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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코로나 방역 사각’ 미등록 외국인 대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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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3-24 23:03:18 수정 : 2021-03-29 13: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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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 확산 후폭풍은 이민자들을 비켜 가지 않았다. 건강보험 체계에 소속되어 있는 국민이나 일부 등록외국인은 정부의 코로나 대응을 통해 재난 지원금 수령 등 각종 사회적 보호를 받지만, 미등록 외국인은 코로나바이러스 사각지대에 온전히 노출되어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국내 미등록 외국인(출입국관리법 제10조 위반자) 수는 39만1000명으로 체류 외국인 201만3000명의 19.4%이다. 2017년 말 미등록 외국인은 25만명으로 체류 외국인 218만명의 11.5% 수준이었으나 불과 4년 사이에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위 통계 수치 외 밀입국자, 국내 출생 미등록 이주 배경 자녀 등을 포함하면 국내 미등록 외국인은 약 50만명으로 추산되어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이들 미등록 외국인들이 ‘코로나19’ 방역의 촘촘한 망에서 벗어나 있어서 ‘회색코뿔소’처럼 우리 곁을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서광석 인하대 교수·이민다문화정책학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방역 관련 정보가 정확하고 신속하게 전 국민에게 실시간 제공되고 있으나 발표하는 관련 정보 대부분은 한국어이며, 외국어 지원은 영어와 중국어 정도에 그치다 보니 외국인에게는 정보전달이 어렵다. 정부의 빈틈을 메워 주던 NGO 단체 통역 서비스 지원도, 지원센터 내방도 사회적 거리 두기로 원활하지 못하고 지원센터가 제공하던 최소한의 무료의료 서비스 공백은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들은 환경이 열악한 곳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아 한 명이 걸리면 걷잡을 수 없이 코로나19가 퍼질 위험이 있으며, 일부 사업주는 감염을 막는다며 이들을 사실상 가둬 두고 있어 인권도 위협받고 있다. 안전한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미등록 외국인 관리 실태를 면밀하게 점검하고, 자가격리 시설 확보 등 범정부 차원 조치가 시급하다.

정부는 코로나바이러스의 방역 사각지대에 놓인 미등록 외국인들이 선별 진료, 검사, 방역에 보다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이들에 대한 단속을 중단하고 검사, 치료 등을 지원하는 등 방책을 내놓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 행정명령 등 강제수단을 동원했으나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 대우로 인권침해 논란이 있다. 차별과 인권침해는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질병이다. 게다가 홍보 부족과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 부족 등으로 단속을 두려워하는 미등록 외국인들이 코로나바이러스 검사에 자발적으로 응할지 의문이 남기에 방역의 손길은 멀기만 하다. 이들은 뿔 달린 외계인이 아니고 지구촌 구성원이기에 그들의 건강권을 지키고 확산의 새로운 진원지가 되기 전에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이러한 사태를 외면하면 더 큰 국가적 대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기에 미등록 외국인에 대한 대사면정책의 수립이 필요하다. 빠른 시일 내에 법무부를 주축으로 범정부 차원 민관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하여 이들에 대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과거 정부가 단계별 체류 허가 시스템을 시행하여 수십만의 미등록 동포 문제를 연착륙시켰던 성공한 미등록 외국인 정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미등록 외국인들에게 단계별 체류 사다리를 만들고 적극 홍보함으로써 그들이 자발적으로 양지로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외국인과 동포, 국민 사이에서 차별과 역차별이 없이 안전한 사회, 건강한 다문화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서광석 인하대 교수·이민다문화정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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