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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 당연" vs "인권 침해"…'자녀 스마트폰 통제 앱' 논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패밀리링크’ 500만건 이상 다운로드 ‘1위’ / 앱 이용시간 확인·다운로드 승인 등 가능 / 이용 웹 목록, 통화·문자기록 모니터링도 / 유아동 부모 2명 중 1명 ‘모니터 앱’ 사용 / 10대 3명 중 1명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 교육·청소년단체선 “통제는 사생활 침해” / “현행법 부모에 통제수단 제공 명시 문제 / 무조건 규제하는 것 보다 절제 교육 먼저” /놀이미디어교육센터 권장희 소장 / “부모들 주도의 통제 결국에는 효과 없어 / 서로 소통해서 이용에 관한 합의 이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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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3-16 11:07:12      수정 : 2019-03-16 15:19:06
#1. 안녕하십니까. 전 이제 중학교 1학년이 되는 학생입니다. 최근 ‘모바일펜스’라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인해 제 인권과 사생활이 침해받고 있습니다. 이 앱으로 인해 부모님이 제 통화·문자기록을 모두 볼 수 있습니다. 학교에선 미성년자도 인권이 있고 사생활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배웠습니다. 이 앱을 삭제해 주세요. 많은 초·중·고등학생이 인권과 사생활을 침해받고 있습니다.(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중 일부)

#2. 이서현(43·가명)씨는 최근 중학교 2학년이 된 딸아이와 스마트폰 때문에 크게 다퉜다. 새 학기를 앞두고 딸이 본인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 ‘패밀리링크’를 지워 달라고 얘기하면서 다툼은 시작됐다. 이씨는 그간 이 앱으로 딸아이의 스마트폰 이용시간을 제한하고 딸이 설치하거나 이용하는 앱을 확인해 왔다. 딸이 “사생활 침해”라며 바락바락 대드는 통에 이씨도 화가 나 “1년 전 스마트폰을 사줄 때 약속한 건 잊었냐”고 소리쳤다. 이씨는 “딸이 말하는 게 완전히 틀린 건 아니란 걸 아는데, 요즘 하도 익명 채팅 앱 같은 걸로 10대 대상 범행도 많고 유해 정보도 너무 접근이 쉬우니깐 완전히 놔줄 순 없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새 학년 시작과 함께 초·중·고등학생들 사이 스마트폰을 통한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부모의 스마트폰 통제를 둘러싸고 갈등이 늘고 있다. 특히 이용시간 제한, 앱 사용 현황 확인, 문자·통화·검색기록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자녀 스마트폰 통제 앱’에 대한 10대 반발이 거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자녀 스마트폰 통제 앱 금지를 요구하는 청원이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한편 특정 앱에 대해 10대들이 대거 최하점 평가를 매기는 ‘별점 테러’도 계속되는 중이다. 오히려 앱 개발사는 ‘아이들의 별점 하나는 이 앱의 진가를 반증한다’며 10대의 별점 테러를 홍보에 적극 활용하는 진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자녀 스마트폰 들여다보는 부모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자녀 스마트폰 관리 목적으로 현재 서비스되는 앱은 ‘패밀리링크’(다운로드 500만건 이상), ‘모바일펜스’(100만건 이상), ‘스크린 타임’(100만건 이상), ‘키즈 플레이스’(100만건 이상), ‘쿠키즈’(50만건 이상), ‘키즈 존’(50만건 이상) 등이다. 가장 많은 다운로드 건수를 기록 중인 ‘패밀리링크’의 경우 자녀가 쓰는 앱의 종류별 이용시간 확인, 앱 다운로드 승인·차단, 스마트폰 이용시간 한도 설정, 위치 확인 등 기능이 있다. ‘모바일펜스’는 여기에 자녀가 이용한 웹사이트 목록, 통화·문자기록의 실시간 모니터링까지 가능하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발표한 ‘2018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아동(3∼9세) 부모 약 2명 중 1명(46.6%)은 자녀의 스마트폰 지도를 위해 ‘스마트폰 사용을 모니터하는 앱을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런 앱이 확산한 건 결국 자녀 세대의 스마트폰 이용이 보편화하면서 통제의 필요성이 증대했기 때문이다. 중학교 1학년 자녀가 있는 실제 아동·청소년은 다른 세대에 비해 ‘스마트폰 중독’ 위험이 높은 게 현실이다. 과기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0∼19세 청소년 약 3명 중 1명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과의존이란 스마트폰 이용량이 많은 데다 스스로 조절이 어려워 신체·심리·사회적으로 부정적 결과를 경험하는 현상을 뜻한다. 청소년 중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29.3%였고, 3∼9세 유아동은 20.7%가 이 위험군에 속했다. 20∼59세 성인 중 비율은 18.1%, 60∼69세는 14.2%였다. 과기부의 ‘2017 인터넷이용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대의 스마트폰 이용률은 97.2%, 유아동은 63.8%였다.

