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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공행상’에 물갈이 인사 예고… “정치에 사업 연속성 희생” [민선 8기-지방권력 대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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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29 08:00:00 수정 : 2022-06-29 08:3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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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인사·조직 개편… 대대적 물갈이

7월 1일부터 지자체 민선 8기 ‘스타트’
인사·조직개편서 캠프 출신들 요직 전망

민주 장기집권 마침표 찍은 충북·강원은
일자리국 폐지 등 전임부서 통폐합 추진
‘내사람 심기’ 기류에 전임 측근 좌불안석

국민의힘 서울시의회 과반 차지 따라
연임 吳시장도 조례 입법 적극 나설 듯

“어차피 특정 학교와 지역 출신이 득세할 겁니다. 새 시장과 생각하는 게 너무 달라, 동 주민센터로 나가 1년쯤 머리를 식히려 합니다. 그쪽에서도 제가 탐탁지 않은 분위기고요.” (경기도 자치시의 핵심 간부)

 

“예전에 일부 지역 출신 과장이 (강제로) 외부 전출되기도 했어요. 5급 이상이면 인사 교류가 어려우니 대기발령을 받기도 합니다. ‘전임자 지우기’에서 살아남아도 한직으로 밀려 전혀 모르는 일을 할 수 있어요.” (서울시 자치구의 공무원)

 

6·1 지방선거 이후 전국 곳곳에서 관가가 술렁이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년 전 선거와 달리 압승하면서 지방권력 교체까지 이뤄내자 큰 폭의 ‘물갈이’ 인사 등 후속 작업이 예고된 상태다. 일부 광역자치단체에선 변화가 일면서 공무원들이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7개 광역단체 중 9곳서 지방권력 교체

28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의 당선자들은 이달 초 잇달아 인수위원회를 꾸리며 본격적인 업무 파악에 들어갔다. 민선 8기의 고위직 간부는 조직 개편과 맞물려 다음 달 말쯤, 5급 이하는 8월 중순쯤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지역에선 대대적인 인사·조직 개편을 앞두고 갈등을 빚은 전임 시장 측 사람들이 미리 자리를 이탈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임기가 남은 지자체 산하 공사·공단, 출연·출자 기관 수장들도 거취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이후 강압적으로 퇴임을 권고할 경우, 지자체장이 직권남용으로 처벌받을 수 있어 물갈이 방식과 시기 등이 관심사다.

다음 달 1일 민선 8기 업무를 시작하는 당선자들은 측근 인선으로 조직 장악력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곳곳에선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민주당 3선 도지사의 12년 장기 집권이 막을 내리고 국민의힘 당선자로 권력 이동이 이뤄진 충북과 강원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인수위가 새롭게 판을 깔겠다고 나서며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김영환 충북지사 당선자는 민선 8기 첫 인사로 첫 여성 비서실장을 내정하고, 현직 행정국장을 유임하는 등 공무원 사회를 달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수위가 점령군이 아니며 선거 캠프 인력의 도정 참여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정무부지사 자리를 놓고 캠프 출신 인사 등 10여명이 거론되고 있고,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충북연구원장과 충북개발공사 사장 등 14개 출자·출연 기관의 기관장에 ‘내 사람 심기’가 유력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강원도 안팎에선 최문순 지사의 측근이나 핵심 부서 근무자들이 대거 좌천될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온다. 김진태 당선자는 “12년간 정체된 부서가 있을 것”이라며 ‘조직 방만’과 ‘업무 중복’ 등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서 최 지사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일자리국 폐지를 공언하는 등 조직·행정 시스템 정비를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일자리국 등 4개 경제 관련 부서가 통폐합되고, 평화지역발전본부 역시 폐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8년 만에 국민의힘 소속 이장우 당선자가 배출된 대전시도 큰 변화가 예고됐다. 민주당 허태정 시장이 낙선하면서 시청 내 국장급 간부와 특보, 산하 기관장은 전면 교체가 유력한 상황이다. 허 시장이 정무부시장 대신 신설한 과학부시장 직책 역시 폐지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4년 만에 국민의힘으로 지방권력이 교체된 인천시 역시 핵심 간부가 사표를 내는 등 동요하고 있다. A국장은 선거 직후 정년을 2년이나 남겨둔 채 명예퇴직을 택했다. 박남춘 시장 밑에서 인사·총무 등의 업무를 총괄하다 국민의힘 유정복 전 시장이 당선되자 곧바로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 경우 오세훈 시장이 연임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보궐로 당선된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오 시장이 소속된 국민의힘이 서울시의회에서 과반을 차지하며 권력 지형 변화도 뚜렷이 읽힌다. 오 시장은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슬로건 변경 등 시정 방향을 바꾸는 조례 입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본격적인 자기 사람 심기를 통해 시정 동력을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12년 ‘장기집권’ 종지부 충북·강원서 충돌

