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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세계 경제의 심장부 미국 뉴욕은 ‘코로나 지옥’을 방불케 했다. 도심 길거리에 세워진 트럭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시신 수십구가 썩고 있었다. 영안실 부족 탓에 650여구가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8개월 동안 냉동차에 방치되는 일도 벌어졌다. 자고 나면 요양시설에는 숨진 노인들이 쏟아져나왔다. 사망자가 약 60만명으로 세계 1·2차대전과 베트남전쟁의 전사자를 합친 것보다 더 많다.

대반전이 일어났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그제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들에게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권고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단한 이정표”라고 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만났는데 모두 마스크를 벗었다. 외신들은 “팬데믹에 지친 미국인들에게 거대한 전환을 상징한다”고 평했다. 이스라엘에 이어 미국도 코로나 터널의 끝자락에 다다른 것이다.

어떻게 코로나 지옥에서 벗어났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최고지도자의 역량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 게 틀림없다. 코로나 불길이 급속히 번지는데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시도 때도 없이 “백신 없이도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라질 것”이라며 온갖 음모론과 막말을 쏟아냈다. 방역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역 고삐를 죄고 백신 속도전에 돌입했다. 취임 100일 만에 2억회분 접종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독립기념일(7월4일)에는 코로나 독립을 선언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낙제를 면하기 어렵다. 코로나 상황을 낙관할 때마다 현실은 반대로 흘러가는 일이 되풀이됐다. 지난해 2월 문 대통령이 “코로나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했는데 5일 후 대구 신천지발 대유행이 시작됐다. 지난해 12월에는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한 직후 확진자가 1000명대로 불어났다. 얼마 전에도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 이후 확진자가 700명대로 늘어났고 백신 가뭄도 여전하다. 지금 추세라면 국민의 75%가 접종을 마치는 집단면역 형성까지 2년7개월이나 걸린다니 한숨이 절로 난다. 아직도 방역모범국 찬사에 취해 코로나 실상이 보이지 않는 걸까.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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