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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활용법안 국회서 낮잠… 컨트롤타워 부재도 문제 [발목잡힌 데이터 경제]

입력 : 2019-03-16 16:00:00 수정 : 2019-03-17 13:3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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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명정보 등 관련 법안 13개 묶여 / 더딘 법률 처리에 종사자 ‘발동동’ / 정보보호 소관 부처 일원화 안 돼 / 핀테크 등 적용 법률 제각각 혼란 / 정부 허락한 데이터거래소도 문제 / 기업 2주면 해결할 일 몇 달 걸려 /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 / 데이터거래소 신설 예산 쏟기보다 대학 연구소 연계 처리가 효율적 / 관계 부처 데이터 개방 의지 중요 / 제공 강제할 법적 조항 추가 필요

 

“신규 빅데이터 관련 프로젝트를 하나 추진하려고 하면 정부로부터 허가받기까지만 세 달 이상은 족히 걸립니다. 개인정보 보호 담당기관이 방송통신위원회, 행전안전부, 금융위원회 등으로 분산되어 있어 이들 기관에 일일이 허락받는 것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죠. 한 기관에서 허락한 것을 다른 곳에서는 규제하는 것도 비일비재합니다. 때에 따라 이중 삼중 규제를 받는 것은 다반사라고 할 수 있죠.” (A금융사 팀장)

 

정부가 데이터경제 육성을 경제 활성화의 핵심축으로 상정, 관련 법안 통과 등을 서두르고 있지만 수십 개에 이르는 법안들이 국회의 무관심 속에 장기 계류 중이다.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주무 부처가 여러 개로 분산되어 일관된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것도 각종 데이터 신사업 활성화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들이 속출한다.

 

◆잠들어 있는 데이터 관련 법안들… 뒤처지는 데이터 경제

15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인정보보호법만 총 40개가량으로 낮잠 중이다. 이 중 가명정보 개념 신설 및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상 강화와 관련한 법률만 총 13개로 신산업에 이종 데이터 간 결합이 절실한 금융산업계 종사자들은 더딘 법률안 처리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가명정보’는 생년월일을 나이 또는 세대로 구분지어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안전하게 처리한 정보를 뜻한다. 현재 상정되어 있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에서는 통계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목적으로는 정보주체(국민)의 동의 없이 가명정보 활용 및 데이터 결합이 가능하도록 하는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소관부처가 일원화되어 있지 않아 감독기구의 통합 없이는 관련 법안이 통과된다 해도 유출 시 처벌규정 등이 모호해 혼선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 해외에서 중요한 정보를 받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이다.

개인정보 관련 전문가들은 “유럽, 일본 등 개인정보보호법을 갖고 있는 대부분의 선진국은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서 대부분 하나의 컨트롤타워를 두고 있다”며 “예컨대 유럽연합(EU)의 적정성 평가가 완료된 일본은 독립된 개인정보보호위원회(PPC)를 두고 있어 EU로부터 EU 소재의 기업이 보유한 개인정보를 쉽게 받아보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EU의 정보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EU의 기준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시 책임을 질 수 있는 소관 부처가 여러 개로 나뉘어 있는 게 적정성 기준에 미달하기 때문이라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컨트롤타워가 존재하지 않아 혼란을 느끼는 시민들도 급증하는 추세다. 국내의 한 핀테크 업체는 “현재 개인정보보호법은 온라인 사업자가 영리목적으로 이용자의 정보를 처리하는 경우에는 정보통신망법이 적용되고, 금융분야는 신용정보법이 우선 적용된다”며 요즘같이 스마트폰 보급 및 기업의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확대 등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예컨대 정보통신망법에서는 개인정보가 1건이라도 유출되면 감독당국에 신고해야 하나 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1000명 이상 유출 시 신고대상이 되는 등 상이한 규정 때문에 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데이터 활용 순위 밀리는 한국… 법안 통과 이후가 더 중요

일각에서는 데이터 경제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이 개정된 후에도 정부가 ‘데이터 결합 전문 기관’을 발 빠르게 늘리는 등 재빠른 후속조치를 하지 않으면 빅데이터 선진국들 사이에서 퇴보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는 위기의 목소리를 높인다.

