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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전문가의 귀촌…"나만의 색 드러내는 제품 만들어요" [귀농귀촌애(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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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3-25 13:44:29 수정 : 2023-03-25 13: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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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전남 구례 ‘예유당’ 김규원 대표
화장품 회사 조향연구소장 내놓고 자연으로
자연에서 향기로 심신 치유, 효과는 두 배였다
우연히 들른 지리산자락 운조루 고택 마을에 둥지
나만의 브랜드 향기 제조 목표···“예비귀촌인 플랜 B,C 필요”

“이 향은 베르가모트에서 추출한 향수로 봄에 좋습니다. 사람의 기운을 올려줍니다.”

 

산수유가 만개한 3월 19일 찾은 전남 구례군 토지면 예유당. 33㎡규모의 예유당 클래스(치유실)에는 라벤더와 로즈머리, 생강, 제라늄, 장미향 등 10여 종류의 향을 담은 손바닥만한 크기의 용기들이 3단 서랍장에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다.

이날 김규원 예유당 대표는 치유실에서 봄만 되면 두통으로 고통을 호소한다는 50대 여성 고객을 마주하고 향기 치료를 했다. 처음엔 5가지 향을 꺼내와 고객 앞에 놓고 한가지씩 냄새를 맡게했다. 냄새를 맡아보고 어느 향이 자신에게 가장 적당한지를 고르는 치유의 시간은 한 시간동안이나 계속됐다. 마음에 드는 향 3개를 선택하자 김 대표가 즉석에서 브렌딩을 했다. “이탈리아 남부가 원산지인 이 향은 긴장과 스트레스를 풀고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김 대표의 설명은 계속됐다. 전문가 냄새가 묻어났다. 김 대표는 향기로 사람의 마음과 몸을 치유하는 조향사다.

 

서른 네살인 김 대표는 서울에 살다가 2021년 9월 이 곳으로 내려온 새내기 귀촌인이다. 나이에 비하면 좀 빠른 귀촌을 한 셈이다. 김 대표가 아무런 연고가 없는 구례에 귀촌을 결심한 것은 5년 전인 2018년이다. 김 대표는 국내 한 화장품 회사에 취직해 조향연구소장까지 올랐다. 당시 여행과 산을 좋아한 김 대표는 시간만 나면 배낭 하나 메고 전국을 돌아다녔다. 지리산을 오르기위해 운조루가 있는 구례 토지면의 한 게스트 하우스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운조루는 영조 52년에 낙안군수를 지낸 류이주가 지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양반가옥이다. 이 고택에는 쌀 세 가마의 분량이 들어가는 원통형 뒤주가 유명하다. 뒤주 아랫부분에 ‘누구나 열 수 있다’는 타인능해 글귀가 쓰여있다. 굶주리는 이웃들을 위해 통나무 뒤주에 곡실을 채워두고 언제든지 누구나 가져갈 수 있게 나눔을 실천했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다.

 

자연과 함께하는 아침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5년간 이 곳을 자주 다녔다. 마을사람들의 인심까지 마음에 들었다. 귀촌의 터를 이 곳으로 잡기로 결심했다.

 

2021년 9월 3일, 김 대표는 서울의 직장을 그만두고 이 마을로 내려왔다. 자연이 없고 사람만 있는 도시 생활이 싫었다. 구례군에서 운영하는 귀촌인 숙소에 머물면서 집을 알아봤다. 한달만에 마을 한 가운데 위치한 기와집을 샀다. 부담스러웠지만 그간 모은 자금을 집 사는데 썼다. 6개월간 리모델링을 했다. 집에 앉아있으면 뒤로는 지리산자락이 보이고 앞으로는 평야가 한 눈에 들어와 꿈꿔왔던 귀촌의 삶이 시작됐다. 

도시에는 없는 농촌의 이웃집 인심도 넉넉했다. “이웃 할머니가 마당 옆의 밭을 갈더니 단호박를 심어줬어요” 초보 농사꾼 김 대표는 먹거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다. 이웃집에서 채소 농사를 지어준데다 철마다 과일과 먹거리를 한 가득 담은 바구니를 집 앞에 놓고가기때문이다.  

 

하지만 귀촌생활의 불편한 점도 있었다. 농촌생활은 동네 사람과 경계가 없다. “이웃에 사는 할머니가 하루는 인기척도 없이 불쑥 집에 들어와 부엌살림을 뒤지면서 나무랄 때가 있었어요” 도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워낙 명랑한 성격이라 이런 걸 개의지 않았다. 

 

넓은 마당과 땅을 밟는 귀촌생활을 시작했지만 빠듯해진 주머니 사정으로 생존 걱정의 벽에 부딪혔다. “주택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데 벌이가 없어 좀 난감했어요” 김 대표는 당시 강의에서 나오는 수입외에는 딱히 고정 수입이 없었다.

 

김 대표는 전공을 살려 집 한켠에 아로마테라피 클래스를 차렸다. 도덕경에 나오는 ‘늘 조심하라’는 내용을 담은 ‘예유당’을 클래스 명패로 달았다. 김 대표는 향장학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한 향기 전문가다. 김 대표는 2020년 제 1회 맞춤형 화장품 조제 관리사 시험에 합격했다. 화장품의 제조와 원료관리, 품질관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검증하는 국가고시다. 유안대학의 겸임교수인 김 대표는 조향의 이론과 실무를 모두 갖추고 있다.

전공을 살리는 뭔가 해야 했다. 지난해 전남창업지원센터에 사업계획서를 내 15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 자금으로 클래스 내부를 꾸몄다. 올해도 7000만원을 지원받는다. 클래스 예우당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참가비가 7만원인데, 재방문자가 많다. 김 대표의 꿈은 천연 오일 향제품 개발이다. “내 브랜드를 갖고 싶었어요. 나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김 대표는 올 8월쯤 천연 향수 키트 제품을 출시할 생각이다.

 

김 대표는 단순한 향을 전하는 단순한 전도사가 아니다. 향에 동양정신을 담아내고 있다. “향기에 동의보감과 음양오행의 원리를 접목하고 있어요” 김 대표는 향기 치료도 결국에는 정신과 마음을 수련하는 원리와 비슷하다고 했다.

 

예비 귀촌인들에게 김 대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준비없는 귀촌생활은 경제적 난관에 봉착한다는 것이다. “귀촌 전에 플랜B와 C를 준비해라” 청년 귀촌인 김 대표가 경험에서 말하는 충고다.


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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