◆“무조건 ‘통제’보다 ‘교육’ 먼저”

이런 현상을 감안하더라도 앱을 통한 자녀의 스마트폰 통제는 ‘인권 침해’라는 게 많은 교육·청소년 단체의 주장이다. 교육공동체 ‘나다’의 인성민 활동가는 “인터넷 접속과 앱 이용을 제한하고 그 사용기록을 조회하는 건 감시대상을 제한 없이 통제하는 일로 통신의 자유,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철저하게 기성세대의 편의를 위해서만 행해지는 일로 청소년을 그저 통제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녀가 스마트폰으로 이용한 웹사이트 목록, 통화·문자기록의 실시간 모니터링 등 기능이 있는 앱 ‘모바일펜스’ 작동 모습. 모바일펜스 제공

이들이 지적하는 더 큰 문제는 현행법이 통신사에게 청소년이 이용하는 스마트폰에 대해 의무적으로 부모에게 통제수단을 제공토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기통신사업법은 ‘전기통신사업자는 청소년과 전기통신서비스 제공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청소년유해매체물, 음란정보에 대한 차단수단을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인터넷 관련 시민단체 오픈넷은 2016년 이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하기도 했다. 오픈넷의 김가연 변호사는 “해당 조항은 전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조치”라며 “자녀에 대한 스마트폰 통제가 필요하더라도, 이건 부모와 자식 간 논의하에 결정할 일이지 국가가 나서서 깔아라 말아라 할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그해 말 해당 법령에 ‘해당 청소년의 법정대리인이 서면으로 불법유해정보의 차단수단을 이용하지 아니한다는 신청을 하면 차단수단을 설치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한다’는 단서조항을 단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현재까지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헌재 결정도 청구 이후 3년이 다 돼 가지만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김 변호사는 “정부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법 자체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 소지가 강하기 때문에 아예 폐지돼야 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며 “더욱이 자녀 통제 앱은 개인의 상당히 내밀한 정보를 취합하고 전달하는 게 목적이라서 보안에 취약할 경우 해킹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비판했다.

스마트 폰을 보거나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하면서 걷고 있는 학생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들은 스마트폰 통제 앱이 근본적인 실효성이 떨어진다고도 주장한다. 이미 자녀가 일탈하기로 마음만 먹으면 해당 앱의 통제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에 쉽게 접근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쉽게 특정 앱을 일시적으로 해제하는 방법이 공유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인성민 활동가는 “어떤 미디어나 대중문화에 문제가 있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무조건 접근을 막는 식으로 규제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절제할 수 있도록 미디어나 대중문화에 대해 충분한 교육을 해주는 것”이라며 “앞으로 기술 발달의 방향은 더 많은 정보에 대한 쉬운 접근일 텐데, 통제는 이 큰 흐름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부모는 스마트폰에 지지 않도록 자녀와 관계 탄탄히 해야”

 

“우리 부모들 문제가 뭐냐면요. 너무 별생각 없이 스마트폰을 자녀에게 사줬다가 나중에 문제가 보이면 뺏거나 강제로 통제하려 든다는 거예요.”

 

놀이미디어교육센터 권장희(사진) 소장은 스마트폰을 두고 벌어지는 부모와 자녀 간 갈등의 근본 원인을 부모의 안이한 태도에서 찾았다. 그는 최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부모 주도의 통제는 결국 효과가 없다”면서 “일차적으로 필요한 건 서로 소통해서 스마트폰 이용에 관한 합의를 이뤄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소장은 지난해 자녀 스마트폰 이용 문제에 대한 부모의 올바른 접근 방법을 담은 책 ‘스마트폰으로부터 아이를 구하라’를 펴냈다.

 

그가 말한 건 처음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사줄 때부터, 스마트폰이 지닌 위험성이 어떤 것인지,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부모가 적당한 때 그 이용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데에 대한 진지한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권 소장은 “이런 단계가 없으면 결국 나중에 스마트폰 이용을 둘러싸고 부모와 자녀 간 감정싸움만 벌이게 된다”며 “아이는 부모가 말하는 말의 내용에 귀 기울이지 않고 강압적으로 느껴지는 태도에 대해서 반발하고, 부모 또한 아이가 주장하는 바에 대해 이해하려 들기보다는 그저 ‘대든다’고밖에 생각하지 않아 화해 없는 싸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니 먼저 부모와 자녀가 모두 합의할 수 있는 규칙을 만들고 자녀 스스로 그 내용을 준수할 수 있는 권한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게 권 소장의 생각이었다. 그는 “부모가 매번 개입해 통제하는 게 아니라 함께 설계한 규칙에 포함된 불이익을 생각해 자녀 스스로 스마트폰 이용을 절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권 소장이 강조한 건 부모도 그 규칙에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밤 10시 이후 스마트폰을 쓰지 않기로 하는 규칙을 정했다면 부모도 그 시간엔 최대한 스마트폰을 쓰지 않아야 한다”며 “그럼 자녀가 ‘해당 규칙이 부당한 게 아니다’란 생각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권 소장은 이 모든 방법이 원활히 수행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결국 스마트폰 이전에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마트폰을 포함한 스마트기기는 너무나 쉽게 이용자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친밀감을 느끼도록 하는데, 이건 원래 부모의 역할을 스마트기기가 뺏기 쉽다는 것”이라며 “이런 관점에서 부모는 스마트기기에 지지 않도록, 자녀와 탄탄한 관계를 형성해 놓는 게 자녀의 스마트폰과 의존을 줄이는 중요 요인”이라고 말했다.

 

김승환 기자·이희진 수습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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