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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강병원·박용진 등 ‘양강양박’ 출마 러시… ‘97세대론’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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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29 20:00:00 수정 : 2022-06-30 17:4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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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전대 세대교체 가능성 주목

강병원 “새 술은 새 부대에” 첫 출사표
박용진 30일 출마 관련 기자간담 개최

‘86세대’ 이인영 출마 접고 물꼬 터 줘
박주민·강훈식도 조만간 결정 내릴 듯
일각선 “젊음 외 메시지가 없다” 비판

이재명 측선 전대 캠프 사무실 물색 중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과 박용진 의원.

사그라들어 가던 더불어민주당 ‘97(1990년대 학번·1970년대생)세대론’ 불씨가 되살아났다. 97세대 대표 주자로 꼽히는 ‘양강양박’(강병원·강훈식·박용진·박주민 의원)이 속속 출마 결심을 굳히며 당권 세대교체론이 다시 주목을 받는 모양새다. 유력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이재명 의원의 전당대회 준비 움직임도 포착된 가운데 97세대의 줄출마가 세대교체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29일 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여의도 국회에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위기, 리더십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97세대에서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건 강 의원이 처음이다.

 

강 의원은 “젊고 역동적인 리더십, 혁신과 통합의 리더십으로 새로운 당대표가 돼 하나로 뭉치는 당을 만들겠다”면서 “뼈를 깎는 혁신, 책임정치, 신뢰 회복을 통해 승리하는 민주당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전당대회를 둘러싸고 깊어진 계파 갈등에 대해선 “이번 전당대회가 계파 싸움으로 얼룩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 그 우려를 뛰어넘어 통합의 싹을 틔우기 위해 출마했다”면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부어 달라”고 강조했다.

 

출마회견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소신파’ 박용진 의원도 이날 출마 결심을 굳혔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 “곧 나가는 쪽으로 정리하려 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30일 오전 국회에서 출마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공식 출마 기자회견은 별도로 진행한다.

 

97세대의 잇따른 출마에 대해 박 의원은 “자기 가치와 비전을 얘기하고 쇄신과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계파의 곁불을 쬐고 악성 팬덤 뒤에 숨었던 사람들이라면 당의 쇄신 방향과 맞지 않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주민 의원도 출마에 무게를 두고 막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주변에서) 여러 이야기를 하고 있고 그래서 계속 이야기를 듣고 있다”며 “가든 부든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력 당권 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의원 출마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상관없다”고 답했다. 강훈식 의원 역시 출마하는 방향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97세대인 전재수 의원과 김해영 전 의원 등도 출마 고민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파 청산과 당의 근본 체질 개선을 주장하며 등장한 97세대론은 지난달 중순 이재명 의원이 잠행을 깨고 활동을 재개하며 힘을 잃어 가는 형국이었다. 이 의원의 대항마가 될 만한 인물이 뚜렷이 보이지 않고 구체적인 메시지가 없다는 지적 속에 시들해져 가던 97세대론은 이날 강 의원의 출마 선언을 시작으로 다시 힘을 받기 시작했다.

97세대가 이처럼 출마를 서두르게 된 배경에는 4선 중진 이인영 의원이 있다.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이 의원은 전날 서울 모처에서 ‘양강양박’ 네 의원을 불러 전당대회 출마 선언을 서두르라고 재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이번 주 안으로 출마 선언을 하지 않을 경우 세대교체 여론이 사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병원 의원은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이 “여러분이 결단하고 역할을 해 줘야 한다. 출마를 선언하는 게 당원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강 의원은 “이 의원이 97세대에 용기를 주고 격려했다”면서 “본인이 출마할 것이라면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며 이 의원의 전당대회 불출마도 시사했다.

‘86(1980년대 학번·1960년대생)세대’ 대표 격인 이 의원이 출마 뜻을 접고 직접 97세대로의 세대교체 물꼬를 터 줬다는 점에서 민주당 내 세대교체론은 상당한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97세대론이 젊음 외에 뚜렷한 강점을 아직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 초선의원은 “세대교체론 그 자체보다 중요한 건 메시지인데 그게 없다”며 “출마자들이 단순히 ‘내가 적임자다’라고 외치는 게 아니라 당의 미래를 어떻게 구상하고 당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뚜렷한 자기만의 메시지들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지난해 10월 열린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세계일보 자료사진

인위적 세대교체론은 한계가 있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김민석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정치는 결국 실력이다. 저는 한 번도 인위적인 세대교체를 주장하거나 동의해 본 적이 없다”며 “제가 20대 때 김대중 대통령 70대를 보면서도 인위적인 세대교체 얘기하시는 분들한테 ‘실력 있으면 그냥 치고 나와라’라고 얘기했다”고 강조했다. 안규백 전당대회준비위원장도 전날 BBS 라디오에서 “인위적 세대교체는 맞지 않고 자력과 자강론을 키워서 해야 한다”며 “나오지 마라, 나오라 하신 분들 이른바 97그룹에게 드리는 조언”이라고 말했다.

유력 당권 주자인 이재명 의원은 아직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 측이 전당대회에 대비해 캠프 사무실을 물색 중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이 의원은 앞서 당 원로인 상임고문들과 비공개 회동을 갖고 전당대회 출마에 관한 의견을 청취하기도 했다. 설훈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의원이 권노갑·김원기·임채정·정대철·문희상 상임고문 등 5명의 원로를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상임고문들은 이 의원의 출마를 긍정적으로 보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설 의원은 “특징적인 건, 다섯 분 중 네 분이 출마하지 말라고 권유했다는 점”이라며 원로들이 이 의원 출마를 만류했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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