 사회 적응 계획을 돕는 퇴원 지도, 방문 지도 등의 찾아가는 의료 서비스 확대를 통해 이를 개선한 바 있다.

이번 혁신안은 오랫동안 가족의 책임으로 여겨져 온 이송과 입원 결정 시스템에 대해 사법입원에 대한 논의도 시작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입원 제도만이 아니라 지역 사회 서비스 개선과 함께 추진돼야 한다. 해외 선진국에는 지자체에 정신건강국이 없는 곳을 찾기 힘들다. 이번 대책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지자체에서 이를 담당할 조직과 인력의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국민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리더의 결심을 가장 효과적인 정책의 하나로 제시한 바 있다. 훌륭한 계획이 있는 것과 실제로 제대로 시행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그간 우리는 미국, 영국 등 수많은 국가 리더들이 정신건강 정책을 직접 브리핑하고, 아픈 사람들을 위로하는 장면을 지켜보며 부러워했다.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고 관계 부처 장관이 모두 함께한 일은 우리나라에선 최초로 시도된 일이다. 빨리빨리 달려온 대한민국이 넘어지지 않고 꾸준히 앞으로 가려면 이젠 마음도 챙겨야 한다. 사회 리더들의 결심을 기대하고 또 미리 환영해 본다.


백종우 경희대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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