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 지원 국학기공 수업
출산여성에 매주 1회 무료 제공
공동육아시설 진행 접근성 ‘굿’
임신·육아기 운동공백 해소 도움
“찾아가는 생활체육 지원 늘려야”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면서… 다 같이 합!”
지난달 16일 경기 평택시의 한 공동육아나눔터. 이향주(62) 국학기공 지도자가 두 팔을 앞으로 뻗으며 기합을 불어 넣자 이진주(32)씨도 힘차게 ‘합!’ 소리를 내며 동작을 따라 했다. 10분쯤 지나자 어느새 이씨의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이씨를 비롯한 10명의 여성은 함께 국학기공에 흠뻑 빠져들었다.
이들은 모두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이다. 이날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자녀 양육으로 하기 힘든 ‘운동’을 하기 위해서다. 여성들은 임신·출산·육아기 등을 보내는 30대 무렵부터 체육 활동이 현저히 줄어드는 ‘운동 공백기’ 문제를 안고 있다. 국학기공에 참여한 여성들은 이를 벗어나고자 자녀를 어린이집에 아침 일찍 맡긴 뒤 운동에 참여한 것이다. 대한체육회의 여성체육활동 지원을 받는 이곳 공동육아나눔터에서는 지난 6월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무료로 국학기공이 진행되고 있다.

출산 이후 운동이 절실했던 이씨도 올해 국학기공 시작을 함께한 멤버다. 어린 두 아들을 둔 이씨는 2년 전 둘째를 낳은 뒤 체중이 7㎏이나 불었다. 첫째 때와 달리 살이 자연스레 빠지지 않으면서 관절이 아픈 날이 많았고, 스트레스도 시간이 갈수록 커졌다. 직장 복직도 앞두고 있어 건강 관리가 절실해졌다.
국학기공으로 운동을 시작한 이씨는 점핑 운동도 병행하며 감량에 결국 성공했다. 이씨는 “두 아들을 낳으며 수년간 운동을 하지 못했다. 홈 트레이닝도 아이가 잠에서 깰 것 같아 할 수 없었다”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난 틈에 운동하고 있는데 살이 많이 빠졌다. 근육 뭉침도 많이 풀리고, 상태가 나빴던 관절도 나아졌다”고 웃었다. 이어 “평소 자주 내던 짜증도 줄어서 집안 분위기도 더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웃음꽃을 피우며 국학기공을 즐긴 신모(39)씨도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되고 나서 탈모를 겪었는데, 운동을 시작하고 활력을 느끼면서 머리도 많이 났다”고 말했다.
이들이 참여한 국학기공은 몸과 마음을 함께 단련할 수 있는 한국의 전통 스포츠다. 심신 이완, 스트레스 해소 및 대사증후군 개선에 보탬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30~40대 엄마들은 국학기공의 동작과 호흡에 집중하며 한 시간가량 운동에 매진했다. 때로는 역동적으로 움직이다가도 편하게 누워 긴장을 완화했다. 열띠게 동작을 알려주던 이 지도자는 ‘아이를 바르게 키우려면 엄마가 먼저 바른 자세를 해야 한다’ 같은 당부나 ‘나는 소중한 사람입니다’ 등의 덕담도 잊지 않았다.
무엇보다 빨간불이 켜졌던 엄마들의 정신 건강도 운동과 함께 회복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2021년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출산 후 우울감을 경험한 여성은 52.6%나 된다. 최희선(32)씨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큰 스트레스를 받아 잠을 깊이 잘 수 없을 정도로 불안감이 높았다”며 “주기적으로 운동하고 국학기공을 통해 좋은 호흡법도 배웠더니 편히 잠을 잘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모(42)씨는 “아이들한테 화를 자주 냈는데, 운동을 시작하면서 횟수가 줄었다. 엄마가 달라지니 아이들도 긍정적으로 변하는 듯하다. 이렇게 무료로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역사회에서의 생활체육은 이웃 교류 등 긍정적인 면도 큰 만큼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무엇보다 바쁜 엄마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찾아가는 생활체육’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공동육아나눔터를 운영하는 허영미 평택복지재단 사회복지사는 “이런 활동을 많이 하고 싶어도 예산이나 강사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저출산 시대에 우리 엄마들이 편하게 운동할 수 있어야 한다. 동네 곳곳에서 즐길 수 있는 맞춤형 생활체육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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