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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바이든, 아내 역할과 직업 함께 수행하는 첫 ‘투잡러’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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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26 11:00:00 수정 : 2022-06-26 11: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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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로 본 美 퍼스트레이디 유형

부시 연구소·국제여성센터 4가지 분류
내조형, 손님 접대하는 소극적 스타일
초대 조지 워싱턴 아내 마사, 대표적 인물

파트너형, 남편 정치적 동반자로 권력 행사
우드로 윌슨 아내, 남편 대신 대통령 업무

현대선 의제 실현 적극 참여 전사형 많아
프랭클린 루스벨트 아내, 다방면 광폭 행보

정책 주창자형, 입법·정책 수립 적극 참여
로잘린 카터, 정신건강체계법 입법 주도
“특별한 역할 수행 위해 전략적 개발 중요”

가수 출신… 오래전부터 시 주석보다 유명
대만 마잉주 전 총통 아내, 첫 직장인 출신

스가 아내 마리코, 그림자 내조로 유명
아베 아내는 남편만큼 트러블 메이커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질 바이든. AFP연합뉴스

“나는 계속 가르칠 것이다. 남편의 삶을 살 수는 없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내 질 바이든은 2020년 대선 과정에서 남편이 대통령이 되어도 선거지원을 위해 휴직한 교육자의 길을 계속 걷겠다는 뜻을 줄곧 밝혔다. 실제 현재 백악관이 있는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의 커뮤니티칼리지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미국의 역대 퍼스트레이디 48명 중 국가원수 아내 역할과 정규직 직업을 함께 수행하는 최초의 ‘투잡러’다. 그에게 바이든 아내를 뜻하는 미세스 바이든(Mrs. Biden)이라고 부르면 큰 실례다. 바이든 박사(Dr. Biden)가 공식적으로 요청한 호칭이다.

미국에서도 그는 새로운 유형의 퍼스트레이디로 불린다. 이는 대통령 아내의 직분과 본인 인생의 완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일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세계의 퍼스트레이디는 각국의 정치·경제·문화·역사적 상황과 본인 성향·가정환경·종교 등에 따라 나름의 역할을 수행한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연구소와 국제여성연구센터(ICRW)는 관련 사료 분석과 미국을 비롯해 스페인, 칠레, 우루과이, 에티오피아, 나미비아 등의 전현직 대통령·총리 아내 11명 인터뷰를 통해 퍼스트레이디 유형을 △내조형(Hostess) △파트너형(Partner·Teammate) △전사형(Champion) △정책주창자형(Policy Advocate) 4가지로 분류한 보고서(2017)를 발표했다.

내조형은 손님접대를 하거나 대통령 행사·사교모임에 참석하는 소극적 스타일이다. 보고서는 초대 조지 워싱턴(1789~1797 재임) 아내 마사 워싱턴이 지역 주민과 의원, 외국 인사를 저택에 초대해 연회를 열었다는 예를 들었다. 보고서는 “시대와 무관하게 요구되는 역할임과 동시에 여성의 성역할을 고정한다”고 지적했다.

파트너형은 남편의 정치적 동반자로 권력과 영향력을 행사한다. 비서실장이자 조언자 역할이다. 우드로 윌슨(1913~1921) 아내 이디스 윌슨은 남편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1919년 10월부터 1921년 3월까지 대통령 업무를 대신했다. 장관, 상원의원 보고서도 직접 검토해 남편에게 전달했다.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속치마 정부’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현대에선 전사형이 세계적으로 보편적 형태다. 몇 가지 핵심 의제를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1933~1945) 아내 엘리너 루스벨트가 전형적이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여성이라 불리는 그는 인종차별, 노동권, 여성권리, 소외계층 문제 등에서 광폭행보를 보였다. 퍼스트레이디의 역사가 엘리너의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도 있다.

정책주창자형은 직접 공적 역할을 맡아 입법과 정책수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지미 카터(1977∼1981) 아내 로잘린 카터는 대통령직속 정신건강위원회 명예의장을 맡아 정신건강체계법 입법을 주도했다.

빌 클린턴(1993∼2001) 아내 힐러리 클린턴은 전사형이자 정책주창자형이다. 힐러리는 여성권리·민권 문제에서 과감한 발언을 했으며, 대통령 업무 공간인 백악관 웨스트윙에 집무실을 만들고 대통령 주관 정책회의에 남편과 함께 참석했다. 의료보험개혁특별위원회 대표로 임명돼 의료보험 개혁을 주도하기도 했다. 2016년엔 민주당 후보로 대선에도 나섰다.

