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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야당 복’은 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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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9-27 22:37:53 수정 : 2023-09-27 22:3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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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영장 기각·체포안 가결로
與 반사이익 기대하기 어려워져
野 실책에 의존하는 행태 벗어나
혁신·자강으로 총선 승부 걸어야

투타 겸업 ‘이도류’로 미국 메이저리그를 평정한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주 오른쪽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집도의는 “오타니가 2024년 개막일에는 타자로 출전하고, 2025년에는 투수와 타자로 모두 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내년에는 투수로 뛸 수 없다는 얘기다. LA다저스 에이스인 좌완 선발투수 훌리오 우리아스는 가정폭력 혐의로 기소됐다. 이번 시즌을 마치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 특급 투수 2명이 한꺼번에 사라진 것이다. 류현진을 비롯한 다른 FA 투수들이 반사이익을 누리게 됐다.

상대가 잘못하거나 무능해서 반사이익을 누리는 건 우리 정치에서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그는 집권 5년 내내 지리멸렬한 야당 덕을 톡톡히 봤다. 문재인정권은 보수 세력의 자멸로 집권하고 ‘야당 복’으로 정권을 유지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부동산 정책을 비롯한 온갖 정책 실패와 국정 난맥상에도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권의 자중지란으로 2020년 총선에서 압승했다. 당시 박지원 의원이 “문 대통령은 야당 복, 그것도 천복을 타고 났다”고 했을 정도다. 윤석열 대통령도 야당 복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코인) 논란 등 악재들이 줄을 이었다.

원재연 논설위원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에 이은 구속영장 기각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와 민주당의 ‘방탄 국회’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리기가 어려워졌다. 물론 이 대표가 구속을 피하고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고 해서 그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고 민주당이 ‘방탄 정당’이란 오명에서 완전히 벗어난 건 아니다. 이 대표 재판 추이와 검찰의 추가 수사 향배에 따라 사법 리스크는 다시 현실화할 수 있다.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비명계에 대한 ‘제재’에 나서면 민주당이 계파 갈등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소지도 있다. 하지만 여당이 이전처럼 당 대표 사법 리스크에 빠진 공룡 야당의 분열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제 국민의힘은 민주당과의 비교가 아니라 집권당으로서 실력으로 평가받아야 하는 형편이 됐다.

여권이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승리한 건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이 잘해서라기보다는 민주당의 전략 실패와 문재인정권의 실정 탓이 크다. 집권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뚜렷한 국정 성과를 내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내부 갈등으로 날을 새웠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지도체제가 5번이나 바뀌는 등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집권 두 달 만에 당 대표가 중징계를 받고, 비상대책위원회를 두 번이나 꾸리는 등 여당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웰빙 정당’의 안일한 행태도 여전했다. 거대 야당이 양곡관리법, 간호법 등을 밀어붙이는데도 국민의힘은 무력하기만 했다. 여소야대라는 현실적 한계를 모르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팔짱을 낀 채 대통령실만 바라보는 정당을 집권당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러니 대선개입 여론조작 의혹 등 민주당의 숱한 악재에도 여당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것이다. 내년 4월 총선을 200일 앞두고 지난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이 33% 동률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긴장감이나 위기 의식은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 여권 내부에선 총선 승부처인 수도권 도전자는 보이지 않고, 무난하게 당선될 수 있는 서울 강남과 영남권 등 텃밭에만 사람이 몰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한다. 내달 치러지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당규를 무시하면서까지 ‘선거 원인제공자’를 공천한 것도 명분을 찾기 어렵다.

여당이 계속 이런 식이면 국민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지금 국민의힘에 절실한 건 자강과 혁신이다. 야당의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을 챙기는 대신 스스로 실력을 길러야 한다. 간절한 심정으로 당의 체질을 확 바꿔야 하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유권자에게 표를 달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원재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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