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대우조선, 한화에 팔린다… 육·해·공 방산 퍼즐 완성

입력 : 2022-09-27 06:00:00 수정 : 2022-09-26 21:08:1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긴급 산업·경제장관회의서 결정
제3자 유상증자 등 MOU 체결
최종 성사 땐 21년 만에 새주인

대우조선해양 인수 배경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정평 난
대우의 설계·생산 능력과 결합
주력인 방산서 성장 동력 확보

친환경에너지 사업서도 탄력
해상풍력 발전시장 진출 기대
“사업보국 정신으로 적극 추진”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에 2조원에 ‘통매각’된다.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모습.   연합뉴스

산업은행은 26일 대우조선과 한화그룹이 2조원의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은 대우조선 앞으로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49.3%의 지분과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대우조선이 한화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유상증자 참여 기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1조원)와 한화시스템(5000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4000억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1000억원) 등이다.

산은은 2019년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 인수합병(M&A)을 추진했지만 올해 초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불승인 결정으로 최종 거래가 불발된 바 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해외 경쟁 당국의 승인 여부에 대해 “일반적인 기업 결합 심사가 10여개국 정도에 있을 것이며 이번 사례는 현대중공업이나 대우조선처럼 동일한 조선업종을 영위하는 기업 간 거래가 아니라서 기업 결합 이슈는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대우조선의 방산과 민수 부문 분리매각 등 여러 방안이 검토되다가 이날 오전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간 긴급 산업·경제장관회의를 통해 한화그룹을 대상으로 한 통매각이 결정됐다.

지분이 기존 55.7%에서 28.2%가 된 산은은 제2대 주주로서 원활한 투자 유치와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지원방안을 채권단과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으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대우조선 지분 경쟁입찰은 한화그룹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투자자의 참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이른바 ‘스토킹호스’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 다만, 대우조선에 국가 차원의 기술이 다수 있다는 점 때문에 해외가 주체가 된 인수자는 대상이 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스토킹호스 매각은 조건부 투자 합의·계약을 체결한 뒤 경쟁입찰 절차를 진행해 최종 투자자를 선정하는 M&A 방식이다. 사전에 인수예정자를 미리 정해놓고 매각작업을 진행하되, 경쟁 입찰이 무산되면 인수예정자에 우선매수권을 주는 방식이다.

 

강 회장은 “대우조선의 경우 산업은행 대주주 체제하에서는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를 포함한 근본적인 경쟁력 개선에 한계가 있다”며 “대우조선의 체질을 개선하고 중장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역량 있는 민간 주인 찾기가 근본 해결책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1년 워크아웃 졸업 후 현재까지 21년간 산업은행의 품에 있었던 대우조선이 민간 대주주를 맞이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26일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에 ‘통매각’하기로 확정했다. 사진은 지난 7월 23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독에서 하청지회의 불법 점거로 진수가 중단된 지 5주 만에 30만t급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이 성공적으로 진수되고 있는 모습.   거제=뉴스1

◆한화, 육·해·공 방산 퍼즐 완성… ‘글로벌 메이저’ 도약 노린다

 

한화그룹이 방위산업과 친환경에너지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선다. 그룹의 핵심역량을 글로벌 톱-티어(최고 수준)인 대우조선의 설계·생산 능력과 결합해 회사의 조기 흑자전환은 물론, 방산과 친환경에너지 사업에서 ‘글로벌 메이저’로 성장하겠다는 포석이다.

 

한화그룹은 26일 대우조선과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대우조선 지분 49.3%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 입찰과 실사, 해지 등에 관한 내용을 담은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 또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는 향후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내용의 기본합의서에 함께 서명했다. 최종 인수자로 선정되면 올해 11월 말쯤에 본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이번 인수로 ‘빅 사이클’ 초입에 진입한 조선산업에 진출하는 것을 넘어 그룹 주력인 방산 분야에서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전 세계에서 지정학적인 위기로 한국 무기체계에 대한 주요국의 관심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통합 방산 생산능력과 글로벌 수출 네트워크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오는 11월 한화디펜스와 합병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해양 방산의 강자인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기존의 우주, 지상 방산에서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방산시스템’을 갖추고 유지보수(MRO)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 중동, 유럽, 아시아에서의 고객 네트워크를 공유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의 무기체계는 물론 대우조선의 주력 방산제품인 3000t급 잠수함 및 전투함의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대우조선해양에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 확보한 미래 방산 기술을 민간상선에 적용할 수도 있다. ‘함정의 두뇌’ 역할을 하는 전투체계(CMS)를 한국 해군 함정에 사실상 100% 공급하고 있는 한화시스템의 해양첨단시스템 기술이 대우조선의 함정 양산 능력과 결합되면 자율운항이 가능한 민간 상선 개발역량도 확보할 수 있다. 이미 잠수함에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탑재한 한화디펜스의 기술을 향후 수요가 급증하는 친환경 선박에 적용할 수도 있다.

 

아울러 한화는 친환경에너지 사업에도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데, 최근 가격이 급등한 액화천연가스(LNG) 분야에서도 대우조선해양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생산 및 발전사업과 한화임팩트의 수소혼소 발전기술, ㈜한화의 에너지 저장수단으로서의 암모니아 사업 등을 대우조선의 에너지 운송사업과 연결하면 ‘생산-운송-발전’으로 이어지는 그룹사의 친환경에너지 밸류체인도 새롭게 구축할 수 있다.

 

또 대우조선이 경쟁력을 갖춘 해상풍력설치선(WTIV)을 활용해 본격적으로 해상풍력 발전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한화그룹 측은 “이번 인수는 그룹의 사업적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뿐 아니라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투자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사업보국’(事業報國) 정신으로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한화가 예전에 인수작업을 펼쳤던 터라 대우조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것이고, 인수과정도 간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화 입장에서는 방위산업을 포함해 상선 분야까지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게 될 텐데, 조선업계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준영, 우상규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