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오늘의시선] 대치 정국에 표류하는 선거제 논의

관련이슈 오늘의 시선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3-12-05 23:58:37 수정 : 2023-12-05 23:58:3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김진표 의장, 현행 정수 기준 획정안 요청
총선 코앞인데 선거제 개편 지지부진

2024년 국회의원 선거가 125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건만 선거 준비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을 어떤 선거제도로 뽑을지, 지역구와 비례대표는 각각 몇 명으로 구성할지, 지역구 획정은 어떻게 되는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처음 설치된 1996년 총선 이후 항상 반복되었기에 계속해서 개선의 과제로 남아 있는 문제이지만 이번 선거에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공직선거법 제24조에 보면 “국회의원선거의 선거일 전 18개월부터”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설치하고(제1항), “선거구획정안과 그 이유 및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기재한 보고서를 … 선거일 전 13개월까지 국회의장에게 제출”하여야(제11항) 한다. 그러면 같은 법 제24조의2에 의해 국회가 “국회의원지역구를 선거일 전 1년까지 확정하여야 한다”(제1항). 하지만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자가 12일인 등록신청일을 앞두고도 여전히 선거의 룰과 관련하여 불확실성 앞에 놓여 있는 상태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 정치외교학

혹자는 선거구 획정이 제 시간 안에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가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정당의 추천을 받아 구성되기 때문에 양당의 대리인으로서 서로 싸우며 날을 보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헛다리를 짚은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선거구 획정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역구 의원정수가 먼저 정해져야 한다. 지역구 의원정수는 선거제도와 비례대표 정수에 연계되어 있다. 따라서 선거구 획정은 선거제도가 정해지지 않으면 마무리되기 어렵다. 이번 같이 선거제도나 지역구 의원정수의 결정이 늦어지면 선거구획정위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매우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김진표 국회의장은 꾸준하게 양당의 원내대표들에게 서둘러서 선거제도를 고칠 것을 유도해 왔다. 기다리다 지친 국회의장은 아예 12월1일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에게 현행 지역구 의원정수(253명)를 기준으로 5일까지 선거구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획정위는 인천·경기에서 각각 한 석씩 늘리고 서울·전북에서 한 석씩 줄인 획정안을 어제 김 의장에게 제출했다. 하지만 만약 나중에 여야가 선거제도를 고치고 또 지역구 의원정수를 바꾸기로 합의한다면 다시 선거구를 획정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국회의장이 이렇게 국회에 제출된 획정안을 공직선거법 제24조의2 제2항에 따라 소관 위원회에 회부할지, 또 회부한다면 언제 회부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국회의장이 위원회에 회부한다면 공직선거법 제24조의2 제3항에 의하여 “위원회는 이를 지체 없이 심사하여”야 한다. 그런데 실제 국회가 얼마나 지체 없이 심사할지, 또 선거구 획정부터 마치고 선거제도를 손질하는 역발상이 효과를 낳을지도 예단하기 쉽지 않다. 그래도 아직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이 새롭게 열리는 중이라 매우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당분간 여야가 선거제도에 대하여 차분히 논의할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제21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는 여야의 무한 갈등과 대치가 이어지는 중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노란봉투법과 방송법을 통과시켰는데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민주당은 방통위원장과 검사 탄핵을 시도했고, 양당은 예산안 통과 법정시한도 넘겼다. 민주당은 또 대장동 50억 클럽과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쌍특검은 물론 해병대원 순직 사건과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에 관한 국정조사도 추진하는 중이다. 또 상당수의 장관 교체로 인사청문회가 줄줄이 예정되어 있다. 게다가 민주당에서도 준연동형 비례제와 병립형을 놓고 내분이 벌어진 상태다.

 

총선이 코앞인데 선거구 획정도 마무리하지 않고 선거제도도 결정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국민이 받게 된다. 누가 내 지역의 대표가 될지 모르는 시간 속에 선거는 졸속이 된다. 눈치 싸움 끝에 지역을 잘 모르고 대표성도 없는 사람이 후보로 올 수가 있다. 현역이나 기득권자가 유리한 지역에서는 새로운 인물이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오기도 어렵다. 이번에 김 의장의 새로운 시도가 국민의 시름을 더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김 의장의 파격이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의 역사에 새로운 계기가 될까.


이준한 인천대 교수 정치외교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엔믹스 설윤 '청순 매력'
  • 엔믹스 설윤 '청순 매력'
  • 아일릿 원희 '상큼 발랄'
  • 미연 '순백의 여신'
  • 박보영 '화사한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