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전문직에 빠르게 침투할 것
AI 초과이익세·로봇세 등 검토를”
인공지능(AI)은 미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기술로 주목받는 동시에, 지식 노동을 대체해 일자리 전반을 뒤흔들 변수로도 떠오르고 있다. 기획·분석·코딩 등 고숙련 화이트칼라 영역까지 AI가 파고들면서 노동 시장 변화에 따라 소득 분배·복지 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AI가 만들어낸 부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방안을 둘러싼 논의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표 미래학자인 서용석(사진)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최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AI가 직업과 일자리, 노동 영역을 가장 크게 바꿀 것으로 진단했다. 서 교수는 “육체노동보단 사무직과 전문직에 AI가 빠르게 침투할 것”이라며 “노동의 해방까지는 아니겠지만 AI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가 노동을 상당 부분 대체하게 될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임금을 중심으로 설계된 기존 사회경제 시스템을 흔들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진 개인이 일해 소득을 얻고, 그 소득이 소비로 이어지며 기업 생산과 국가 성장으로 이어지는 구조(노동→임금→소비→성장)였다. AI와 로봇이 생산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면 생산성은 높아지더라도 임금이 충분히 분배되지 않아 개인의 구매력이 줄고,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 서 교수는 “고용률과 실업률, 노동생산성 같은 지표만으론 삶의 질과 경제 활력을 설명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좁은 의미의 고용과 임금 기준을 넘어 노동 외 사회적 활동·기여를 어떻게 인정하고 보상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동만으로 충분한 소득을 얻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새로운 소득 분배 방식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AI가 가속할 부의 양극화도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생산의 자동화가 고도화할수록 AI와 데이터, 로봇, 플랫폼을 소유한 주체에게 부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불평등과 갈등을 키울 뿐만 아니라 시민 다수가 일자리와 소득 기반을 잃을 경우 소비 여력이 줄어 시장은 위축되고, 혁신 동력마저 떨어뜨릴 공산이 크다. 서 교수는 “기본소득이나 기본서비스 같은 제도는 복지 정책이 아니라 미래 경제의 수요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라고 했다.
이런 배경에서 AI가 창출하는 초과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체계의 필요성이 거론된다. 일론 머스크(테슬라), 다리오 아모데이(엔트로픽), 샘 올트먼(오픈AI) 등 AI 기업 리더들은 기본소득 등 새 분배 체계 필요성을 언급해왔다. 서 교수는 “AI 초과이익세, 데이터 배당, 로봇세, 국부펀드, 사회배당 등의 방식을 검토할 수 있고, 이 재원은 기본소득이나 기본서비스, 사회안전망 확충에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징벌적 과세가 아니라 시장의 역동성과 혁신 성과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기술 발전 성과가 사회 안정과 재생산 기반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균형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단기적으로는 청년 실업 문제에 대한 대비도 시급하다. AI 시대에는 전문성을 갖춘 기성세대와 경험이 부족한 청년 세대 간 격차가 더 커질 수 있어서다. 일자리 진입장벽이 높아져 청년들의 장기 미취업, 대량 실업이 나타날 가능성을 고려해 최소한의 기회와 생활을 보장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서 교수는 “‘쉬었음’으로 분류된 많은 청년이 정치·문화·봉사 활동 등 여러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있으나 통계상으론 ‘비경제활동’으로 나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행위들을 사회경제적 가치 체계와 연결하고 노동 시장 밖에서도 성장·기여 경로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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