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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막으려 일본과 손잡는다?”… 꿈틀대는 한미일 안보 협력 딜레마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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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5-07 06:00:00 수정 : 2022-05-07 10: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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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대 오른 尹정부 외교전략

美 한미일 안보협력 확대 중시 속
韓, 日과 안보협력 가능성 불확실
감수할 수 있는 리스크 확인해야
윤석열 당선인(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뉴스

북한과 일본. 최근 수년간 한국에서 ‘공공의 적’처럼 불려왔던 두 국가다. 거듭되는 미사일 발사와 우경화 행보로 국민들에게 끊임없는 비난의 대상이 됐던 나라다. 

 

윤석열정부 출범을 앞두고 이같은 기류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등 고강도 도발에 나서는 상황에서 미국은 한미일 3국 안보협력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북한 도발을 막으려면 일본과 협력하라”는 의미다.

 

일본과의 관계에 예민한 국민의 정서를 건드릴 우려가 있다. 안보 분야에서도 한일 간 신뢰가 크게 훼손된 상황을 개선하려는 일본의 선행 조치가 없다면, 한미일, 한일 안보협력이나 한일 연합군사훈련이 제대로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 “한국과 일본은 같은 전장”

 

미국이 한미일 3국 안보협력에 공을 들이는 것은 동아시아를 바라보는 인식과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 전략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북한이 개발한 극초음속미사일이 가상 표적을 향해 화염을 뿜으며 발사되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미국 입장에선 미군이 주둔하는 한국과 일본, 괌과 오키나와는 단일 전장이다. 상대가 북한이든 중국이든 단일 전장에서 육해공군과 사이버 전력이 톱니바퀴처럼 정확하게 맞물려 작동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한미일 3국 간 긴밀한 안보협력이 필수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한은 미사일 사정권을 동쪽으로 계속 확장했다. 그 결과 괌, 오키나와, 하와이 일대를 위협하는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미 본토까지 날아가는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했다.

 

북한은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전력 전개를 저지하기 위해 괌이나 주일미군기지, 미국 본토에 미사일을 쏠 가능성이 높다.

 

6.25 전쟁이 한반도 내에서만 벌어졌다면, 제2의 6.25 전쟁은 괌과 오키나와 및 일본 열도의 유엔군사령부 후방기지, 하와이, 미국 본토까지 확대될 수 있다. 미국 본토를 공격할 잠재력을 갖출 정도로 북한 미사일 전력이 성장한 것이다.

 

탐지부터 격추까지 수 분 동안 진행되는 미사일 요격의 특성상 한미일 3국의 감시정찰 및 타격자산을 유기적으로 통합해야 괌과 유엔사 후방기지로 날아오는 북한 미사일을 파괴할 수 있다.

한국 공군 패트리엇(PAC-3) 요격미사일이 가상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서도 3국간 협력 강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기존에는 북한이 핵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면, 폭격기를 비롯한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나타나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하지만 지난 3월 북한이 ICBM을 발사했을 때, 미국은 전략자산을 전개하지 않았고 한국군과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도 함께 하지 않았다. 정부 소식통의 말을 들어보자.

 

“지금까지 북한의 행동을 막겠다고 한반도를 오간 미군 전략자산이 많았지만, 북핵 위협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벤트로 북핵 위협을 저지할 단계는 이미 지났다. 북한이 갖지 못한, 북한을 압도하는 강한 힘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미국의 인식이다. 한미일 3국 군대가 힘을 합치는 것이 그 해결책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핵심인 중국 견제를 위해서도 한미일 안보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미 해군 SM-3 요격미사일이 성능점검을 위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중국은 최근 3번째 항공모함을 건조하는 등 양적, 질적 측면에서 군사력 증강 속도가 매우 빠르다. 미국으로선 인도태평양 내 동맹국의 힘을 모아야 중국을 저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강조하는 개념이 ‘전력승수’다. 임무 달성률을 높일 수 있도록 전투부대에 투입하는 추가역량을 말하는 군사용어다. 다양한 요소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네트워크 통합이 핵심 전제다.

 

국제정치적으로는 기존 양자동맹에서 벗어나 다자적 구조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이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다. 

 

다영역 작전(MDO:사이버, 우주 등을 합친 군사작전) 준비태세 보장, 동맹과의 상호운용성 증진에 더해 전력승수 개념에 기반한 네트워크 구축이 이뤄지면 미군과 동맹군의 결합은 한층 단단하고 정교하게 이뤄진다.

