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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분까지… 꼭 가족 품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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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7-31 10:00:00 수정 : 2022-07-31 09: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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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땀 활동’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지난 19일 경기도 동두천시에서 6·25전쟁 중 전사한 박진호 일병(당시 22세)의 유해가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를 통해 유족들에게 전달됐다.

한국전쟁 이후 찾지 못하고 있던 12만3000여명의 전사자 유해 중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이 유족에게 전달한 193번째 호국 영웅이다.

나를 잊지 마세요…아직 잠들지 못한 6·25 호국영령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유해보관소에서 유해관리담당관 조수훈 중사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전사자 유해가 담긴 상자들을 정리하고 있다. 유해보관소는 항상 온도 섭씨 20도, 습도 40%를 유지하며 유해의 산화를 늦춰주는 중성지 상자를 사용하고 있다.

2007년 창설된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단장 양범석 중령)은 미처 수습되지 못한 6·25전쟁 전사자들의 유해를 찾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전사자 유해발굴사업 전문기관이다.

유해 발굴 대상은 국군과 경찰 그리고 미군 등 유엔군 전사자를 포함하며, 조사·탐사, 발굴·수습, 신원확인, 후속조치의 과정으로 유해 발굴이 진행된다.

6·25전쟁 당시 격전지 중 한 곳인 경기도 연천 백마고지 일대에서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 장병이 붓을 이용해 조심스레 유해를 발굴하고 있다.
이수환 감식관이 유해감식실에서 발굴된 유해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조사·탐사과정은 격전지 등 유해 매장 가능성이 있는 탐사지역을 우선 결정한 후 현장 정밀탐사와 금속탐지기를 이용한 전투잔해물 등의 식별과정을 통해 발굴 장소를 최종 선정한다.

발굴 및 수습과정은 발굴지역별로 지역주민과 참전용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개토식 행사를 진행한 후 문화재발굴 방식과 절차를 적용해 정밀발굴에 들어간다.

발굴된 유해는 현장에서 예를 갖춰 전통방식에 따라 한지에 싸 오동나무 관에 입관, 태극기로 덮어 임시감식소에 안치된다.

오유나 유전자감정관이 6·25전사자 유해의 유전자 분석을 위해 DNA 추출 후 증폭된 산물을 대상으로 분석 실험을 하고 있다.
전사자 유가족 유전자 시료 채취용 키트와 설명서. 유해에서 채취한 시료와 비교할 유가족 유전자 자료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임시감식소에서 기초 감식을 마친 유해와 유품은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내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 신원확인센터로 옮겨져 키, 나이, 성별 등 유해별 특징과 사망 원인 등을 정밀하게 감식하는 법의학적 과정을 거친다. 이후 신원확인에 꼭 필요한 유전자(DNA) 검사용 시료를 추출해 유전자 분석실에서 전사자 친·외가 8촌 이내의 유가족으로부터 채취한 유전자와 유해에서 추출한 유전자를 비교분석해 친족관계를 식별한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유해에서 DNA를 추출하는 것도 쉽지 않고 어렵게 추출된 DNA를 대조할 전사자 직계 유가족의 고령화로 유전자 시료를 채취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유해와 함께 발굴된 유품의 분석도 신원 확인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

주로 M1 소총 같은 개인화기와 탄약, 철모, 수통 등 군장이 많이 발굴되지만 간혹 이름과 군번이 적힌 인식표, 도장, 사진 등이 함께 발견되면 신원 확인에 더욱 확실한 증거가 된다고 한다.

신원이 확인된 전사자 유해는 의장 행사를 거쳐 국립현충원에 안장된다. 지난 6월 거행된 전사자 합동안장식 모습.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에서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 양범석 단장(왼쪽)이 유족 대표에게 고 박진호 일병의 전사자신원확인통지서를 전달하고 있다. 박 일병은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에서 신원이 확인된 193번째 6·25전쟁 전사자다.

감식을 마친 유해와 유품은 각각 유해보관소와 유품보관실에 보내져 지속적인 신원 확인 과정을 거치게 된다.

1953년 휴전협정을 통해 한반도에서 포성이 멈춘 지 70년 가까이 지났지만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 유해보관소에는 2022년 7월 현재 1만800여구의 유해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글=남제현 선임기자 jeh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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