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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원룸 전세 10곳 중 7곳 ‘억소리’… 임대주택도 ‘그림의 떡’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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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1-30 06:00:00 수정 : 2021-11-30 07: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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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권 위협받는 청년들

2021년 전용면적 30㎡ 이하 5만여곳 분석
2017년 1억 이상 전세 56% 대비 급증
월평균 소득 245만원 그쳐 대출 필수

주변 시세보다 싼 행복주택 경쟁 치열
보증금 1억1700만원에 월세 37만원
전문가 “현실 안맞아… 정책 재수립을”

부산 출신 김수현(25)씨는 지난달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한 중소기업에 취업해 상경했다. 취업의 기쁨도 잠시, 김씨는 서울에서 살 집을 찾아 부동산중개사무소를 돌면서 충격을 받았다. 전세가 1억원 미만의 원룸은 찾기가 어려웠고 직장과 가까운 곳의 주택은 대부분 20㎡대로 책상과 건조대를 하나 놓으면 꽉 찰 만큼 좁았다.

김씨는 정부가 보증하는 중소기업청년 전세대출 대상자였지만 이 역시 쉽지 않았다. 그는 “최대 1억원 보증금의 100% 또는 80%를 대출받을 수 있었는데 100% 대출이 가능한 곳은 거의 없었고 80%는 잔금 2000만원을 마련하기 힘들고 매물이 많지 않아 결국 포기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김씨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한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5만원을 내는 빌라를 구했다. 그는 “오래된 주택이다 보니 입주한 지 3주밖에 안 됐는데 곰팡이가 올라온다”며 “집이면 어느 정도 주거권이 보장돼야 하는데 폭등하는 월세에 더 열악한 공간에 내몰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서울 원룸 70%가 1억원 이상…방배동엔 전세가 8억원 원룸도

29일 세계일보가 ‘서울시 전월세가 정보’를 통해 올해 1월부터 이달 26일까지 서울시 주택 계약 후 확정일자 신고가 완료된 전용면적 30㎡ 이하의 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 원룸 5만2878곳의 평균 전세 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1억원 미만의 주택은 1만5595곳(29.5%)에 불과했다. 서울 원룸 10곳 중 7곳의 전세가가 1억원을 넘는 셈이다. 2017년의 경우 원룸 전세거래 3만5515건 중 1억원 미만 거래는 절반에 가까운 44% 수준이었다.

올해는 웬만한 아파트 가격과 맞먹는 원룸도 적지 않았다. 지난 5월 계약된 서초구 방배동의 전용면적 29.07㎡의 다세대주택은 전세가 8억원을 기록했다. 비슷한 시기 강남구 논현동 29.97㎡ 면적의 다세대주택은 전세가 7억8000만원에, 서초구 서초동의 29.81㎡ 다세대주택은 7억40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서울연구원의 최근 ‘서울청년패널조사’에 따르면 서울 청년의 월평균 세전 소득은 245만원 수준이다. 청년 정규직 근로자는 261만원, 비정규직 근로자는 188만원 수준을 벌었다. 만 18~34세 서울청년 5408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조사한 결과다. 평범한 직장인이 원룸 전세를 대출 없이 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푸념이 나온다.

높은 집값에 분노한 일부 청년들은 광화문, 수원역 등 거리에 나와 “주거권 보장”을 외치고 나섰다. 한국청년연대의 배득현 사무처장은 “대장동으로 수천억원을 챙기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 투기사건에도 청년들은 여전히 통장에 돈이 스치기만 하고 돈은 집을 가진 자에게 돌아가고 있다”며 “수많은 청년들은 고시원, 하숙집, 반지하를 전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대주택 입주는 ‘하늘의 별따기’…6가구 모집에 8834명 몰려

충남 아산시에서 태어나 학업 때문에 서울에 상경한 김모(22)씨는 최근 LH의 신촌 기숙사형 임대주택에 입주했다. 2019년 신청한 지 2년 만이다. 월세가 39만원 정도로 부담이 적지 않지만 보증금이 없어 많은 학생들이 몰렸다. 김씨는 “대기 순번에 들면 직접 계약을 하러 가는데 뒤 순번인 학생이 다 찼다는 소릴 듣고 힘없이 돌아서는 모습을 보고 너무 공감이 갔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의 청년 주거지원 프로그램 경쟁률은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청년에 주변 시세 대비 60~80% 임대료로 집을 빌려주는 공공임대주택은 수백∼수천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송파구 ‘잠실 행복주택’의 경우 전용면적 26㎡ 6가구를 모집하는 데 8834명이 신청해 1472대 1을 기록했다.