 

이미 쿼드(미국, 일본, 호주, 인도)와 오커스(미국, 영국, 호주)로 역내 우방들을 묶은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의 안보협력 강화까지 실현되면 미국은 대중국 전선의 마지막 퍼즐을 맞출 수 있다. 미국이 한미일, 한일 안보협력을 강조하는 이유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미 공군 장병들이 모니터에 비춰지는 항공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 아시가라함과 미국 해군 구축함 베리함이 훈련을 위해 항해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안보 분야마저 ‘불신’…협력 실현 가능할까

 

오는 10일 출범할 윤석열정부는 미국이 추진하는 한미일 안보협력 확대에도 호응해 한미동맹의 결속력과 신뢰성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본의 태도도 달라지는 모양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달 26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파견한 한일 정책 협의 대표단과의 면담에서 “규정에 근거한 국제질서가 위협받는 국제 상황에서 일한(한일)·일미한(한미일) 전략적 협력이 이 정도로 필요한 때는 없다”며 “한일 관계 개선은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방위성은 6일 기시 노부오 방위상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북한 도발에 일미(미일), 일미한(한미일)에서 긴밀하게 연계해 나가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안보협력이 제대로 이뤄질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과거 한일 양국은 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빚었지만, 안보 분야는 예외였다.

지난 2018년 12월 한국 해군 구축함 광개토대왕함 인근 상공을 저공비행하는 일본 P-1 초계기(노란원).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같은 ‘금기’는 아베 정권에서 깨졌다. 2018년 12월과 2019년 1월 동해와 남해에서 발생한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 저공비행 위협 사건은 갈수록 악화하던 한일 관계의 마지막 보루였던 안보 분야마저 뒤흔들었다. 

 

바다에서 활동하던 우리측 군함에 거듭 저공비행을 한 것은 그만큼 아베 정권이 한국을 불신했기 때문이었다. 한국을 믿을 수 없으니, 한국 군함의 활동이 조금이라도 수상하다고 생각되면 초계기 저공비행을 감행한 것이다. 

 

이 문제는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산케이신문은 지난달 25일 기시 노부오 방위상이 한일 정책 협의 대표단과의 면담에서 “한국해군에 의한 해상자위대 초계기 화기 관제 레이더 조사 문제(일본 초계기 저공위협비행) 등 한일 방위당국간 현안 해결을 위해 한국 차기 정권이 리더십을 발휘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사건 당시 일방적으로 ‘한국의 적대행위’를 주장했던 일본이 한국에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하는 것은 한일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선후 관계가 바뀐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2019년 단행했던 수출 규제 해제와 더불어 초계기 저공비행 위협에 대한 해결책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석열정부가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명분을 일본 정부가 먼저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가지 사안을 주도했던 아베 전 총리가 일본 정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반론도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밀어붙이거나 숨기거나…유명무실해질 수도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4일 인사청문회에서 한일 군사훈련에 대해 “재해재난, 확산방지구상은 부분적으로 가능하다”면서도 “전투행위와 관련된 군사훈련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보협력 강화를 원하는 미국과 일본의 요구가 지속되면, 한미일 또는 한일 연합훈련까지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윤석열정부로서는 난처한 상황에 몰릴 수 있다. 

 

난처하고 다급해지면 감추거나 밀어붙이기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2012년 이명박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추진했을 때, 국무회의에서 비공개로 처리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큰 파문이 일었다. 협정은 서명을 앞두고 무산됐다. 2016년 재추진 당시에는 반발 여론에도 속전속결로 협정을 체결했다.

 

2014년 말 한미일 정보공유약정 체결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국방부는 2014년 12월 26일 약정 체결 사실을 공개하면서 사흘 뒤인 29일 서명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 해군 구축함 강감찬함(앞쪽)이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 아시가라함과 함께 항해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실제로는 미국이 23일, 한국과 일본은 26일 서명을 마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국회 보고가 이뤄진 시점은 29일. 체결된 약정을 사후 보고한 것이었다.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는 여야 모두 ‘밀실협정’이라고 비판했다.

 

군사정보보호협정에 의한 정보공유도 쉽지 않다. 정보공유 수준을 높이면 고급 정보가 상대방에게 넘어간다. 

 

이는 정보수집역량 노출 위험을 높인다. 일본은 한국에서 제공받은 정보로 백두정찰기나 글로벌호크가 일주일에 얼마나 비행을 하는지, 777부대 통신감청 범위는 어느 정도인지 계산할 수 있다. 한국도 일본의 영상 분석기술과 인간정보 수준 등을 추론할 수 있다.

 

한미일 및 한일 안보협력의 가장 큰 딜레마는 ‘가치’와 ‘선택’이다.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기반한 외교를 하려면, 감수할 수 있는 리스크 수준을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이를 토대로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다.

 

동북아 정세가 근본적인 재편을 맞이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감수할 수 있는 ‘레드라인’은 어느 정도일까. 윤석열정부의 외교안보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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