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초콜릿’의 대명사로 불려온 페레로 로쉐(Ferrero Rocher)가 조용히 생산지를 바꿨다.
한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일부 제품의 원산지가 기존 ‘이탈리아’에서 ‘중국산’으로 변경된 것이다.
◆“이탈리아산인 줄 알았는데”…편의점 진열대 바뀐 표기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페레로 로쉐 본사는 최근 한국에 수입되는 제품 생산지를 중국 공장으로 전환했다.
현재 편의점과 대형마트 일부 매장에서는 ‘이탈리아산’과 ‘중국산’ 제품이 동시에 판매되고 있다. 기존 재고가 소진되는 대로 중국산 제품으로 전면 교체될 전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 생산분이 순차적으로 입고되고 있다”며 “내년 초에는 국내 시판 제품 대부분이 중국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황금빛 포장’의 상징, 프리미엄 이미지에 균열
페레로 로쉐는 수십 년간 ‘이탈리아 감성’과 ‘유럽풍 고급스러움’을 내세워 국내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지켜왔다.
고급스러운 금박 포장과 부드러운 헤이즐넛 맛은 크리스마스·발렌타인데이·수능 등 ‘특별한 날의 선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번 원산지 변경 소식이 전해지자 SNS에서는 “이탈리아산이라 믿고 샀는데, 알고 보니 중국산이었다”, “가격은 그대로인데 제조지만 바뀌었다면 배신감이 든다” 등의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한 유통 플랫폼 리뷰에는 “고급 이미지를 믿고 구매했는데 중국산 표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는 후기가 다수 달렸다.
◆전문가들 “브랜드 정체성에 균열”…“소통 부재가 더 큰 문제”
한 브랜드 전문가는 “페레로 로쉐는 ‘이탈리아 감성의 프리미엄 초콜릿’이라는 브랜드 스토리를 기반으로 시장을 구축해왔다”며 “단순히 생산지가 바뀐 게 아니라, 브랜드의 핵심 정체성에 금이 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는 여전히 ‘중국산’에 대한 품질 불신이 존재한다”며 “고가 브랜드가 이 원산지를 선택하면 신뢰도에 직접적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가격이 동일하다면 소비자들은 ‘가성비가 떨어졌다’고 느끼며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확장은 흔한 전략이지만,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설명하지 않으면 오히려 역풍을 맞는다”며 “페레로가 이번 변경의 배경과 품질 유지 방안을 공식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원가 절감 vs 브랜드 가치”…프리미엄 기업의 딜레마
실제 글로벌 식품업계에서는 생산 거점의 아시아 이전이 확산되는 추세다.
인건비 절감, 물류 효율화 등 경제적 이점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우 이런 변화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페레로 로쉐처럼 고급 이미지를 유지해야 하는 브랜드는 단가 절감보다 브랜드 신뢰 하락이 더 큰 리스크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산 전환이 반드시 품질 저하를 뜻하진 않는다”면서도 “이 제품은 ‘이탈리아산’이라는 감성적 상징이 강했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지를 옮기면 원료 조달, 공정 환경, 위생 기준 등이 달라진다. 본사가 동일한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얼마나 관리 체계를 강화했는지가 핵심이다.
◆“문제는 품질보다 ‘소통’”…신뢰 회복이 관건
한 브랜드 평판 분석가는 “소비자 반응을 보면 ‘중국산이라서 싫다’는 감정보다 ‘왜 사전에 공지하지 않았느냐’는 불신이 더 크다”며 “결국 브랜드 위기는 품질보다 ‘소통 부재’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페레로 로쉐가 원산지 변경을 단순한 생산 전략이 아닌 ‘신뢰 관리의 시험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브랜드의 ‘황금빛 포장’이 다시 신뢰의 상징으로 남을 수 있을지는 투명한 커뮤니케이션과 품질 관리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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