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경험·철학은 대체 어려워
교수와 역할 분담 준비 불가피
실험·실습 늘리고 수준 높여야
최근 수학 문제 해결에 특화된 전용 AI 모델이 아니라 오픈AI의 범용 추론 모델이 지난 80년 가까이 미해결 상태였던 유명 수학 문제에서 중요한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그동안 AI는 학습한 범위 안에서만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냐는 견해도 있었다. 그러나 인간 수학자들이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에서 새로운 접근을 제시했다는 점은, AI가 단순한 정보 재조합을 넘어 고도의 추론과 창의적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AI가 가져다줄 혜택에 대한 기대는 크지만, 동시에 우리는 대학 교육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필자는 공직에서 대학으로 복귀한 2024년 8월 이후, AI 시대에 대학 교육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관련 기고와 여러 기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AI가 교육과 산업, 사회 전반을 흔드는 지금, 대학은 이 변화를 위기가 아니라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여러 대학의 교수들을 만날 때마다 AI 시대의 학생 교육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교육 방식과 내용에 어떤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지 묻곤 했다. 그러나 아직 뚜렷한 변화나 체계적인 준비가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물론 필자가 모든 대학의 상황을 살펴본 것은 아니며, 일부 대학에서는 이미 의미 있는 실험과 준비가 진행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큰 틀의 변화가 충분히 보이지 않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교수의 역할과 위상, 나아가 대학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제 대학이 먼저 질문하고, 먼저 실험하며, 먼저 바뀌어야 할 때다.
대학 교육에 특화된 AI 튜터가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앞으로 그 기능은 더 고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AI 튜터는 학생 개인의 수준에 맞춘 학습 지원, 반복 설명, 즉각적인 피드백 등 지식 전달의 효율성 측면에서 기존 강의 방식보다 강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학생들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수가 제공할 수 있는 학문적 열정, 연구 경험, 인생철학 등은 AI가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또한 AI 튜터가 지식 전달을 잘한다고 해서 실험·실습, 텀 프로젝트, 연구 주제 설정, 학생 지도까지 온전히 담당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대학 교육에서는 AI 튜터와 교수의 역할 분담이 불가피하며, 이에 대한 논의와 제도적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조교의 역할도 함께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방향에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다만 필자는 대학 교과목에서 실험과 실습을 강화하고 수준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또한 텀 프로젝트를 확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수학과 같은 기초과목에서도 학점을 1학점 늘리고, 현장 문제 해결에 수학의 역할을 이해하는 깊이 있는 텀 프로젝트를, AI를 활용하여 운영할 수 있다.
강의 과목 수를 다소 줄이더라도 각 과목을 더 깊이 있게 운영해, 학생들이 특정 도메인에서 AI를 능숙하게 활용하고 AI와 경쟁할 수 있는 탄탄한 기초 지식과 사고력을 갖춘 전문가로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첨단 AI 모델을 학생들이 충분히 사용할 수 있도록 대학 차원의 구독과 활용 환경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단과대학별 특성과 전공 분야의 차이를 고려해 더 큰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
AI 시대에 대한 대응이 늦어지면 피해는 학생에게만 돌아가지 않는다. 교수와 대학 전체가 함께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제 대학 구성원 모두가 소통하며 실효성 있는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 논의 기구를 만들고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교육과정 전반의 대책을 구체화해야 한다. 우리는 변화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미리 준비해야 한다. 관련 정부 부처도 대학 현장의 변화를 뒷받침할 정책을 서둘러야 한다. 전문가 토론과 현장 소통을 통해 필요한 제도와 재정 지원을 준비해야 한다. 결국 AI 시대에는 먼저 준비하고 움직이는 조직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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