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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살며]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른 한·중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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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3-03 00:00:32 수정 : 2022-03-03 00: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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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한국에 와서 생활한 지 10년 가까이 되었다. 이곳에서의 일과 생활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적응해 왔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한·중 양국이 비록 이웃나라이기는 하지만 생활습관과 사회, 문화 등에서 비교적 큰 차이점이 있다. 다만 이런 것도 각 문화의 특색이라고 할 수 있는 것 같다.

얼마 전까지 한국은 추운 겨울이었다. 달력은 봄을 가리키는데 날씨는 거의 매일 영하 5도 정도를 기록했다. 하지만 젊은 학생들은 추위를 전혀 타지 않는 듯했다. 나는 모자를 쓰고 장갑을 끼고 두꺼운 롱패딩으로 ‘중무장’을 한 채 거리에 나섰다. 한국의 젊은 학생들은 가벼운 점퍼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삼삼오오 웃으며 내 옆을 지나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겨울에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얇은 스타킹을 신다니. 품격을 유지하고 스타일은 살렸는데 그래도 춥지 않을까. 역시 젊어서 좋다!

서효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통역원

한국에서는 고급 음식점이라도 냉수가 언제나 식탁 위의 ‘단골’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강철 같은 위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추운 겨울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각종 국밥을 먹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차가운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켠다. 특히 한국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고깃집에서는 숯불에 구운 고기를 먹으면서 동시에 살얼음이 맺힌 병에 든 차가운 맥주와 소주를 마시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친지들과 함께 ‘얼음’과 ‘불’의 맛을 한꺼번에 느끼는 매력이란…. 나도 모르게 취했다.

전반적으로 한국인의 음식문화는 전통에 치우친 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루 세 끼에 고기 반찬을 곁들이며 채소 반찬과 국까지 모두 다 갖춘 밥상 말이다. 하지만 음식문화와 달리 최근 몇 년 사이 마실 음료는 동양적인 차보다 서양식 커피가 더 인기를 끌고 있다. 골목과 거리를 막론하고 기본적으로 몇 걸음 간격으로 커피 전문점이 하나씩 있는 데서 대략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상당수 사람들이 따뜻한 것보다 아이스커피를 더 선호한다. 아무리 추워도 직장인들이 점심식사 후 아이스커피 한 잔씩 사들고 사무실로 향하는 모습은 아주 낯익은 풍경이 되었다. 나도 이곳에서 수년간 살아오면서 어느새 그들 중의 한 사람이 된 듯하다.

설 연휴 직전 거리를 걸으며 곳곳의 전광판이나 들뜬 분위기에서 명절이 다가옴을 느낄 수 있었다. 설날은 한국의 가장 중요한 전통 명절 중 하나이다. 한국 설날의 여러 풍습은 중국 춘제(春節)와 매우 비슷하다. 예를 들면 만두 빚기, 어른께 세배하기, 아이에게 세뱃돈 주기 등등이다. 다만 중국에서는 모든 명절이나 축제를 붉은색으로 치장하는 데 익숙하다. 돈을 담은 봉투도 ‘홍바오(紅包)’라고 해서 빨간색 봉투를 쓴다. 반대로 한국에서는 거의 모든 곳에 하얀 기운이 짙게 배어 있을 정도로 흰색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결혼 청첩장도, 설날 봉투도 모두 흰색으로 한다. ‘백의민족’이라는 명칭이 정말 명실상부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올해는 한·중 수교 30주년이다. 두 나라 간에 다양한 문화교류 행사가 많이 열려 서로의 문화가 지닌 매력을 더욱 흠뻑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서효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통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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