B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지금 정부안은 정부가 허락한 데이터 거래소에서는 이종 간 데이터들을 안전하게 결합하는 것을 허용하고, 이 결과 값을 마케팅이나 신사업에 사용하라는 것인데, 내부적으로 하면 2주면 될 일을 몇 달씩 기다리다 보면 해외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현재 5개 정도 있다는 데이터 거래소를 수십 개 이상 급속하게 널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언급했다.

정부가 허용해 준다는 ‘가명정보’의 개념을 두고서도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개인을 알 수 없도록 안전하게 처리된 정보를 가명정보라 하고 이종 간 데이터 결합을 허용했지만 비식별화 조치가 지나치게 이뤄져 데이터가 뭉개진다면 기존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요 카드사에서 빅데이터를 연구하고 있는 A씨는 “보통 특정인이 식별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근방 50m에 있는 사람의 소비성향 등을 평균 낸 후 이를 한 명으로 처리하고, 다른 데이터들과 결합한다”며 “이렇게 되면 유의미한 값을 얻기 힘들어지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어 적절한 수준의 비식별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은 “결국 가명정보도 이종정보를 끊임없이 결합하다 보면 식별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에 식별화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고 정보 유출 가능성 자체를 줄이는 방안을 제대로 강구하는 것부터 이루어져야 한다”며 “그래야 시민들이 보다 잘 이해하고 업계에서도 이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데이터 분석할 인재풀 확대 투자부터”

 

“법 개정만으로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은 순진한 발상입니다.”

 

15일 차상균(사진)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은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고급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인재풀을 넓히는 데 국가적인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현재는 고급데이터 분석을 다룰 수 있는 인재도 부족하지만 이를 가르칠 수 있는 사람도 극히 한정적”이라며 “이들이 정보가 모여들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할 수 있는 유능한 개발자로 끊임없이 커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종 간 데이터를 결합하고 비식별화 처리를 하는 ‘데이터 거래소’를 신설하는 데 예산을 무작정 쏟아붓기보다 기존의 대학 부설 빅데이터 연구소들과 연계해 이를 처리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차 원장은 “데이터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데이터 처리와 관련한 고급기술을 익힐 수도 있다”며 “아직 (데이터 거래소가) 돈이 된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데이터 거래소를 산발적으로 짓느라 돈을 낭비하는 것보다 대학의 노하우를 활용해 시너지를 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차 원장은 무엇보다 향후 연구목적으로 가명 정보(개인을 특정할 수 없도록 비식별화가 된 정보)들을 연구기관에서 전달받을 수 있게 된다 해도 각 부처의 의지에 따라서 데이터 경제의 발전 여부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에 관계 부처의 데이터 개방 의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재차 피력했다. 그는 “예컨대 국세청의 통계(가명 처리된)를 분석하면 실시간으로 어떤 업종이 뜨고 어떤 업종이 지는지를 거의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며 “관계 기관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데이터 제공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법적 조항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정부가 이종데이터 간의 결합을 통해서, 데이터에 기반을 둔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는 것 역시 빅데이터 사용의 모범을 민간에게 보이는 것은 물론 데이터 경제를 활성화하는 길이라는 점 역시 강조했다.

 

차 원장은 “현재 우리나라 경제정책들을 보면 데이터가 아니라 ‘직감’을 기반으로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며 “이러한 이유로 4차산업의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것 같다. 실업률부터 복지부, 교육부에 널려 있는 데이터들을 다양하게 결합해서 맞춤형 정책들을 입안하는 것을 모범으로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차 원장은 개인정보보호 관련 부처가 일원화되는 게 절실하다는 데도 목소리를 높였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데 여전히 3개의 부처가 난립하고 있어, 데이터 선진국 기준에서 우리나라가 개인정보 보호에 후진적인 국가로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혁신사업을 추진하는 데 지나치게 속도가 더딘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차 원장은 “우리나라의 데이터 규제 때문에 4차산업 발전이 너무 저해되었는데, 이제라도 다양한 정보들이 결합되고, 이것이 향후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혁신 경제를 발굴하고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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