주변 시세보다 싸다고는 하지만 행복주택 보증금은 1억1736만원, 월세가 37만1640원이다. 일반 청년이 부담하기에는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수요가 몰렸다. 역세권 청년주택인 마포구 ‘홍대 크리원’ 18㎡는 617대 1, 강동구 ‘천호역 한강리슈빌’ 19㎡는 359대 1, 중랑구 ‘제이스타 상봉’ 17㎡는 339대 1을 기록했다.

높은 수요에 정부는 주택 공급물량에 초점을 맞춰 최저주거기준에 준하는 좁은 평수의 공공임대주택을 짓는 데 급급하다. 서울 한 자치구의 관계자는 “시가 청년주택을 지을 때 좁은 평수라도 많은 청년이 입주할 수 있도록 물량을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는 청년의 주거수요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대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기준 10~20㎡ 미만 면적의 행복주택 미임대율은 12.5%로, 40~50㎡ 면적의 미임대율(2.0%)보다 6배 이상 높았다.

◆“청년주거정책, 현실에 맞는 기준으로 다시 수립해야”

전문가들은 서울의 집값이 최근 급상승한 만큼 청년의 상황에 맞춘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주변시세의 80% 수준 청년임대주택 기준 등이 더 이상 현실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김준형 명지대 교수(부동산학)는 “청년들이 실제 정책에 접근가능한지 정책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재 청년들이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얼마큼의 청년에게 주거기회를 제공할지 등에 대한 실태 파악부터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성대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자신의 상황에 맞지 않는 청년주택 정책이 많다 보니 어떤 정책이 있는지 알지 못하는 청년들도 상당수”라며 “대학가 주변의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과 함께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한 정책, 홍보 등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청년 절반 “부모 찬스 없으면 내 집 마련 못해”

 

최근 집값 상승에 따라 청년들의 내 집 마련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7포세대(연애·결혼·출산·내 집 마련·인간관계·꿈·희망 포기)로 대표되는 청년들의 암울한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29일 국회 입법조사처의 ‘청년 주거정책의 현황과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만 19~34세) 가구의 자가보유율은 2017년 21.1%에서 지난해 17.3%로 최근 3년간 3.8%포인트 감소했다. 수도권 청년의 평균 자가보유율은 지난해 13.8%로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비수도권에 거주하는 청년의 자가보유율(21.3%)을 밑돌았다.

 

수도권에 사는 일부 청년의 경우 고시원, 오피스텔 등 주택 이외 시설로 내몰리고 있다. 수도권 청년들의 주택 이외 거주비율은 2017년 14.6%에서 지난해 17.4%로 증가했다. 반면 비수도권의 주택 이외 거주비율은 2017년 11.6%에서 지난해 8.8%로 감소해 2배 가까운 차이가 났다.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곳에 사는 청년가구 비율도 지난해 기준 수도권이 10.4%, 비수도권이 4.1%로 두 배 넘는 차이를 보였다. 최저주거기준은 1인가구의 경우 침실면적 14㎡ 이상, 목욕시설, 전용 입식 부엌, 화장실 등을 갖추도록 정의하고 있다. 지하, 반지하, 옥탑방에 거주하는 청년가구 비율도 지난해 기준 수도권은 3.7%, 비수도권은 0.1%로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서울 청년들은 ‘부모찬스’가 없다면 내 집 마련이 어렵다고 좌절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7∼9월 서울지역 청년 676명을 대상으로 가구방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3.0%는 “부모님 도움 없이 내 집 마련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73.9%는 “내 집 마련이 필수”라고 생각했지만 15.4%는 “향후 20년이 지나도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김석호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최근 서울연구원이 주최한 ‘1인가구 정책포럼’에서 “청년 1인가구의 경우 직업안정성이 낮다 보니 빈곤위험에 노출돼 있고 주거상태와도 연관돼 ‘지옥고’(지하·옥탑방·고시원)라는 단어가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결혼비용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으로 비혼, 만혼이 증가하고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기대할 수 없으면 ‘가족 만들기’, ‘부모 되기’를 포기한다”고 설명했다.

 

청년 1인가구는 정부 지원으로부터 소외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원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청년 1인가구는 공적이전소득을 거의 받지 않고 있다”며 “다인가구는 중·고령부모의 노후소득보장제도 급여를 가구 내에서 공유하거나 양육수당, 아동수당 등 아동급여를 받지만 1인가구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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