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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을 해치는 투자는 도박이자 중독” [‘빚투’ 일확천금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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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09 06:00:00 수정 : 2022-08-09 04:2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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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중독 상담 갈수록 급증

단타성 주식·코인, 눈앞의 이익 추구
한번 돈 벌면 잃어도 멈추지 못해
큰 보상보다 일상서 기쁨 찾아야
가족들 옆에서 격려와 응원 필요

“처음에 100만원으로 주식 단기 투자를 하다가 코인에도 손을 대면서 손실이 불어나 1년 만에 6000만원의 빚이 생겼습니다. 바보 같지만 뇌가 이미 주식·코인 투자에 중독된 것 같습니다. 결과는 중요하지 않고 그 희열이 뇌를 마비시켰습니다. 제발 평범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30세 A씨)

“아내가 1년 전부터 퇴근하고 방에서 코인 투자만 하고 있습니다. 1억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는데, 투자해야 빚을 갚을 수 있다며 투자를 멈추지 않습니다. 더는 스트레스받아 같이 못 살 것 같습니다.”(직장인 B씨)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홈페이지에는 이 같은 상담을 요청하는 게시글이 부쩍 늘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일어난 투자 열풍 속에 ‘투자 중독’ 증세를 호소하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8일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 투자중독 문제로 상담을 받은 사람은 162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인 2020년(1046명)과 비교해 55.6% 급증한 수준이다. 구체적으로는 △2017년 282명 △2018년 421명 △2019년 591명 △2020년 1046명 △2021년 1627명으로 매해 크게 늘고 있다.

주식·코인 투자도 도박처럼 중독되는 과정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 적은 금액을 투자했다가 이익을 본 뒤, 자신감이 생겨 투자 금액을 점차 늘린다. 손실이 점점 불어나도 은행과 지인들에게 빚을 지면서까지 투자를 중단하지 못한다.

이해국 가톨릭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금전적 혹은 재미 차원에서 보상이 주어지는 것은 중독 가능성이 높은데, 국내 투자자들은 당장의 이익을 추구하는 도박적 특성을 갖는다”며 “한번 돈을 벌고 나면 이후엔 잃더라도 멈출 수 없다. 정신이 붕괴되고 금단 증상과 함께 보상받고 싶다는 집착만 남는다”고 설명했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관계자도 “투자중독으로 상담을 받는 사람들은 주식거래 횟수가 정말 많다. 가상화폐의 경우도 도박처럼 리스크(위험)가 커도 거래가 이어진다”고 말했다.

투자중독에 빠진 이들은 대부분 일상생활에서 지장을 겪는다. 실제 우울 수치가 높고, 가족이나 주변 지인한테 돈을 빌리면서 투자 사실을 숨겨 관계가 단절되는 일도 빈번하다고 한다.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건강하지 못한 투자 습관은 ‘도박’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다른 곳에서 보상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상담 등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도박처럼 큰 보상만 기대하고, 지금까지 돈을 잃었기 때문에 이젠 벌 수 있다고 기대하는 건 대표적인 인지 왜곡”이라며 “도박처럼 투자에 중독됐다는 사실을 본인이 알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큰 보상에만 반응하는 것에 대한 변화도 중요하다. 이 교수는 “일생생활 속에서 사소한 자극에도 기쁨을 느껴야 한다”며 “일해서 노동소득을 얻고, 가족과 대화하거나 다른 취미를 만드는 등 규칙을 세우고 이를 지키는 것 자체가 보상이라고 여겨야 한다. 가족들이 옆에서 격려하고 응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부 경찰팀=남정훈·권구성·백준무·이희진·장한서·조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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