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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갱도 포병 움직이면 “쾅”… 국산 벙커버스터가 나선다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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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5-08 06:00:00 수정 : 2022-05-08 11: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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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2025년까지 3200억 원 투입… 전술지대지유도무기 200여 발 실전배치 계획
한국군의 전술지대지유도무기가 가상 표적을 향해 화염을 뿜으며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북한이 무력시위를 감행할 때마다 남측에 대한 위협으로 제기되는 것이 북한군 장사정포다. 

 

휴전선 너머 북한 개성시 판문군에서 광화문까지의 거리는 40㎞. 한반도 유사시 북한군 장사정포가 불을 뿜으면, 한강 이북 지역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북한군은 장사정포를 휴전선 일대에 배치하면서 갱도 진지도 구축했다. 진지에서 매복해 있다가 신속하게 이탈, 포격한 뒤 진지로 돌아가는 방식을 사용해 한미 연합군의 반격을 피하면서 공격을 지속하는 방법도 확립한 상태다.

 

이에 맞서 한국군은 북한 장사정포를 제압하기 위해 높은 수준의 정확도와 파괴력을 겸비한 무기를 개발할 필요성을 느꼈다. 2017년에 모습을 드러낸 한국형 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Ⅰ)는 이같은 고민의 결과물이다.

 

◆개전 초기 북한 장사정포 최단 시간 내 무력화

 

북한군은 6.25 전쟁 당시의 교훈을 받아들여 휴전선 일대에 장사정포와 갱도 진지를 구축했다. 

북한군 신형 자주포들이 지난달 26일 조선인민혁명군 90주년 열병식에서 이동하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갱도 진지는 언뜻 보면 매우 위협적이지만, 약점도 존재한다. 갱도 진지를 옮길 수 없고, 공중정찰 등으로 위치가 드러난다는 점이다. 사전에 정확한 사격좌표를 확보한 뒤 갱도 진지를 무력화할 수 있는 무기로 공격하면 사전 제압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개발된 전술지대지유도무기는 빠른 연속 발사와 초정밀 타격 정확도를 통해 북한군 장사정포와 갱도 진지를 파괴할 전술급 탄도미사일이다. 전술급 탄도미사일은 사거리 300㎞ 이내의 전술적 목표를 타격하는 무기다. 

 

2014∼2019년 약 1000억 원을 들여 개발이 이뤄졌다. 2017년 7월 연구개발을 주관한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언론을 통해 시험발사 영상을 공개했다. 같은해 10월 개최된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ADEX)에서 실물 모형이 등장했다. 

 

전술지대지유도무기는 고정식 발사대 1대에 고체연료 추진 미사일 4발을 운용한다. 150㎞ 이상을 날아가는 미사일은 목표물을 침투·관통할 수 있는 열압력 탄두를 탑재한다. 

 

열압력탄은 폭발 시 발생하는 고온과 고열·고압 충격파로 갱도를 보호하는 콘크리트 방호벽과 토사 등을 뚫고 들어가 갱도 안에 있는 장사정포나 군수물자 등을 파괴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한국군의 전술지대지유도무기가 가상 표적을 향해 발사대에서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여기에 스마트 신관을 장착, 토사와 콘크리트 벽을 뚫고 들어간 이후에 나타나는 빈 공간을 감지해 폭발할 수 있는 능력도 갖췄다.

 

미사일이 장사정포가 숨어있는 갱도를 완전히 파괴하지 못해도 연속 발사되는 미사일 4발이 동일한 표적에 잇따라 명중하면 갱도 내부에 금이 가거나 전기, 수도, 산소 등의 공급을 차단할 수 있다. 

 

북한군이 미사일 이동식발사차량(TEL) 등을 지하터널에 숨겼을 때는 터널 중간 부분을 타격, 복구를 어렵게 만드는 전술도 가능하다. 사실상 군사적 효용성을 잃어버리는 셈이다. 

 

전술지대지유도무기는 국내 미사일 관련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랜 기간 개발해온 지하관통기술이 실전에서 효용성이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항법 관련 장치를 제외한 주요 기술을 국산화, 제3국의 제약을 받지 않고도 수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미사일 4발을 서로 다른 표적에 쏘는 기술도 확립해 타격 범위를 한층 넓혔다.

 

◆사거리 연장·탄두 다종화 등 추진 예상

 

군은 2020년 11월 2025년까지 3200억 원을 투입해 전술지대지유도무기 200여 발을 양산해 실전배치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한국군의 전술지대지유도무기가 발사대에서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전술지대지유도무기의 성능을 더욱 높여서 북한의 무력도발 대응 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사거리를 기존보다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빈번하게 제기됐던 사안이다. 미군이 사용중인 에이태킴스(ATACMS) 전술미사일은 사거리가 300㎞다. 

 

에이태킴스와 유사한 수준까지 비행거리를 연장하면 북한 장사정포의 공격 위협이 다소나마 감소하는 후방 지역에서도 전술지대지유도무기 발사가 가능하다. 

 

에이태킴스를 주목하던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다. 현재 전술지대지유도무기와 유사한 장비는 에이태킴스와 이스라엘 IAI가 개발한 로라(LORA)가 있다. 

 

사거리가 250㎞인 로라는 이동식 발사대 1기에 미사일 4발을 탑재한다. 2020년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와의 전쟁에서 아제르바이잔이 사용하기도 했다. 정밀도가 매우 높은 무기로 주목받고 있다.

 

전술지대지유도무기의 사거리를 연장한다면 해외 시장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을 수 있다.

주한미군 에이테킴스(ATACMS) 전술지대지미사일이 이동식발사차량에서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신형 자주포를 개발하면서 갱도를 더욱 깊고 튼튼하게 구축하는 북한군의 상황을 반영, 발사대를 차량에 탑재하고 탄두중량을 늘려 관통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북한의 우방인 이란은 세계적 수준의 초고강도 콘크리트 기술을 갖고 있다. 지진이 잦은데다 미국, 이스라엘의 공습 위협에 직면해 있어 지하 시설 건설 시 초고강도 콘크리트를 사용한다. 북한도 이란으로부터 관련 기술을 이전받아 지하시설 공사를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도 전술지대지유도무기와 비슷한 무기를 개발한 상태다. 북한은 지난달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소형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전술유도무기를 시험발사했다. 야전 포병부대에 배치해 우리 군을 정밀타격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군은 같은달 26일 제143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전술지대지유도무기-Ⅱ(KTSSM-Ⅱ) 사업추진기본전략 수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2034년까지 11년간 1조5600억 원을 투입, 북한 장사정포 갱도 진지 등을 정밀타격할 차량탑재형 전술지대지유도무기를 개발해 전력화하게 된다. 사용될 차량은 천무 다연장로켓을 탑재하는 차량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 초대형방사포들이 지난달 26일 조선인민혁명군 90주년 열병식에서 이동하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사거리와 탄두중량이 늘어나 파괴력도 강해진다. 중장기적으로는 에이태킴스의 역할을 대체할 전망이다.

 

이동식발사차량 외에도 해상발사 방식을 적용, 함대지 능력 강화에 활용하는 한편 자탄을 탑재해 광범위한 지역을 공격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무부서인 방위사업청은 “전술지대지유도무기-II의 생존성을 높이고 적 주요 위협에 대한 조기대응은 물론 국내 방산업계 연구개발 능력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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