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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시' 루슈디 피습에 英佛 정상 "표현의 자유 지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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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13 10:07:30 수정 : 2022-08-13 13:4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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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 "내 마음 루슈디 곁에… 그저 무사하길 빈다"
마크롱 "증오에 찬 비겁한 공격… 루슈디와 연대"

이슬람 신성모독 논란을 일으킨 소설 ‘악마의 시’(1988) 출판 이후 이슬람권 국가들의 ‘공적’(公敵)이 된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75)가 괴한의 공격으로 크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루슈디의 모국인 영국은 물론 최근 들어 부쩍 이슬람 극단주의를 경계하고 있는 프랑스까지 범행을 규탄하며 ‘표현의 자유 방어에 최선을 다할 것’이란 의지를 밝혔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의 한 강연회장에서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크게 다친 소설가 살만 루슈디가 병원 후송을 위해 응급 헬기로 옮겨지는 모습. 뉴욕주=EPA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외신 보도에 따르면 루슈디는 이날 오전 미국 뉴욕주(州)의 한 단체에서 강연을 하는 도중 갑자기 연단으로 돌진한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목 등을 찔려 쓰러졌다. 그는 피습 직후 헬기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중태다. 외신들은 후속 보도에서 “루시디가 인공호흡에 의존하고 있으며 한쪽 눈을 실명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또 “팔 신경이 절단되고 간도 흉기에 찔려 손상됐다”며 “말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뉴욕 경찰은 “범인을 현장에서 붙잡았다”고만 밝혔다. 다만 범인이 이슬람과 관계가 있는지, 흉기 종류가 무엇인지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루슈디가 무사하길 기원했다. 그는 사건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서 “내 마음은 루슈디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한다”며 “우리 모두 루슈디가 건강을 회복하길 희망한다”고 적었다. 이어 “우리가 반드시 방어해야 할 권리를 루슈디가 행사하는 동안 공격을 당했다는 점은 충격적”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서 ‘우리가 반드시 방어해야 할 권리’란 표현의 자유를 뜻한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왼쪽)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범행을 강력히 규탄했다. 그는 SNS를 통해 “(‘악마의 시’ 출간 후) 거의 33년간 루슈디는 온몸으로 자유를 위해 싸워왔다”며 “그는 증오와 야만의 세력이 가하는 비겁한 공격의 희생자일 뿐”이라고 루슈디를 옹호했다. 그러면서 “루슈디의 투쟁은 곧 우리의 투쟁”이라며 “오늘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굳게 루슈디와 연대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의 경우 루슈디가 겪는 고통이 남의 일 같지 않다. 2015년 프랑스 잡지 ‘샤를리 에브도’는 이슬람을 풍자하는 만평을 실었다가 테러 표적이 돼 기자 등 12명이 목숨을 잃었다. 2020년에는 학생들한테 이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을 보여준 중학교 교사가 무슬림 청년에 의해 참수되는 일도 있었다. 이후 마크롱 대통령은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거리를 두는 외교정책을 취하고 있다.

 

소설 ‘악마의 시’(1988)의 저자인 살만 루슈디. AP연합뉴스

1947년 영국 지배 하의 인도에서 태어나 영국 국적자가 된 루슈디는 영어권 최고 권위 문학상 ‘맨부커상’을 받을 정도로 재능을 인정받았으나 1988년 펴낸 ‘악마의 시’라는 소설 한 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상당수 이슬람권 국가들이 “이슬람 신성을 모독했다”며 이 책을 금서로 지정했다. 이란 같은 나라는 종교 율법을 근거로 루슈디에게 사형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지금도 이슬람권에선 그의 목에 거액의 현상금을 걸고 암살을 장려하는 움직임이 있다. 오랫동안 영국 정부의 보호를 받으며 살았던 루슈디는 2016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으며 현재 뉴욕에 거주하고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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