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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규칼럼] 4당 체제는 정치의 새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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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27 23:45:56 수정 : 2017-04-11 14: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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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국회 완전 마비 상황”
학계 “의회중심제로 변화 시작”
다당제는 국민 요구 따른 것
이제 정당이 체질부터 바꿔야
헌법재판소가 어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을 열고 변론을 종결했다. 앞으로 2주 내에 탄핵 인용 여부가 판가름나면 정치의 계절이 막을 올리게 된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정당정치에 큰 변화가 있었다. 집권당 소속 의원들이 대거 탈당해 바른정당을 만들었다. 1년 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 중심으로 국민의당을 창당한 ‘제3당 정치실험’에 이은 ‘제4당 정치실험’이다. 국민의당이 ‘야당 실종’을 배경으로 했다면 바른정당은 ‘여당 실종’으로 잉태된 정당이다. 두 정당은 모두 정당정치 변화로 생겨난 정치의 빈 공간에 둥지를 튼 것이다.

정당별 국회의원 수는 더불어민주당 121석, 자유한국당 94석, 국민의당 39석, 바른정당 32석, 정의당 6석이다.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20석을 넘는 정당이 4개여서 4당 체제라 부른다. 4당의 강령은 제각각이다. 정당정치가 민의를 더 잘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낳는다. 정치학자 최장집은 최근 출간된 ‘양손잡이 민주주의’에서 “그동안 대표되지 못했던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가 더 자유롭게 표출될 수 있도록, 지금 막 조성되기 시작한 다당제를 안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박상훈은 “양당제에서 다당제로의 변화와 함께 대통령중심제에서 의회중심제로의 변화가 사실상 시작됐다”고 했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정치권에선 의외로 부정적 반응이 나온다. 4당 체제 출범 이후 쟁점을 둘러싼 갈등은 더 커졌고 타협을 도출하기는 그만큼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국회가 완전히 마비되는 상황이다. 4당 체제가 된 이후 1월과 2월 사이에 쟁점 법안 중에 해결된 게 하나도 없다”고 했다. “4당 시스템은 재앙이다. 어떤 분이 다당제를 하자고 했는지 지금도 이해 안 간다”고도 했다. 정작 이해하지 못할 것은 우 원내대표 발언이다. 4당 체제는 겉으로는 정당 분열의 결과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민심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몇몇 원로의 권고로 이뤄진 것은 더더욱 아니다. 제1당 원내대표가 4당 체제를 부인해선 안 될 일이다.

우리 정당정치의 근간을 이뤄온 양당제는 효율적일지는 몰라도 다양한 민의를 대변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런 면에서 다당제는 정치 발전의 기회를 넓힐 수 있다. 다당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정치에서 정당 역할이 부각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민의를 수렴하고 이를 정책으로 실행에 옮기려면 정당 외엔 대안이 없다. 다당제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은 정당들이 떠맡아야 할 몫이다. 정당들은 타협이 어려워진 상황을 스스로 극복해나가야 한다.

연정 얘기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어느 정당이 집권해도 여소야대의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차기 정부 출범 이후 정국 표류를 막으려면 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연정을 제도화하기 위한 개헌과 선거제 개편은 대통령 탄핵심판 이후 정치권이 맞닥뜨릴 최대 현안이 될 것이다. 문제는 4당 지도부의 현실 인식이다. 정치의 새 길이 열렸지만 정당들이 길을 찾아내지 못하면 머지않아 그 길은 닫힐 것이다.

헌재가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결정을 내리면 본격적인 대선 정국에 돌입하고 대선주자들은 심판대에 오른다. 촛불집회로 민도가 치솟은 만큼 국민의 공감을 얻을 만한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대한민국을 리모델링하기 위한 정치의 새판짜기까지 병행해야 한다. 어쩌면 국민의 실망감만 키울지도 모른다.

독일 정치학자 로베르트 미헬스는 ‘정치사회학’에서 이런 말을 했다. “역사 속의 민주주의 흐름은 몰려오는 파도와 같다. 파도는 항상 바위에 부딪쳐 깨진다. 그러나 파도는 영원히 다시금 몰려온다. 파도가 연출하는 연극은 격려와 절망을 교차시킨다.” 지금 사회 저변에서 들끓고 있는 개혁 요구는 새로운 파도다. 그것이 격려가 될지, 아니면 절망이 될지는 우리가 하기에 달렸다. 새 길을 열어 나가려면 길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그후에 대화와 타협으로 길을 넓혀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먼저 정당부터 변해야 한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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