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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만t 매입, 米봉책 [심층기획-풍년의 역설, 쌀값 대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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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27 06:00:00 수정 : 2022-09-26 18:4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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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값 달라” 성난 민심
산지쌀값 1년새 25%↓ 4만원 초반
농민들 논 갈아엎고 삭발 시위나서
일부는 상경 투쟁, 대책 마련 요구

역대급 시장격리 나섰지만…
정부 1조 투입 통큰 매입 계획 불구
전문가들 “근본 문제는 수급 불균형
과잉 공급발 가격 하락 언제든 발생”

전국적으로 쌀값이 폭락하고 있다. 최근 산지 쌀값은 20㎏ 기준 4만원 초반으로, 1년 전보다 25%가량 떨어졌다. 쌀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가격은 떨어지는 ‘풍년의 역설’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벼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한숨만 커지고 있다. 최근 농자재 가격과 비료값 등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생산비가 늘어난 만큼 쌀값 폭락으로 인한 고통은 더욱 크게 느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농민들은 전국 곳곳에서 논을 갈아엎거나 삭발 항의 등을 통해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수확기 기준으로 역대 가장 많은 쌀을 사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쌀 소비가 줄고 재고량만 쌓이는 현상이 매년 반복되는 상황에서 ‘시장격리’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쌀값 폭락에 성난 민심

2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산지 쌀값은 지난해 10월부터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연초부터 하락폭이 커지더니 이달(15일 기준)에는 20㎏당 산지 쌀값이 4만725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1년 전 5만4228원에 비해 24.9% 내려간 것으로,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77년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산지 쌀값이 하락하면서 도·소매 가격도 급락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쌀 20㎏(상품) 도매가격은 4만5750원으로, 1년 전보다 20.1% 하락했다. 같은 날 소매가격은 4만8334원으로, 1년 전보다 6809원(12.3%) 떨어졌다.

쌀값이 폭락하자 농심은 들끓고 있다. 바닥 없이 떨어지던 쌀값이 올해 햅쌀 가격 하락으로까지 이어지자 농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지난 15일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등은 전남도청에서 집회를 열고 ‘농가 요구 전량 정부 매입’을 요구했고, 농기계가 실린 화물차로 전남도청에서 목포역까지 차량 행진을 벌였다. 같은 날 경남 함안군에서는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소속 농민 등 100여명이 모여 수확을 앞둔 볏논을 갈아엎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소속 농민들도 전북도청 앞에 나락을 쌓아 올려 대책 마련을 요구했고, 충남도연맹은 총력 투쟁을 선포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전국 농민 9000여명이 서울에 모여 대규모 집회를 열어, 트럭에 실린 볍씨를 거리에 뿌리고, 볏짚에 불을 붙였다.

상황이 악화하면서 지자체들이 정부에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나섰다. 경기·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경북·경남 등 8개 지역 도지사들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쌀값 안정 대책 마련 촉구’ 공동성명을 발표, 즉각 쌀값 안정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쌀 주산지 광역단체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쌀값 안정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은 처음이다.

◆역대급 시장격리 나섰지만…

쌀값이 폭락하자 정부는 시장격리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오는 10∼12월 수확하는 올해 신곡과 지난해 수확한 구곡을 합쳐 총 45만t을 매입해 시장에서 격리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잠정적으로 총 1조원가량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번 시장격리 물량(45만t)을 통해 시장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농진청에 따르면 지난해 수확한 쌀이 11월 이후에도 10만t 정도 남고, 올해 쌀 초과 생산량이 약 25만t에 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장에 남는 물량(35만t)에다 10만t을 초과로 구매하는 만큼 쌀값 하락을 막을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농식품부는 우선 구곡에 대해 수매 수요조사를 진행하고, 매입 계획을 수립해 다음 달 20일쯤 실제 양곡 매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구곡은 앞선 시장격리 때와 거의 같은 방식으로 매입하고 신곡의 경우 12월 25일쯤 가격을 확정할 계획이다.

시장격리와 별개로 공공비축미도 지난해보다 10만t 증가한 45만t 구매한다. 결국 올해 수확기에 총 90만t의 쌀이 시장에서 격리되는 셈이다. 이는 올해 쌀 예상 생산량의 23.3%에 달하는 양이며, 2005년 공공비축제도 이후 최대 물량이다. 지금껏 수확기 시장에서 격리되는 비율은 8.3∼18.1% 수준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쌀값 대책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쌀값 하락은 쌀 생산량과 소비량의 불균형 원인이 크기 때문이다. 올해 쌀 생산량은 작황 및 재배면적을 고려할 때 379만~385만t으로 전망된다. 반면, 쌀 소비량은 346만t(신곡 기준) 수준이다. 구곡 재고 등을 감안하면 50만t 안팎의 공급 과잉이 발생할 것이란 관측이다. 결국 소비가 늘거나, 생산이 줄지 않는 한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 상황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인중 농식품부 차관은 “쌀값과 쌀 유통시장 동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수급 상황에 맞는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쌀값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며 “내년부터는 ‘전략작물직불제’를 도입해 가루쌀, 콩, 밀, 조사료 등의 재배를 확대하고 쌀 가공산업을 활성화해 쌀 수급 균형과 식량안보 강화라는 핵심 농정과제를 동시에 달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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