보고서엔 없는 버락 오바마(2009∼2017)의 아내 미셸 오바마도 전사형이자 정책주창자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미셸은 빈곤층 소녀를 위한 교육운동을 전개했으며 남편이 아동비만퇴치방안 마련을 위해 구성한 태스크포스를 이끌기도 했다. 현재 민주당의 잠재적 대선 후보군이기도 하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 대한 논란은 국내외에서 계속되지만 정답은 없어 보인다. 보고서는 퍼스트레이디라는 특별한 역할을 해내기 위해서는 전략적 비전(strategic vision)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역할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흔들림 없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데 전략적 비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퍼스트레이디로서 각계각층의 시민, 또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소통할 기회를 통해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여성 지도자로서 여성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고 했다.

◆시진핑 아내 펑리위안, WHO 친선대사 활동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아내 펑리위안(彭麗媛·사진)은 모습을 감췄던 역대 대륙의 제일부인(第一夫人·퍼스트레이디)과는 다른 스타일이다.

 

가수 출신인 펑은 오래전부터 시 주석보다 유명인사였다. 제일부인이 된 뒤에도 전국문학예술계연합회 부주석,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결핵예방치료 친선대사 등을 맡아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과거 제일부인들은 대부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마오쩌둥(毛澤東) 아내 장칭(江靑)이 문화대혁명 주모자로 체포돼 처형된 것과 관련 있다. 이후 덩샤오핑(鄧小平)과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아내는 공개행보를 거의 안 했다.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의 아내 저우메이칭.

대만에서는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2008∼2016년 재임) 아내와 역대 퍼스트레이디가 대비된다. 장제스(蔣介石), 장징궈(蔣經國), 리덩후이(李登輝),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 아내가 귀부인 스타일이었던 것과는 달리 마 전 총통 아내 저우메이칭(周美靑)은 대만 최초의 커리어우먼 출신 퍼스트레이디다. 2008년 남편 당선 후에도 평소처럼 청바지·청재킷을 입고 다니거나, 회사에 계속 다닐 뜻을 밝히기도 했다. 결국 남편 재임 때 직장을 포기했지만 검소한 생활과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으로 국민의 애정을 받았다.

 

◆기시다 아내 유코, 지역서 인기 높아 선거 때마다 큰 역할

 

방일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지난달 23일 만찬 사진이 화제가 됐다. 옥색 기모노를 입은 기시다 총리의 아내 유코(裕子)가 직접 말차(抹茶)를 만들어 허리를 굽혀 바이든 대통령에게 대접하는 장면이 일본 특유의 ‘오모테나시(극진한 환대)’를 보여줬다는 긍정론과 함께 양성평등과는 거리가 먼 일본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비판론이 나왔다.

지난 5월 2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만찬에서 기모노 차림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 아내 유코(오른쪽)가 허리를 굽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차를 대접하고 있다. 일본 총리관저 제공

‘여자는 남자의 세 발짝 뒤에서’라는 말을 아내의 미덕으로 강조하는 일본에서 퍼스트레이디의 존재감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기는 쉽지 않지만 성향에 따라 내조는 물론 중요한 정치적 역할을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유코는 남편 지역구 히로시마(廣島)의 기업인 집안 출신으로 지역에서 인기가 높아 선거 때마다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가 외무상이던 2016년 4월 히로시마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는 유창한 영어로 각국 외교장관 아내를 안내하기도 했다.

 

직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 아내 마리코(眞理子)는 공식석상 노출은 극도로 꺼리는 그림자 내조로 유명했다. 선거 유세 등에 나서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남편의 정치입문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가 전 총리는 2020년 9월 자민당 총재선거 토론회에서 “선거 지원을 얻기가 가장 어려웠던 사람이 아내”라고 말하기도 했다.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의 아내 마리코(왼쪽),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아내 아키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아내 아키에(昭惠)는 남편만큼 스캔들이 끊이지 않는 트러블메이커다. 대표적으로 모리토모학원(森友學園)의 국유지 헐값매입 사건에 개입한 의혹을 받았다.

 

한류 팬임을 자처하는 아키에는 2015년 남성 기타리스트와의 심야 스캔들이나, 2020년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외출자제요청 기간 연예인 등과의 벚꽃놀이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도쿄=강구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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