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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역사는 아무리 감추려해도 밖으로 나온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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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5-22 14:02:21 수정 : 2019-05-22 15:3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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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시절 부친이 징병 된 일본군이었다는 사실 공개 / 과거사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70·사진)가 22일 보도된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역사는 아무리 구멍을 파고 감추려고 해도 나올 때가 되면 나온다”고 밝혔다.

 

작가는  최근작 ‘기사단장 죽이기’의 주인공 기사단장이 ‘과거로부터의 메신저’라는 설명을 하면서 “우리는 역사라는 것을 배경으로 살고 있는데, 이는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반드시 밖으로 나오는 것”이라며 “역사는 자신들이 짊어져야 하는 집합적인 기억”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국가의 논리에 따라 커다란 전쟁이 벌어져 사람들이 서로를 죽였던 생생한 기억이 공기에 남아있던 시대에 태어났다”며 “전쟁은 지금도 상상이 아니라는 생각을 강하게 하고 있다. 우리가 굳건한 땅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실은 연약한 진흙에 지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작가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직후인 1949년 태어났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작가는 그동안 작품이나 본인의 입을 통해 일본 사회가 침략의 과거사를 마주 봐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기사단장 죽이기’에서도 중국 난징(南京)대학살 당시 일본군의 만행을 인정하는 내용을 넣었고, 지난 2월 프랑스에서 팬들과 만나는 자리에서는 “자기 나라에 좋은 역사만을 젊은 세대에 전하려는 세력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작가는 지난 10일 발매된 월간지 문예춘추 6월호에 게재된 에세이를 통해 부친이 제국주의 시절 징병 된 일본군이었다는 사실을 처음 공개하며 과거사를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작가는  “1917년에 태어나 1938년 군에 징집된 아버지는 중국에 파견된 소속 부대에서 포로들을 처형한 경험을 내게 털어놓았다”며 “군도(軍刀)로 사람의 목이 떨어져 나가는 잔인한 광경은 말할 것도 없이 어린 내 마음에 강렬하게 낙인으로 찍혔다”고 교사로 알려졌던 부친에 대해 소개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불쾌한, (그래서) 눈을 돌리고 싶어지는 것이 있더라도 사람은 이를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그렇지(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역사라는 것의 의미는 어디에 있겠는가”라고 적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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