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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따라 환경정책 오락가락… “정부 정책 신뢰도 추락” [심층기획-포퓰리즘 환경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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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2-07 06:00:00 수정 : 2023-12-07 11:2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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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공들인 일회용품 규제 유예부터
남산터널 혼잡통행료 폐지 논의까지
“총선 표심 의식… 환경보호는 뒷전”

시행 직전 일회용 규제 유예해
소상공인 피해 대응 조치라지만
정부 보완책·철회근거 제시 못해

합의 없는 ‘원전 K택소노미 포함’
개발 손들어준 환경영향평가 등
정권별 아전인수식 추진 논란도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표를 노린 이른바 ‘선심성 포퓰리즘’이 환경정책에까지 파고들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달 시행 예정이던 ‘일회용품 퇴출 정책’을 무기한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서울시의회 일각에서는 차량 운전자를 겨냥한 혼잡통행료 폐지 움직임이 일고 있다. 논란이 되자 서울시는 공청회 개최를 공식화했다.

국회 한 상임위원회에 종이컵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그간 정치권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독립영역으로 여겨져 왔던 환경 관련 정책이 선거철이 다가오자 규제 혁신·합리화 등의 이유로 급변하고 있다. 멀리는 50년, 짧아도 10년 앞을 내다보고 추진돼야 할 환경정책이 정치 논리에 따라 변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6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한 달 전인 지난달 7일 식당, 카페 등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에서 일회용품 종이컵 사용 금지 조치를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일회용품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 사용 금지 또한 계도기간을 사실상 무기한 연기했다.

 

정부는 소상공인 피해를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환경정책을 바꾸면서 정책 유예에 따른 파장이나 이를 보완할 대책들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나 납득할 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실제 환경부는 규제 완화 발표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계획대로 일회용품 규제를 이어간다는 계획을 밝혔으며, 지자체에서도 규제에 대비한 설명회 등이 줄을 이었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당시 브리핑에서 “어려운 상황에서 고통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규제로 또 하나의 짐을 지우는 것은 정부의 도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어려운 국민을 돕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의미다.

 

하지만 현장에선 정부의 설명과 달리 환영보다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4년 전인 2019년 11월부터 준비 중이던 정책을 1년의 계도기간까지 뒀음에도 종료를 약 3주 앞두고 갑작스레 바꾼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규제 시행에 맞춰 준비를 해오던 종이빨대·다회용컵 업체 등은 당장 파산 위기에 놓였으며 규제 완화에도 일회용품 감축 대책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정부로 인해 현장 혼란은 가중됐다. 일회용품 규제로 과태료를 물을 수 있는 자영업자 등을 의식한 ‘총선용 선심성 정책’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이 정책은 한 차례 유예를 한 전혀 새롭지 않은 내용으로 당장 올해 9, 10월에도 지자체는 규제로 인한 변화를 안내하고 홍보했다”며 “갑자기 규제를 시행하지 않겠다고 바꿔 버리니 현장에 있는 분들 입장에선 너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허 팀장은 “환경부는 소상공인을 위한다고 하는데 왜 환경부가 소상공인을 대변해야 하며 소상공인의 기준도 정확하지 않은 졸속 발표”라고 했다. 그러면서 “준비가 안 된 발표를 이런 무리수를 둬가며 하는 건 선거와 연결해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은 현장 혼란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 또한 떨어뜨린다. 비슷한 사례로 과거 문재인 정권에선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5개월 앞두고 유치원·어린이집 방과 후 영어교육 금지를 재검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학부모 혼란을 초래한 바 있다. 당시 일각에선 학부모들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계획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철회해 정부의 교육 정책 자체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선거를 앞두고 다수를 겨냥한 정책이 나오는 건 일반적인 현상이다. 특히 내년 총선의 경우 집권 3년 차를 앞두고 여소야대의 상황을 극복해 활발하게 정책을 추진하고 싶어하는 정부 상황을 고려했을 때 표심을 자극할 정책 발표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다수당의 지위를 유지해 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야당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사회적 공론화가 부족하고 환경 보호에 반하는 포퓰리즘 정책에 정부는 특히 더 경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환경부의 일회용품 규제 유예는) 전 국민에게 해당하는 문제로 체감이 큰 전형적인 선거용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던 것을 한순간에 뒤집어버리는 건 내년 총선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평론가는 “선거 포퓰리즘 정책은 정부에 대한 불신감을 키우고 환경 보호에 동참하려 했던 많은 국민에게 모욕감을 준다”며 “더 나아가 업자들 또한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믿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동대문스퀘어호텔에서 고용노동부와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2023 미래내일 일경험 콘퍼런스’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라운더팀이 탄소 배출량 절감 스마트 컵 설루션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심성 규제 완화에 환경보호 뒷전

 

일회용품 규제 완화 외에도 환경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낮춘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발표다. 지난 3월 환경부와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 성장 기본계획’ 정부 안을 발표하며 이전 정부보다 산업계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치를 3.1%포인트 줄였다. 발표가 나오자마자 환경단체 등은 산업계에 지원책만 제공하는 ‘친기업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1호 킬러 규제’로 지목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완화 논의도 비슷하다. 과도한 화학물질관리 기준을 완화해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인데 일각에선 안전이 아닌 산업계 민원 해소를 위한 선심성 규제 완화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에서도 선거를 겨냥한 듯한 포퓰리즘 정책이 논의되고 있다. 서울시는 20일 남산 1·3호 터널 혼잡통행료 정책 방향 공청회를 열고 1996년 도입된 통행료 폐지 논의를 위한 의견수렴을 하겠다고 밝혔다. 교통량 분산 효과가 미미해 통행료 부과가 불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환경단체 등은 서울시가 다가오는 선거를 고려해 포퓰리즘 정책을 펼치느라 환경 보호는 뒷전이라고 말한다. 최화영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미세먼지 문제나 대기오염이 심각해진 기후위기 시대에 수송 부문 측면의 자동차 이용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서울시 자동차 이용자들이 많다 보니 표를 의식한 움직임이지 않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서울 남산 1호 터널의 모습. 뉴시스

◆환경정책, 정권 따라 오락가락

 

정권 따라 변하는 정책도 정부와 정책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특히 현 정부의 경우 약 2년 사이 환경정책이 과거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가는 등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사업 개발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한 환경영향평가 결과도 정권마다 차이를 보인다. 지난달 첫 삽을 뜬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의 경우 41년간 논란이 지속됐다. 1982년 처음 설치 논의가 시작된 뒤 2010년 이명박정부에선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됐지만 2015년 박근혜정부에선 환경영향평가 협의가 통과되지 않아 계획이 중단됐다. 이후 2019년 문재인정부에선 관할 환경청이 평가 부동의 결정을 내리며 사업이 백지화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다시 정권이 바뀌자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협의에 이르게 됐다. 이외에도 제주 제주2공항 건설·주한미군 사드(THAAD) 배치에 대한 반대되는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나오는 등 정권에 따라 환경정책은 여전히 요동치고 있다.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 경제활동에 포함한 정부 발표도 논란이 됐다. 지난해 9월 환경부는 원전을 포함하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를 공개했다. 이전 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힌 지 1년 만에 별다른 공론화 과정 없이 곧바로 개정안을 냈다.


이민경 기자 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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