민주당에서 민주당으로 단체장이 교체된 광역단체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산업 불모지였던 광주를 인공지능(AI) 선도 도시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듣는 광주시의 B국장도 최근 사표를 냈다. 최근 인수위와 갈등이 불거지면서 34년간의 공직 생활에 앞당겨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9급으로 공직에 입문한 B국장은 민선 시장들에게 잇달아 능력을 인정받으며 부이사관(3급)까지 승진했고, 민선 7기 들어선 광주형 일자리, AI 집적단지 조성 등 굵직한 현안을 성사시켰다. 광주시에선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의원면직이나 명예퇴직, 연수 등으로 자리를 비울 4급 이상 간부만 20명 가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 연합뉴스

이재명 전 지사의 정책을 승계한다고 밝힌 김동연 당선자의 경기도에선 공공기관 ‘축소·통폐합’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김 당선자의 인수위는 이른바 ‘이재명 사람들’로 분류되는 인사들을 대거 배제했고, 이로 인해 큰 폭의 도정 개혁에 관한 소문이 돌았다.

김 당선자는 경제부총리 시절인 2018년 호봉제 폐지 등을 담은 공공기관 운영·개편안을 추진한 적이 있어, 공무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10월에도 인원 20% 감축 등을 내세운 공무원 개혁안을 1호 공약으로 발표했다. 다만, 소문만 무성한 ‘고강도 공공기관 개혁’과 관련해 인수위 측은 “검토된 바 없다”고 일축한 상태다.

17개 광역단체 외에 전국의 226개 시·군·구의 인사 전횡은 심각한 수준이다. ‘1대24’에서 ‘17대8’로 국민의힘이 역전한 서울시 구청들의 경우 선거 캠프에 합류했던 과장급 이상 퇴직 간부들의 복귀 여부가 관심사다. 한 자치구 공무원은 “현직 구청장에 맞서 상대 캠프에 합류했던 분들이 4∼5명이나 된다”며 “요직으로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자치구 핵심 부서인 행정지원과나 예산과, 홍보과 등에서 일해 온 공무원들은 대거 교체될 전망이다. 한 자치구는 정무직 공무원이 기존 부서에 배정됐던 구청장의 외부 일정을 직접 챙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공무원은 “당선자의 공약에 따라 부서가 생기고 없어질 수 있다”며 “부서가 합쳐지거나 없어지는 일이 빈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전임 단체장의 ‘알박기 인사’ 논란도 재연됐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9곳에서 시·도 지사의 소속 정당이 바뀌었는데, 전임 단체장이 심어 놓은 산하 기관장 상당수가 짧게는 6개월에서 3년 가까이 불편한 동거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이들 9곳 지자체 공기업 30여곳의 상임이사·감사 70여명 중 절반 이상이 이에 해당한다.

전상직 한국주민자치학회장은 “선거 이후 ‘물갈이’ 인사는 정치적 연속성을 위해 사업의 연속성을 희생하는 행위”라며 “공무원들도 알게 모르게 정치적으로 줄을 서는 풍토가 있다. 단체장들이 지연·혈연·학연을 들먹이지 못하게 하려면 주민의 안목이 높아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안승진 기자·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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