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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폭탄·낙인 찍기로 당 쥐락펴락… “민주 정치 후퇴”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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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26 10:30:00 수정 : 2022-06-26 14: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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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지지자들, 단순 응원 넘어 세력화
당 운영·특정 법안 밀기… 물리적 압박
건전한 의사소통 막아 당내 갈등 키워

연이은 선거 참패 거치며 자성론 나와
“극단주의와 결별한 국민의힘 사례 봐야”

전문가, 공천과정 민심 청취 확대 지적
“정치인도 팬덤 업은 정치꾼될 지 택해야”
더불어민주당의 잇따른 선거 패배에 따른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팬덤 정치’가 도마 위에 올랐다. 팬덤 정치란 특정 정치인이나 진영이 무비판적인 열성 지지층을 기반으로 정치를 하는 것을 일컫는다. 최근 극단적인 성향 탓에 부정적인 평가도 상당하다. 대선 경선 당시 “경쟁을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퇴임을 앞둔 시점에서는 “확장을 가로막는다면 지지가 아니다”라고 말을 180도 바꾸기도 했다. 민주당 이재명 의원도 세계사적 의미가 있다고 치켜세웠다가 최근 들어 부정적 여론이 커지자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전화·문자·팩스로 의원 압박해 영향력 행사하는 ‘팬덤’

민주당 팬덤 정치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을 거쳐 이재명 의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팬덤 정치를 등에 업고 당내 의사를 좌지우지하려는 당내 강경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당내 강경파 모임 ‘처럼회’ 소속 최강욱 의원은 지난 20일 민주당 윤리심판원에서 6개월 당원 자격정지 징계 처분을 받았다. 성희롱 발언이 문제였다. 강성 지지층과 이 의원 팬 카페 ‘재명이네 마을’ 회원들은 징계 철회 요청 탄원서 연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징계를 공언했던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문자 폭탄을 보냈다. 또 정세균계, 이낙연계 정치인 8명이 ‘윤리심판위원’이라는 가짜뉴스를 유포하기도 했다. 명단에 포함된 한 초선 의원은 “자신이 싫어하는 정치인을 끼워 넣은 뒤 명단을 돌린 모양”이라며 “해당 가짜뉴스가 돌자, 지역위원회에서 탈당하겠다는 당원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단순히 특정 정치인을 응원하거나 비방하는 데 그쳤던 팬덤 지지층이 최근에는 당내 의사 결정 구조에 영향을 미치거나, 특정 법안에 대한 지지를 관철하기 위해 물리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팬덤 정치를 통해 지지자와 정치인의 건전한 의사소통으로 우리 정치 수준을 한 단계 높이기는커녕 오히려 폭력적인 방법으로 한국 민주 정치를 후퇴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지점이다.

실례로 강성 지지층은 지난 3월, 5월 민주당 내 국회의장 후보 선출 및 원내대표 선출에 자기들이 원하는 후보가 당선되도록 의원들을 상대로 문자·전화 폭주 등의 물리적인 방법을 동원해 압박을 가했다. 당시 국회의장 후보들이 모두 정치적 중립 논란에 휩싸인 것도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이유에서 비롯됐다. 지난 4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당론 추진을 위한 의원총회에서는 비공개 발언이 친민주당 성향 유튜브 채널로 삽시간에 전달됐다. 검수완박에 소극적이던 의원들에게는 이른바 ‘의총 5적’이라는 낙인을 찍으며 대대적인 문자폭탄 ‘좌표찍기’가 이뤄졌다.

◆잇단 선거 패배 후 힘 얻는 ‘팬덤과의 결별’ 여론

3·9 대통령 선거에 이어 6·1 지방선거까지 참패하자 민주당에선 팬덤 정치와 결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2일 “인신공격, 흑색선전, 계파적 분열의 언어는 엄격히 금지하겠다”고 경고했다. 이 의원 지지자들이 대선 경선 상대였던 이낙연 전 대표를 비롯한 친문(친문재인)계 정치인들에게 ‘겉과 속이 다르다’며 ‘수박’이라는 멸칭을 쓴 것에 대한 경고조치다.

민주당 재선의원 모임은 지난 16일 ‘배타적 팬덤’과 결별하자고 결의했다. 이들은 “다른 의견을 갖는 정치세력에 대해 언어폭력을 행사하고 좌표를 찍는 건 우리 정치문화에서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우상호(왼쪽 세번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시도당 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 중진 의원은 2019년 12월 ‘태극기부대’의 국회 난입 사건을 거론하며 “국민의힘은 극단주의와 결별한 뒤 ‘비호감도’가 떨어졌다. 중도층에 호소할 수 있는 디딤돌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황교안 대표는 “목숨을 걸고 자유대한민국을 지켜야 한다”고 이들을 치켜세웠다. 하지만 이듬해 총선에서 보수세력은 103석을 얻는 데 그쳤다.

 

◆팬덤 의존 정치꾼 용납하지 말아야

전문가들은 결국 정치인이 결단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채진원 경희대 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세계일보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극단적 진영정치, 포퓰리즘과 섞여 내외부 비판을 허용하지 않고, 정당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광신도 집단으로 변질됐다. 협치는 불가능해졌고 대의민주주의의 위기와도 연결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근본적 대안을 내놓는 정치가가 될 것인지, 포퓰리즘 정책에 기댄 팬덤 정치를 펼치는 정치꾼이 될 것인지를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도 통화에서 “팬덤 정치는 자기들이 지지하는 정치인에 대한 비판 자체를 용납하지 않는다”며 “일부 정치인이 팬덤을 바탕으로 커나가려고 하는데 개인에겐 좋을 수 있으나 결국 정당에는 부정적인 결과로 돌아온다. 특정 집단이 과대대표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당에서 당대표 선거나 국회의원 공천 때 반영 비율을 조정해 팬덤 정치의 영향력을 줄이는 당 문화를 만드는 게 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민심이 아닌 당심에만 의존하려는 데마고그와 데마고그를 양산하는 현재의 정치 구조가 문제”라고 짚었다. 정당 공천 과정에서 당원 비중이 높으니, 결국 당원만 바라보는 정치가 양산된다는 주장이다. 조 교수는 ‘상향식 오픈프라이머리’를 예로 들며 민심을 당심보다 공천 과정에 더 반영, 민심과 당심의 괴리가 일어날 수 없게끔 제도화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당으로 하여금 당심보다 민심에 더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도록 제도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우·최형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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