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관세율 0%→25%→15% 확정
무관세 사라져 가격경쟁력 과제
반도체도 ‘대만 수준 대우’ 선방
‘美 안보품목’ 철강 등은 논의 빠져
포스코·현대제철 4000억 추가부담
쌀·쇠고기 비관세 논의 남아 불씨
자동차와 조선, 반도체 등 한국의 주요 수출 분야의 대미 관세율이 예상대로 타결되면서 ‘무난하게 성과를 챙긴 협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관련 대부분의 분야에서 다른 나라보다 손해보지 않는 수준의 대우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다만 사면초가에 직면한 철강·알루미늄과 관련해서 그러한 우대 단서조항을 얻지 못한 점과 추후 한·미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은 비관세 장벽 관련 불리한 조항을 받아들인 건 우려스러운 대목으로 꼽힌다.
16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그간 25%에 달했던 자동차·부품 품목 관세가 15%로 내려가게 됐다. 지난 14일 한·미 양국이 관세 협상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발표하고,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다.
지난 4월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 이래 2·3분기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줄어든 현대차·기아는 곧장 입장문을 내고 “국익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해 준 정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는 그간 출혈이 컸던 만큼 연내 타결에 반색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4월 이전만 해도 0%였던 관세가 15%로 확정된 점에선 가격 경쟁력 확보가 과제로 남았다.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한국은 무관세에서 15%가 된 반면 일본은 관세율이 똑같이 15%여도 기존의 2.5%에서 12.5%포인트가 올랐다는 차이가 있다. 한국산 수출차의 가격 상대적 우위가 사라진 셈이다. 이에 따라 기업의 현지화 전략이 본격화돼 국내 생산체계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회장은 “대미 수출 관세로 인해 기업들의 현지 생산체제가 강화되는 만큼 국내 생태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며 “국내 생산 촉진 세제를 비롯한 국내 생산 기반을 강화할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도체업계의 경우 일종의 ‘최혜국 대우’를 문서화한 데 의미를 뒀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국인 대만 등과 같은 관세율이 보장되면서 사실상 직접적인 타격은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에서 한국에 불리한 대우를 하지 않겠다는 게 확실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는 MOU를 통해 한국보다 교역량이 많은 국가와 비교해 한국에 불리한 대우를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한국의 대미투자 3500억달러 중 1500억달러가 투입되는 조선업은 이번 협상의 최대 수혜 분야로 꼽힌다. 한·미 조선업 협력은 한국 기업이 차세대 시장으로 점찍은 우방국 방산 시장에 진출할 발판이 될 걸로 보인다.
반면에 협상에서 누락되면서 관세율 50%가 확정된 철강·알루미늄은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트럼프 정부는 철강을 ‘안보 핵심 품목’으로 지정했다는 이유로 안건에서 제외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누적 수출은 21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1% 줄었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포스코와 현대제철에서 받은 대미 관세 납부액 현황 자료에 따르면 양사의 부담액은 지난 3월 1150만달러에서 4월 1220만달러, 5월 3330만달러, 7월 2760만달러, 8월 2020만달러로 12월까지 2억8100만달러(약 4090억원)를 부담할 것으로 추정됐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 연구단장은 “이번에 반도체·의약품 등에서 ‘경쟁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확정한 만큼 철강·알루미늄 관세 50%에 대해서도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은 했어야 한다”며 “철강·알루미늄은 우리뿐만 아니라 일본 등 많은 나라가 걸려 있는 문제라서 추가 협상을 할 텐데 철강에서도 반도체·의약품과 같이 ‘근거’를 마련해 놨으면 좀 더 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꾸준히 거론해 온 농산물과 디지털 분야에서의 ‘비관세 장벽’이 쟁점화될 가능성도 남았다. 정부는 “쌀, 쇠고기 등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고려해 추가 시장 개방은 담지 않았다”고 했지만, 팩트시트에는 식품과 농산물 분야의 비관세 장벽에 대해 논의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미국 기업들이 온라인 플랫폼 규제 등 디지털 무역 비관세 장벽에 부딪히지 않도록 보장한다는 것과, 개인정보 등을 포함한 국경 간 데이터 이전을 원활하게 한다는 약속이 팩트시트에 담긴 건 향후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우려하는 허가 과정 등을 시정하지 않으면 미국이 또 다른 협상카드로 그걸 들고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한국이 거대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을 막기 위해 추진 중인 ‘온라인플랫폼법’ 도입에 제동이 걸리거나 국내 고정밀 지도를 공개해 달라는 구글 등의 요구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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